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피에타'로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김기덕 감독. 그는 "사회 속의 문제가 영화의 시작이다"고 말했다.

- 7년 만에 경쟁 부문 초청 받아 감사
- 동시대 영화의 호흡 보고 배울 것
- 사회 리더들 자본주의 폐해 고민해야
- '현재를 살자' 3년간 칩거하며 화두 얻어

영화 '피에타'로 베니스 영화제에 초청받은 김기덕 감독은 보기 드물게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주목하고 있는 감독이다. 그의 영화들은 매번 해외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았고, 국내에서는 초기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흥행에서도, 평단에서도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곤 했다.

그리고 그의 18번째 영화 '피에타'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에 개막한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아 지난 4일 첫 상영을 했다. 폐막식이 8일이기 때문에 아직 수상 여부는 알 수 없으나 그간 김기덕 감독의 영화 중 3편('섬' '수취인불명' '빈 집')이 베니스의 러브콜을 받았고, 이번이 네 번째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수상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피에타'는 악랄하게 채무자의 돈을 뜯으며 살아가는 남자 강도(이정진)와 어느날 불쑥 찾아온 엄마라는 여자(조민수)에 대한 이야기로, 둘 사이에 얽힌 잔인한 비밀이 충격적인 영화다.

중견감독으로 영화에 대한 열정을 발산하고 있는 김기덕 감독을 지난주 '베니스 출국 기자회견'에서 만나 베니스 국제영화제 초청 소감과 '피에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피에타'가 한국영화로는 '친절한 금자씨' 이후 7년 만에 베니스 국제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소감은?

▶개인적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번을 계기로 동시대 한국의 많은 감독들의 영화가 국제적으로 소개되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

-영화 수상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예상하는가.

▶경쟁 부문에 초청됐기 때문에 어떤 영화든 폐막식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될 것이고, 거기에 내 이름이 있으면 굉장히 감사한 일이겠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이번 베니스 영화제엔 약 50편 정도의 새로운 영화가 오는데 동시대 영화의 호흡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리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영화제에서 동시대 감독들의 영화를 보고 많이 배웠기 때문에 영화제에 가는 것은 한편으론 또 다른 하나의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역시 동시대 감독들이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을 공유하고 배울 것은 배울 것이다. 만약 수상을 한다면 해외 10개국에 팔릴 게 20개국에 팔릴 기회가 되고, (다음 영화 연출) 환경이 좋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주신다면 거절하진 않겠다.(웃음)

-근래 사회적으로 돈으로 인한 '묻지마' 폭행 살인들이 이어지고 있다. '피에타'를 비롯해 그간 영화들이 이런 현상을 보여주곤 했는데, 여기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는가.

	피에타의 한 장면.

▶'피에타'도 그간 내 영화처럼 소재 자체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그리고 있고, 그 사회 속의 문제가 영화의 시작이다. 잔인한 아들과 태어난 후에 처음 찾아온 엄마라는 여자의 이야기로, 돈 때문에 얼마나 가족이 해체되고, 사회구성원이 혼란을 느끼는지에 대한 것이다. 심각하지만 피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한 번 진단하고 치료해야 하는 현대 사회에 대한 영화다. 현대 사회는 돈으로 인한 사건이 90프로가 넘는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의 끝에는 돈이 있고, 욕심이 있다. 어떤 사건이든 그 뿌리로 가보면 생활의 고단함, 환경의 피곤함이 있다. 극단적 자본주의의 빈부 격차에서 오는 폐해들이 있는 거다. 이런 사회를 '피에타'를 통해 한 번 더 짚어주고 싶었고, 더 나아가서 예술가를 포함한 언론인, 정치인 등 많은 사회의 리더들이 그 역할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때가 아닌가 싶다.

-'빈 집' 이후 4년 만에 영화를 개봉한다. 그 공백이 영화에 끼친 영향이 있는가?

▶'과거를 돌아보지 말고, 미래를 기다리지 말고, 현재를 살자'고 생각한다. 최근 3, 4년 동안 칩거를 하면서 얻은 화두다. 그러다 보니깐 과거에 어떤 사건, 상황, 인물들을 거론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스스로의 작은 욕심과 욕망들이 그 불씨가 되지 않았나 싶다. 3년의 시간은 내 자신을 다시 한 번 단련시키는 기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에 관련된 사람, 상황 모든 것에 감사하고 있다.

-'피에타'가 베니스 영화제에서 수상한다면?

▶조민수, 이정진 배우가 좋은 연기를 했다. 이 분들이 수상한다면 내가 받는 것과 같은 마음일 것 같다. 그래도 혹시 받는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애국가 1절을 부르겠다. 그리고 다음 영화를 꼭 만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