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삼년이 되었다. 그가 떠난 지. 그리고 66년 전 그가 태어난 바로 이 달에 그의 오랜 벗이자 동반자였던 이가 그를 이어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이 의미심장한 탈상(脫喪)의 시점에 그를 추모하는 음반이 만들어졌다. 그 음반의 타이틀은 상처로부터 벗어나자는 '탈상(脫傷)'이다.
유독 노래를 좋아했던 대통령. 그의 목소리는 낮고 발음은 전형적인 경상도 사투리였지만 그는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과 노래를 불렀다. 이른바 운동권 노래인 '어머니'와 '상록수', '임을 위한 행진곡'에서 대중음악인 '작은 연인들', '부산 갈매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헌정 앨범 혹은 추모 음반이 그동안 발표되었지만 대통령을 지낸 정치가를 추모하고 헌정하는 음반은 아마도 처음일 것이다. 이것은 그가 군림하는 권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실수와 실패에도 불구하고 그는 일관되게 권위의 제방을 허물고 권력을 시민에게 돌려주고자 몸부림쳤다.
대통령에 당선되면서부터 기득권 세력들은 탄핵을 외쳐댔고 재임 기간 내내 야유를 받았지만, 그는 퇴임 후 역대 대통령 중에 처음으로 깡촌인 고향 마을로 귀향하여 재임 때보다 더 많은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 밀짚 모자를 쓴 그가 손녀 딸을 태우고 논이랑 사이를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진을 보면서 그가 누군지도 잘 모르는 젊은이들은 '노간지'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왜 아직도 많은 이들이 그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는가? 자기 편이 아니면 치사한 보복을 일삼는 이 황폐한 시대에 왜 많은 뮤지션들이 불이익을 감수하며 이 앨범에 자신의 음악적 목소리를 담았는가? 그것은 그의 승리가 아무 것도 아닌 우리 모두의 승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패배와 좌절이 그런 우리 모두의 패배와 좌절이었기 때문이다.
이 추모 음반의 프로듀서로서 나는 지난 네 달간 그동안 잊고 있던 많은 상처들을 만났고 또 그것을 극복하고 치유하는 소중한 계기들을 만나기도 했다. 이 작은 음반은 아직도 많은 이들이 안고 살아가는 그런 상처와 치유의 아름다운 기록이다.
노찾사와 장필순, 조관우와 안치환, 그리고 인디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대통령의 생전 애창곡들을 새로운 마음으로 부른다. 특히 김민기의 곡인 '상록수'는 노 대통령의 육성과 노찾사가 주고 받으며 산 자와 죽은 이의 듀오로 녹음되었다.
이은미와 신해철, 그리고 정인과 판소리의 명창 왕기석과 해금 연주자 강은일은 신곡으로 노무현을 추억하고 살아 남은 자들의 슬픔을 넘어서고자 한다.
이 앨범의 고갱이는 마지막 다섯 트랙, 곧 5악장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와 합창, 중창, 독창으로 노래하는 '시민 레퀴엠'이다. 싱어송라이터이자 뮤지컬 작곡가인 송시현이 문희의 노래말로 만든 이 27분짜리 대작은 이미 지난 9월 1일 봉하음악회에서 초연되어 8000 청중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이 음반에서 가장 의미를 두고자 했던 것은 노래가 아니다. 대통령의 정치적 신념에 따라 이 추모 음반을 몇몇 음악인이 아닌 시민 모두의 참여에 의해 만들고자 했다는 점이다. 음반의 부클릿에는 십시일반으로 제작비를 모아 준 수천 명의 이름과 수백 명의 시민들의 글이 실려 있다. 그리고 '시민 레퀴엠'의 하이라이트인 4악장 '당신은 내가 살았던 가장 따뜻한 계절입니다'에는 스마트폰 앱으로 보내온 시민들의 노래들을 믹싱하여 합창을 구성했다. Goodbye Mr.Troubl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