정원사

- 고국 이란 떠나 망명 중인
- 거장 마흐말바프·고바디
- 두 감독 신작 만날 수 있어

- 탈레반 정권 탄압 이겨낸 6편
- 아프가니스탄 특별전도 눈길

김지석 BIFF 수석프로그래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이란의 두 거장 감독과 만나게 된다. 모흐센 마흐말바프와 바흐만 고바디가 그들이다.

이들의 고국인 이란에선, 영화를 비롯한 문화 전반에 대한 탄압이 극에 달해 상당수의 문화예술인이 투옥되거나 망명했다. 망명 중인 마흐말바프 감독은 반정부 투쟁의 선봉에 서 있고, 바흐만 고바디는 간첩 혐의로 구속된 연인 록사나 사베리 기자의 구명활동을 벌이다 정부의 눈밖에 나 반 망명상태로 떠돌고 있다.

	코뿔소의 계절

이들 감독의 신작이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서 상영된다. 먼저 마흐말바프가 아들과 함께 만든 '정원사'는 이란의 적대국인 이스라엘에서 촬영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테러의 위협 속에 살고 있는 그에게는 충분히 위험한 영화다. 이란 정부의 탄압으로 본거지를 이스라엘로 옮긴 바하이교의 성지에서 마흐말바프 부자가 종교와 평화에 관해 얘기를 나누는 것이 영화의 내용이다.

김 프로그래머는 "여러 위험 때문에 ACF 지원작으로 선정하고서도 구체적인 정보를 세상에 내놓지 못했던 영화"라며 "이들 부자를 이번 BIFF에서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바디의 '코뿔소의 계절'은 터키에서 촬영됐다. 이란의 이슬람혁명 시절 투옥됐다가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재회하는 부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역시 이란에선 만들지 못했을 내용이다. 세기의 미녀배우 모니카 벨루치가 주연을 맡은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지만, 김 프로그래머는 남편 역의 전설적인 이란 배우 베흐루즈 보스기의 연기를 눈여겨 보라고 권한다.

	새처럼 자유롭게

아프가니스탄 특별전은 또 어떤가. 아프가니스탄 국립 영상자료원 특별전이란 타이틀이 붙은 이 기획전은 탈레반 정권의 탄압을 피해 영상자료원이 몰래 숨겨놨던 영화들을 상영한다. 이 특별전을 준비했던 조영정 프로그래머는 "현지에서 직접 자료를 인계받으려고 수도 카불 출장을 추진했다가 직전에 터진 폭탄 테러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일화를 털어놨다.

조 프로그래머는 "탄압 속에서 살아남은 6작품을 보면서 아프간 영상자료원의 용기를 칭찬하고 사라질 뻔 했던 아프간 영화를 대중에 소개하는 즐거움을 누리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