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은교·윤후명 등 5명 참여

- 현실참여시 모태 '실천시선'
- 200호 맞아 128편 골라 엮어

1970, 80년대 암울한 시대의 파고를 헤쳐나온 시심(詩心)이 수십 년 만에 합동시집 '고래'(책만드는집·8000원)와 실천시선 200호 기념 시선집 '나는 상처를 사랑했네'(실천문학사·1만 원)로 결실을 봤다.

강은교(여·67) 김형영(68) 석지현(66) 윤후명(66) 정희성(67) 시인이 합동시집 '고래'를 냈다. 이들이 1969년 '70년대'라는 동인을 결성한 지 43년 만이다. '70년대'는 애초 강은교 김형영 박건한 윤후명 임정남 다섯 시인으로 결성했다. 창간호를 낸 뒤 정희성 석지현 시인이 합류했다. 윤후명 시인은 "우리가 '70년대'를 냄으로써 시단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겠다고 나섰다"며 "당시 '현대시' '60년대 사화집' '시단' 같은 영향력 있는 동인지가 포진한 시단 풍토에 일종의 반기를 든 셈"이라고 말했다. '70년대'는 하지만 유신으로 73년 6월 해체됐다. 1년 전부터 다시 만나기 시작한 이들은 '70년대' 대신에 '고래'라는 이름을 선택했다. 윤 시인은 "결성 당시 '고래'와 '70년대'를 놓고 고민했는데 40여 년 만에 임 시인이 제안한 '고래'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설명했다.

'고래'에는 다섯 시인의 자선 대표시 5편과 신작시 10편이 실렸다. 이미 고인이 된 임정남 시인과 오랫동안 시를 쓰지 않은 박건한 활판공방 주간은 참여하지 못했다. 정희성 시인은 시인의 말에 "시인에게 세상 모든 일이 낯설지 않고 친숙해 보일 때가 바로 스스로를 경계할 때인 것이다. 시가 낡은 사물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것일진대, 사물이 낯설지 않고 친숙하게 보이면 거기에 더 이상 시는 없다"고 썼다.

실천문학사의 실천시선이 32년 만에 200호를 맞았다. 1980년 1권을 비워둔 채 2권 '팔레스티나 민족시집'으로 시작했고, 1984년 고재종 김해화 등 신인 시인 14인의 신작시집 '시여 무기여'가 1권이 됐다.

200호 기념 시선집 '나는 상처를 사랑했네'는 그동안 실천시선으로 출간된 개인 시집 가운데 한 편씩 골라 총 128편을 담았다. 선시 대상에서 서사 시집이나 장시집은 제외했다. 시선집은 한국 리얼리즘 문학의 총화이자 한국시의 드넓은 지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지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천시선을 통해 고은 신경림 김남주 김지하 도종환 강은교 허수경 같은 한국의 대표 시인의 대표 시집이 대거 출간됐다.

박수연 문학평론가와 함께 책을 엮은 최두석 시인·문학평론가는 "실천시의 특징이자 미덕은 말의 미로 속으로 독자를 끌고 가지 않는 점"이라고 밝혔다. 쉽게 말해 과장된 몸짓으로 자기도 모르는 헛소리를 하지 않다는 얘기다. 최 평론가는 "어렵지 않게 시인의 처지와 한 마음이 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실천시가 대응하는 인생의 넓이와 깊이를 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