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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규 작가의 '전원일기 시골학교 편', 충청도 일대 주민들과 그 마을에 남아있는 학생들을 담았다.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
- 개발 논리로 고유성 사라진
- 군소도시들의 쓸쓸한 풍광
- 8인의 작가 카메라로 담아내
영국의 대표적 시인이자 사상가 존 밀턴의 대서사시 '실락원(失樂園)'은 구약성서의 '창세기'에 근거했다. 최초의 인간 아담과 하와가 사탄의 유혹에 빠져 낙원에서 추방된다는 이 이야기는 인간의 원죄와 은총의 문제를 주제로 했다.
영원한 마음의 안식처이기를 희망하는 고향의 상실도 또다른 의미의 실락원이 아닐까. 고은사진미술관 신관(부산 해운대구 우동)에서 '실락원 Paradise Lost-고향의 상실과 군소도시의 탄생'전을 마련했다.
이상일 디렉터는 "급속한 근대화, 도시화를 거치면서 개발 논리에 의해 무분별하게 변형되거나 고유성이 퇴색해버린 지방 군소도시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지나온 우리의 근현대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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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연 작가의 '근대화상회', 전북 진안군 백운면. |
파괴되지 않은 순수 자연의 힘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로 우리는 종종 시골, 지방을 연상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골이나 지방을 찾아가도 이런 유토피아를 마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새마을운동 이후 획일적 근대화로 인해 이 마을, 저 마을이 모두 비슷해졌고, 어디를 가도 실재하는 고향은 찾을 수 없게 돼 버렸다. 이 디렉터는 "그야말로 유사한 고향만 있는 상실의 시대"라고 말했다.
참여작가는 고정남, 구성수, 김지연, 김윤호, 안수영, 양재광, 이민규, 최광호 등 8인이다. 사진에서 보여주는 오늘의 풍경은 요란한 주제를 드러내는 대신 조금은 쓸쓸하고 아리다.
'진달래' 시리즈를 선보인 고정남 작가에게 진달래는, 끝없는 그리움이자 영원한 생명이다. 일본 유학 중 잠시 들른 고향(전남 장흥)에서 본 분홍 속살의 진달래에게서 강한 생명력을 느낀 작가는, 한국전쟁 당시의 접전지와 진달래를 나란히 보여주면서 분단의 현실도 무너뜨릴 수 없는 진달래의 질긴 속성을 드러내고 있다.
김지연의 '근대화상회'는 근대의 흔적으로 남은 마을가게들에 대한 기록이다. '근대화상회'라는 가게 이름이 보여주듯 1970~80년대 큰 길가에 버티고 있던 그 공간은 농촌에서 일어난 모던하고 상큼한 상업주의의 신호탄이었다. 그러나 '○○마트'로 발길을 돌리는 요즘, 근대화상회는 더 이상 모던하지 않은, 초라한 가게임을 증명하고 있다. 이민규의 '전원일기 시골학교 편'은 충청도 일대의 주민들과 그 마을에 남아 있는 학교의 전교생을 기록했고, 구성수의 '타임스페이스'는 군소도시의 어쩔 수 없는 몰락과 상실을 담았다.
'고향을 상실한 이 시대의 망향가'라고 소개한 이번 전시에서 감상자들은 더 이상 가슴 뛰는 바다도, 잔재미로 가득찬 구멍가게도 만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다음 달 16일까지. (051)746-0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