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전당 내 필름아카이브. 신성은 필름아카이브&프로그램 코디네이터가 수장고에 보관 중인 35㎜ 필름들을 보여주고 있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부산에 있는, 혹은 부산이 보유한 유형 문화 자산은 얼마나 될까. 미술품은, 영화 필름은, 역사적 유물은 얼마나 있고, 값어치는 어느 정도일까.

문화 권력이 중앙에 집중된 한국에서, 지역이 별도의 문화 자산을 소유·관리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민간 차원 투자는 인색하고, 지방정부 재정으로 예술품을 사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지역 문화수준을 가늠할 하나의 척도가 된다는 점에서, 유형 문화 자산의 규모와 질을 알고 늘려나가려는 노력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번 두드려 보기로 했다. 유형 문화 자산이 저장된 부산 '문화 저장고'의 문을 말이다. 영화의전당 필름아카이브, 부산시립미술관 수장고, 그리고 부산·복천박물관 수장고를 3회에 걸쳐 돌아본다.

- 시네마테크 부산 개관 이후
- 십여년간 수집한 자료 보관
- 35㎜·16㎜·디지털 포맷 등
- 총 419편 방대한 컬렉션 자랑

- 장철 '외팔이'·日 오즈 '부초' 등
- 49편은 애지중지 여길 정도
- 보유 작품은 기획전 등 열어
- 일반 대중에 공개하기도

지난 5월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선 특별한 영화들이 상영됐다. '외팔이' '대자객' 등 1960, 70년대를 풍미한 홍콩 무협영화 감독 장철의 작품 16편을 보여주는 기획전이었다.

50, 60대 남성 관객은 이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 무협 영화를 보려고 삼삼오오 영화의전당을 찾았다. '요즘 액션과 비교하니 진짜 유치하다'고 웃으면서도 이들은 영화 장면과 오버랩되는 어린 시절 추억에 흠뻑 젖어들었다.

■수집이 주목적… 아시아 영화필름 가득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 '부초'

올드팬을 흐뭇하게 한 장철 영화의 필름은 영화의전당 내 필름아카이브 자산이다. 정식 명칭은 부산 아시아필름아카이브로, 시네마테크 부산이 1999년 개관한 이래 꾸준히 수집한 영화 자료를 모아 둔 곳이며 한국영상자료원 부산분원을 겸하고 있다. 지금은 영화의전당 비프힐 지하와 2층에 수장고와 자료실이 각각 들어가 있다.

아시아 영화 필름 수집에 특히 공을 들인다는 것이 국내 다른 영화 아카이브와 차별화되는 점이다. 할리우드나 유럽 영화와 달리 필리핀 등 아시아 영화는 필름이 귀하거나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훨씬 더 의미 있는 작업이 될 수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특별전은 아시아 필름을 수집할 좋은 기회다.

직접 들어가 본 필름 보관실은 꽤 싸늘했다. 보관실 온도는 장기보관에 적당하다고 판단되는 15도를 항상 유지하고, 필름을 상영할 때는 25도로 맞춰 둔 숙성실에서 24시간을 묵힌 뒤 영사실로 가져가 돌린다.

현재 필름아카이브 수장고에 보관 중인 영화는 총 419편이다. 35㎜ 필름이 252편으로 가장 많고, 16㎜가 11편, 나머지는 HD캠 등 디지털 포맷이다. 꼭 사둬야 할 영화가 있으면 세계 아카이브를 일일이 뒤지기도 한다.

신성은 영화의전당 필름아카이브&프로그램 코디네이터는 "편의성·가격 등에서 불리함에도 100여 년에 걸쳐 안전성이 검증된 35㎜ 필름을 주로 모은다"며 "디지털 방식은 영사사고나 에러가 생겨도 그 원인을 쉽게 알 수 없는 등 리스크가 더 크다"고 말했다. 세계 아카이브 필름 연맹도 "필름을 버리지 말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디지털로의 급속한 변화를 경계하고 있다고 한다.

■대표작은 오즈 등 아시아 컬렉션

	장철 감독의 영화 '외팔이'

부산 아시아필름아카이브가 보유한 영화 중 대표작은 뭘까. 신 코디네이터는 고민 끝에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부초', 마스무라 야스조 감독의 '눈먼 짐승', 나루세 미키오 감독의 '부운', 장철 감독의 '외팔이' 등 아시아 컬렉션 49편을 1순위로 꼽았다.

이와 함께 박준범의 '도다리', 박배일의 '나비와 바다', 장희철의 '미스진은 예쁘다' 등 부산 지역 독립영화 컬렉션 70편과, 양익준의 '똥파리', 아딧야 아사랏의 '원더풀 타운', 라야 마틴의 '인디펜던시아' 등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특별전 상영작 및 AFC 지원작 64편을 골랐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유명한 영화보다는 희귀본이나 일부러 보관해 두지 않으면 구하기 힘들어질 작품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시네마테크 부산의 고유 정신과 수집 기능을 최우선으로 하는 필름아카이브의 기능에 충실한 태도다.

수집이 주 기능이지만 상영도 중요하다. 보유한 모든 작품을 상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필름을 사는 것과 상영 판권을 사는 것은 별개이기 때문이다. 보통 상영을 위한 판권은 5년, 7년 단위로 살 수 있는데 가격은 작품과 상영 형태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오즈 야스지로의 작품은 7년 판권이 2500만 원 정도로 만만찮다. 일본 영화의 판권은 가격이 센 편이다. 보유한 작품은 기획전의 형태로 상영하거나 '아카이브 특별전'을 열어 대중에 공개하기도 한다.

국내에서 한국영상자료원을 제외하고 이 정도의 컬렉션을 갖춘 곳은 부산 아시아필름아카이브가 유일하다. 자랑스러운 지역 문화유산 시네마테크 부산과 부산국제영화제의 중요한 족적이다.


# 자료실 '모르면 손해'

- 없는 게 없는 영화도서관

- 영상물·서적 등 1만9138점 자료 보관
- 영화 5493편은 DVD·블루레이 갖춰
- 잡지·관련 학위논문도 무료로 개방

	영화의전당 비프힐 2층 필름아카이브 자료실에 마련된 영상물 열람실. 신귀영 기자

영화감상을 즐긴다면 영화의전당 필름아카이브 자료실의 존재를 알아두자. 시민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이 공간은 한마디로 '영화 도서관'이다.

이곳에는 영화, 영상물, 영화 관련 서적 등 1만9138점의 자료가 보관돼 있다. 특히 5493편의 영화가 DVD와 블루레이로 구비돼 있는데, 자료실 한쪽에 마련된 안락한 개인 감상실에서 이들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옛날 영화부터 최근 출시작까지 볼만한 영화가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

관람실은 1인석이 6개, 2인석이 4개, 5인석이 1개 마련돼 있다. 각종 영화 서적과 잡지, 그리고 관련 학위논문 등도 도서관에서 열람할 수 있다.

또 온라인으로 열람할 수 있는 한국영상자료원 VOD(3097편)를 이곳 자료실에서 열람하면 상영료가 면제된다. 구하기 어려운 한국 고전영화 등을 감상하기에 좋다.

영화의전당 자료실의 전아름 씨는 "평일에는 30명, 주말에는 40명 정도가 이곳 자료실을 이용한다. 이용하는 연령대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자료실은 매주 월요일과 설·추석 연휴에 휴관하고, 그 밖에는 공휴일에도 이용할 수 있다. 오전 10시에 열고 오후 6시에 닫는다.

필름아카이브 작품 보유 현황 형식별 편수 (소계 419) 수집유형별 편수 (소계 419) 저장 포맷 편수 (소계 419) 장편극영화  319 아시아 클래식 49 35㎜ 252 다큐멘터리 20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75 16㎜ 11 애니메이션 9 일반상영작 197 HDCAM 55 단편영화 71 부산독립영화 98 Digi Beta(54), DV(27), HDV(16),  D-Cinema(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