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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평론가 강헌의 대중음악 산책 <67> 뮤직비디오가 낳은 음악의 명과 암

보는 음악 시대, '라디오 스타'는 죽어간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7-31 19:22:14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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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모 뮤직비디오 '투 헤븐'
1980년, 단돈 20만 달러의 자본금으로 온종일 뮤직 비디오만을 방영하는 음악 유선방송국이 개국한다고 했을 때 거개 미국 음악산업 관계자는 그 황당한 발상에 조소를 보냈다. 

하지만 채 5년이 되기도 전에 뮤직 텔레비전, 곧 MTV는 2500만에 달하는 가입 가구 수를 기록하며 음악의 역사는 물론 방송의 역사를 새로이 쓰기 시작했다. 뮤직 비디오 없이 1980년대 초·중반 팝의 황제로 군림하던 마이클 잭슨과 당시 떠오르는 샛별이었던 마돈나와 프린스 같은 슈퍼스타들을 상상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하여 뮤직 비디오는 음반 홍보 보조물의 지위에서 벗어나 음악의 생산과 소비의 개념을 혁신시켰으며 독자적인 표현 미학의 영토를 순식간에 완성해 버렸다. 뮤직 비디오의 부상과 디지털 포맷인 CD의 출현은 80년대 세계 대중음악사의 거대한 전환점이 된 것이다.

이 '보는 음악'의 붐은 1990년대 초·중반 템포가 빠른 댄스뮤직의 득세와 더불어 한반도에 거세게 몰아쳤고, 1995년 유선방송의 개국과 함께 이제는 하나의 일상이 되었다. 1990년대 벽두만 해도 제대로 제작비를 투입한 뮤직 비디오 클립은 당시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변진섭 정도에 불과했지만, 1992년 봄에 등장한 서태지와 아이들의 열풍은 뮤직 비디오의 전성시대를 예감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바통은 1990년대 후반을 장식한 슈퍼스타 조성모로 이어진다. 그리고 바로 이 뮤직 비디오는 21세기에 이르러 K-pop 한류의 가장 중요한 지구촌 홍보수단이 되었다. 

하지만 이 '보는 음악'의 역기능은 상당히 심각하게 형성되기 시작한다. 무엇보다도 '음악' 그 자체의 청각 예술에 대한 존중이 시장에서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면서 음반산업의 손익분기점은 급속히 치솟았고 가난한 인디의 신화와 다양성을 추구하는 마이너 아티스트의 고귀한 가치는 날이 갈수록 빛이 바래져갔다. 

뮤직 비디오의 퍼레이드가 낳은 어둠의 뒤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의 선풍이 지금 세계 대중문화계에 황금알을 낳을 거위가 된 모바일 콘텐츠 시장의 주력 소프트웨어 중의 하나가 되었지만, 이미 우리는 음악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미디어 하나를 완전히 초토화하는 우를 범했다. 아무리 동영상이 미디어의 근간이라고 하더라도 음악의 근본은 여전히 소리이며 그것의 주력 미디어가 역시 FM 라디오 채널임은 음악산업의 본토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시장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우리에겐 더는 라디오 스타가 존재하지 않게 되었으며 나아가 라디오라는 전통적인 음악 매체 자체가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거의 상실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이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음악이 그저 흥행기획 상품의 지위로 전락할 때 시장은 장기적인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거나 극단적인 양극화로 치닫게 된다. 

그런 점에서 뮤직 비디오는 음악에 있어서 필요악이다. 하지만 이 필요악이 전진하는 개념이 되기 위해선 독창적·전위적인 인디 뮤직 비디오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미국 얼터너티브 진영의 몇몇 아티스트처럼 뮤직 비디오 자체를 거부하고 라이브 콘서트에 주력하는 대안적 노선이 주장될 필요가 있다. 한국 뮤직 비디오의 향방은 바로 이 지점에 걸려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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