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음악평론가 강헌의 대중음악 산책 <69> 엽기, 트렌드가 되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그 도도함, 거침없이 솔직하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8-14 19:34:15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가수 싸이가 지난 11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콘서트 '썸머스탠드 훨씬 더(THE) 흠뻑쑈'에서 열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0년대 한국 대중문화의 통속성을 이끌고 있는 키워드 중 '엽기'는 섹슈얼리티와 더불어 가장 폭발적인 이슈 중 하나였다. 이것은 검열로부터 자유로운 인터넷 문화의 확산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2001년부터 한국 대중문화를 이끌던 화두는 단연 '엽기', 혹은 영화 'No.3' 이후로 일상화한 '쌈마이' 취향의 키치이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이제는 브라운관의 주역이 되어버린 래퍼 싸이(psy)가 서 있다. 그와 그의 말과 행동은 변방의 뒷골목 이야기를 담은 영화 '친구'와 더불어 문화 담론의 쌍끌이 어선의 역할을 오랫동안 수행했다.

'싸이코'에서 앞부분을 따온 이름부터 수상한 함의를 드러내는 이 랩 청년의 전략적 기조를 읽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그는 거침없이 솔직하다. 중의적인 전술을 구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는 서태지와 다르고 비속어를 구사하긴 하지만 자신을 은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PD와 다르다.

그에게 모든 신비화는 위선으로 보인다. 음악인에게 운명과 같은 천형인 음악에 대해서도, 자신은 음악에 별로 재능이 없는 것 같으며 앨범 두 장 내면 다른 일을 해 보고 싶다고 공공연히 얘기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가 어느덧 정규 앨범만으로 6집을 내기에 이르렀고 온갖 한류 아이돌 그룹들을 제치고 콘서트 시장의 최고 주자가 되었다.

하지만 싸이의 본령은 결코 '엽기'가 아니다. 그는 단 한 번도 '엽기'를 주장하지 않았음에도 언론과 세상의 시선이 너무나 쉽게 그를 엽기로 몰아간 사실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랩의 주절거리는 산문성이 집중적으로 구현되어 있는, 예상 밖으로(?) 탄탄한 그의 데뷔 앨범을 곰곰이 들어 보면 랩에 대한 그의 진지하고도 순정적인 신뢰와 헌신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클럽 댄스 뮤직의 장식물로 전락해 버린 이 땅의 랩 풍토에 대해 그는 앨범마다 방대한 분량으로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다. DJ.doc가 숱한 시행착오 끝에 도달한 랩 정신의 구현이 이 뒤죽박죽인 '싸나이'의 머리와 입에선 마치 누에가 실타래를 치듯 너무나 자연스럽게 흘러 나온다.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새'는 언급하지 않더라도 '챔피언'을 지나 '강남스타일'에 이르기까지 세태를 호방하게 뒤집는 그의 도도한 변설은 중세 시대 저잣거리의 능청스러운 이야기꾼을 연상케 했다.

그는 2002년 월드컵 거리 공연을 계기로 래퍼로서는 드물게 본격적인 밴드를 구성하여 라이브 콘서트에 집중적인 열의를 지속적으로 보이며 참신한 공연 기획력을 발전시켰다. 하루가 다르게 판도가 바뀌는 이 아수라장에서 그가 십여 년을 버텨온 것은 결코 우연이나 행운이 아니다. 그의 세계를 알면 알수록 그가 '엽기'의 대표주자가 되어야 할 근거가 점점 희박해지는 것이 적잖이 당혹스럽다. 그는 주류의 브라운관에 겹치기 출연을 불사하면서도 립싱크를 수치로 여기며 라이브를 고집했고, 조금 나온 배를 숨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도 않았다.

그는 엽기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반짝쇼의 주재자가 아니라 자신의 모든 곡을 스스로 만들고 프로듀싱한 주목할 만한 싱어송라이터이며 랩의 명예를 오랜만에 되살린 훌륭한 랩퍼일 뿐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연휴 사흘간 32만 ‘부캉이앓이’…다가오는 작별(종합)
  2. 2150년史 부산항 무대 삼은 아레나, 세계 어디에도 없는 K-팝 명소로
  3. 3분유에 소주 타 먹인 친부…여직원 2년간 추행한 임원
  4. 4양산 춘추공원 재정비…6년 만에 변경안 고시
  5. 5“부산관광 뜨는 지금이 적기” 호텔투자 열기 서부산까지
  6. 6‘인천대 교수 임용 특혜 의혹’ 유승민 딸, 입건없이 10개월째 수사만
  7. 7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8. 8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9. 9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10. 10[도청도설] 부캉이가 띄운 북항
  1. 1‘인천대 교수 임용 특혜 의혹’ 유승민 딸, 입건없이 10개월째 수사만
  2. 2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3. 3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4. 4폭풍 SNS, 배우자 외부활동…총선운동 방불케 한 추석행보(종합)
  5. 5靑 “우크라 ‘비공개 합의 없었다’는 거짓 발표”…해명·사과 요구
  6. 6안보·사법·與 내홍…추석 이어 국감정국 달군다(종합)
  7. 7[속보]유시민, 이 대통령 검찰개혁 "국민 속인 것"…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해
  8. 8영화 '암살자들' 역사 왜곡? 사자 명예훼손? 격앙된 보수야권
  9. 9강신철 국방장관 "DMZ 폭발 원인이 北 지뢰로 확인되면 상응하는 조치할 것"
  10. 10[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2주 연속 상승…민주 38.7%·국힘 39.4%
  1. 1150년史 부산항 무대 삼은 아레나, 세계 어디에도 없는 K-팝 명소로
  2. 2“부산관광 뜨는 지금이 적기” 호텔투자 열기 서부산까지
  3. 3K-팝 효과 끝? 관광수지 넉 달만에 적자 전환
  4. 4‘사장님 퇴직금’ 노란우산, 공제·목돈 마련 든든
  5. 5늘어나는 법무수요…부산도시公 사내 변호사 찾기 안간힘
  6. 6[속보]폭탄 커진다…카드론 돌려막기 1조7000억 육박
  7. 7“체력 키우라고 준 지원금인데”…해경청 107명 악용
  8. 8금고 과당경쟁 제동…지역은행 판도 촉각
  9. 9“독자 기술이 미래 경쟁력…내년 매출 4100억 목표”
  10. 10한화에어로 ‘경력직 가이드라인(특정 학력·나이)’ 논란…“채용과정 개선할 것”(종합)
  1. 1연휴 사흘간 32만 ‘부캉이앓이’…다가오는 작별(종합)
  2. 2분유에 소주 타 먹인 친부…여직원 2년간 추행한 임원
  3. 3양산 춘추공원 재정비…6년 만에 변경안 고시
  4. 4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5. 5‘부캉이’를 市 명예 홍보대사로…온라인 투표 몰표
  6. 6부산시 재정난 겪는데…시유재산 세입관리 부실 투성이
  7. 7영화숙·재생원 진실규명 공로 손석주 ‘민주시민상’
  8. 8동의과학대학교 야구부, 2027 KBO 신인드래프트서 3명 지명·육성선수 2명 프로 진출
  9. 9금정구의원이라 믿었는데…임대보증금 1년 넘게 안 줘
  10. 10선거때 식사대접 혐의 사하구 체육회장 송치…돈봉투 수사는 무혐의
  1. 1오상욱 끝냈다…펜싱 男 단체 우승…승마 남동헌, 12년 만에 정상 탈환(종합)
  2. 2안세영, 천위페이도 가볍게 압승…결승 진출
  3. 3K-농구 황금시대…남녀 동반 우승, 3대3도 첫 金(종합)
  4. 4이강인·황인범 활용법 찾아라
  5. 5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6. 6[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7. 7한국 야구, 일본 꺾고 금메달…아시안게임 5연패 달성
  8. 8높이뛰기 우상혁, 2m22로 동메달
  9. 9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10. 10[속보]'약속의 8회’ 한국 야구, 일본 3-1로 꺾고 AG 5연패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아카데미 직행표’ 두고 세계 13편 경쟁…12편 프리미어 상영
한국문학관 기행
부끄러움 없는 삶, 오늘 우리에게 성찰을 던지는 공간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정답 없는 가족의 기록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인간 빈자리 차지한 반려 로봇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소윤-sky above,river below,and birds between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빨래 /심여혜
잡는 법 /김만옥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9일 (음 8월 19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8일 (음 8월 18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추석 때 사람들 만나 술 마시며 시 읊은 조선 중기 권벌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