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음악평론가 강헌의 대중음악 산책 <70> 여름 한낮, 거장들의 유쾌한 목소리 세 개

경이로운, 그 시절 '젊음 비망록'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8-21 19:36:57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왼쪽부터 한대수, 신중현, 송창식
여름 시즌에 발라드를 듣는 것은 고역이다. 세계의 오케스트라들도 거의 휴가에 들어간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여름=댄스뮤직'의 공식이 만들어졌고, 휴가 시즌이 시작되면 형형색색의 아이돌 그룹들이 저마다 신작을 발표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국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올해의 여름을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여름이 꼭 젊음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이럴 때 우리 대중음악의 거장들이 오래 전에 작성했던 젊음의 비망록을 들춰보는 것은 어떨까? 한대수에서 송창식에 이르는 경쾌하고 유쾌한 목소리를 통한 여름나기를 말이다.

먼저 이제는 아침 라디오 방송의 진행자가 된 한대수의 세 번째 앨범 '무한대(1989)'. 한대수는 서구의 도전적인 1960년대 정신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체-재구성한 이 땅의 거의 첫 번째 아티스트이다. 그의 음악은 탁한 보컬의 음색부터 과격한 록의 호흡을 자유분방하게 내뱉는 리듬, 그리고 선문답과 유사한 가사의 돌출적인 화두 제시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질서에 대한 원형질적인 반감으로 일관한다.

그가 유신정권의 폭압 속에서 훌쩍 이 땅을 떠난 뒤 근 15년 만의 침묵 끝에 발표한 이 앨범의 머릿곡 '하루 아침'(나중에 강산에가 리메이크하기도 했다)은 70년대 한국 모던 포크의 고전인 '행복의 나라'나 '물 좀 주소'와는 다른 갈래에서 '영원한 자유인'의 음악 혼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소주나 한잔 마시고' 깨닫는 이 자유로움은 세기가 바뀌고 난 지금에도 여전히 고귀하다.

그리고 나는 '삼천만의 애창곡'으로 불렸던 이 곡 '미인'이야말로 진중한 한국의 여름 노래라고 생각한다. 이 곡을 머릿곡으로 담고 있는 신중현과 엽전들의 1집(1974)은 거의 40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경이롭다.

그의 독특하고 재기 넘치는 기타의 뉘앙스는 일렉트릭 기타 고유의 충만한 박력과 도전적인 날카로움이 아니라 오히려 가냘프게 여운을 남기고 사라져가는 해금의 그것에 잇닿아 있다. 떠들썩한 '미인'의 리듬 안엔 골계적인 처연함이 녹아들어 있고 '설레임' 속에서 조심스럽게 음계를 이어가는 기타는 거의 선(禪)적인 정숙감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너무나 창조적인 그의 해학과 풍자의 정신은 겨우 '말장난' 수준인 지금의 젊은 뮤지션들에게선 결코 만날 수가 없다.

그리고 나머지 한 사람은 '비'에 대한 노래의 대가인 송창식이다. 1969년 번안곡 꾸러미를 안고 트윈폴리오라는 듀엣으로 모습을 드러내었을 때 그는 통기타 붐의 한 아들에 지나지 않았다. 1970년대 초반 '피리부는 사나이'와 '한 번쯤'의 성공으로 주류의 달콤함으로 기우는가 했으나 1975년 영화 '바보들의 행진'의 사운드트랙을 통해 '왜 불러'와 '고래사냥'을 터뜨림으로써 우리의 불우했던 청년문화의 마지막 불쏘시개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사랑이야'와 '토함산'을 담은 1978년 앨범을 신호탄으로 하여 외로운 거장의 반열에 오른다. 5공화국 시대의 3부작은 그것의 중간 결산이며 장인의 천의무봉한 호흡을 느끼게 해 주는 1986년의 이 앨범 속의 '담배가게 아가씨'는 우리에게 거장만이 가능한 대중음악의 예술적 품격을 가르쳐 주었다. 장난스러운 서주부터 해학적으로 끝나는 엔딩까지 이 노래에는 작은 한 편의 뮤지컬의 무게가 느껴진다. 이 노래를 듣다보면 더위의 끈적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2. 2[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3. 3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4. 4[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5. 5"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6. 6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7. 7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8. 8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9. 9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10. 10트럼프 “韓 알래스카 안 해도 괜찮다…더 청구하면 돼”
  1. 1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2. 2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3. 3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4. 4靑, 北 탄도미사일 발사에 긴급회의…“안보리 위반, 즉각 중단 촉구”
  5. 5李대통령, ‘정청래 그만 괴롭히라’는 글에 “괴롭힌 거 아냐”
  6. 6‘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7. 7[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8. 8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9. 9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10. 10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1. 1"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2. 2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3. 3“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4. 4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5. 5"건보료 재정누수 심각…1000만원 초과 고액체납 2배 급증"
  6. 6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7. 7최태원, 9440억 규모 SK 지분 매각 결정…노소영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
  8. 8국민·하나·부산은행도 당했다…금융권 해킹 피해 확산(종합2보)
  9. 9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10. 10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1. 1‘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2. 2[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3. 3[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4. 4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5. 5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6. 6“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7. 7“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8. 8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9. 9‘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10. 10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6. 6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7. 7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8. 8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9. 9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10. 10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미리보는 제31회 BIFF
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