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8시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을 찾은 시민들이 무료 야외 상영작인 '피아노의 숲'을 관람하고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당초 우려 깨고 입소문 타면서 상영하는 화요일 관람객 쇄도

수영강에서 불어오는 밤바람은 열기가 많이 식어 제법 시원하다. 지난 21일 밤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 모인 2500여 명의 관객은 손에 쥔 부채를 부치는 것도 잊은 채 눈부신 스크린에 빠져들었다.

이날 상영된 영화는 일본 코지마 마사유키 감독이 연출한 애니메이션 '피아노의 숲'. 천재 피아니스트 소년 카이가 숲 속에서 연주하는 신비한 피아노 소나타는 일상에 지친 관객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에 충분했다.

영화의전당이 '한여름밤의 야외상영회'라는 이름으로 매주 화요일 오후 8시 무료 상영회를 열기 시작한 게 지난달 3일, 이날이 벌써 7번째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이 상영된 첫날 1500명 넘게 관객이 모여들어 "200명이라도 왔으면 좋겠다"던 주최 측을 당황케 했다. 오드리 헵번이 부르는 '문 리버'와 함께 추억 속으로 빠져든 관객들은 돌아가 입소문을 냈고, 다음 상영회 때는 관객이 더 늘었다. 두 번째 '미션' 상영 때부터는 준비한 2500석이 거의 다 찼다. 늦게 와서 좋은 좌석을 놓친 이들은 뾰로통한 얼굴을 하고서도 상영관을 떠나지 않고 개중 나은 자리를 찾아 앉았다.

공짜 관람이라는 것만이 이 행사의 매력은 아니다. '애수' '사랑은 비를 타고' '빠삐용' '오즈의 마법사'…. 이 프로그램이 시민 호응을 끌어낸 데는 아름다운 영화음악을 통해 중·장년층의 추억을 소환한 영화 목록이 주효했다. 낯선 이들이 한데 모여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때로는 거대한 지붕 사이로 들치는 비를 맞기도 하는 여름밤의 낭만도 빼놓을 수 없다. 마치 영화 '시네마 천국'의 장면처럼.

이날 친구 4명과 함께 영화를 관람한 송연자(62) 씨는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다 왔다. 조금 지루한 영화를 할 때도 끝까지 다 봤다"며 "이 나이에 영화가 얼마나 좋은 것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함께 온 김분연(59) 씨는 "친구끼리 모이면 찻집에서 수다나 떨었는데 이제 고급스러운 취미가 생겼다"며 웃었다.

영화의전당도 이번 행사를 통해 얻은 것이 많다. 일반 시민을 영화의전당으로 이끈다는 목표도 이뤘고, 영화의전당이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알리는 데도 효과를 봤다.

이소영 영화의전당 시네마운영팀장은 "지난 16일에 상영한 '페르세폴리스'는 독특한 예술영화였는데도 생각보다 많은 분이 봤다"며 "영화의전당과 시네마테크의 '색깔'을 알리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영화의전당 한여름밤의 상영회는 다음 달 11일까지 '오즈의 마법사(8.28)', '카모메 식당(9.4)', '안경(9.11)' 등 세 작품을 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