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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아테네 시내 중심부에 있는 아고라 유적. 광장의 뜻을 가진 아고라는 서양에서 직접민주주의 전통의 상징이다. 국제신문DB |
- 富의 정치 권력 독식 방지 목적
- 추첨 선출 시민이 입법단 구성
- 고대 아테네 제도 도입 등 제안
- 최초의 민주주의-오래된 이상과 도전
- 폴 우드러프 지음/이윤철 옮김
- 돌베개/1만7000원
대통령 선거가 다섯 달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대통령 후보가 난립하고 있지만 정작 유권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대변해줄 후보를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벌써 기권하겠다는 유권자가 적지 않다.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한 정치체제 모델로 평가받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기가 한국 사회에서 커지고 있다.
폴 우드러프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최초의 민주주의에서 기원전 아테네로 돌아가 민주주의가 과연 무엇인지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민주주의의 본질을 찾는 지적 탐사다.
고대 그리스인은 민주주의를 직접적으로 경험했고, 민주주의 이념을 놓고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민주주의와 닮은 모양새로 현혹하는 대역(代役·double)과 민주주의를 혼동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위기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세 가지 대역은 민주주의를 헷갈리게 하는 '짝퉁' 민주주의인 셈이다. ▷투표 ▷다수결의 원칙 ▷대표 선출제가 바로 그것.
우리나라와 미국처럼 거대 양당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유권자의 선택 폭이 넓지 않다. 다수결의 원칙은 다수의 절대적 권력 아래 소수를 종속하는 '중우(衆愚) 정치'로 변질할 위험을 안고 있다.
대표 선출제 역시 자신의 손으로 선출한 대표가 우리의 의지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선출직 대표가 자신의 속한 정당이나 이익단체에 휘둘리기 때문이다.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정당 제도 아래에서 승리한 정당은 항상 소수의견을 가진 자들을 침묵하게 하는 방법을 동원한다. 침묵을 강요당하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무관심하거나 소외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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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파엘로가 그린 '아테네 학당'. 중앙에 위치한 두 사람이 플라톤(왼쪽)과 아리스토텔레스이다. 고대 그리스인은 시민 지혜, 교양 교육을 민주주의의 핵심 이념으로 삼았다. |
그렇다면 저자가 밝히는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 7가지 핵심 이념을 무엇일까. 저자는 민주주의의 핵심 이념으로 ▷참주정으로부터의 자유 ▷조화 ▷법에 따른 통치 ▷본성에 따른 자연적 평등성 ▷시민 지혜 ▷지식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추론 ▷교양 교육을 꼽았다.
특히 고대 그리스인은 본성에 따른 자연적 평등성을 유지하기 위해 아테네 10개 부족 모두를 대상으로 추첨제를 도입했다. 추첨으로 선출된 시민은 배심원단, 500인회 그리고 입법단을 꾸려 부패를 막았다. 돈 없는 사람이 정치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부(富)가 정치적 권력을 독식하는 것을 막는 방안으로 추첨제의 도입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저자는 제안한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의 어두운 면이 존재했다. 노예제와 전쟁 문화를 기초로 했으며 여성은 공적·정치적 시민의 삶에서 배제됐다는 점이 그렇다. 어쨌든 이 책은 우리가 민주 시민으로 살아가면서 느꼈던 고민을 성찰할 기회를 제공해준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쓴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후마니타스)와 함께 읽어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