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두 번의 '나는 가수다' 출연으로 2012년 디바 왕관을 예약한 소향(사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CCM의 간판스타로 기독교계에선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인물이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생소했던 그녀는 신예 밴드 국카스텐과 쌍두마차를 이루며 낮은 시청률에 허덕이는 '나가수'에 아연 활력을 불어넣었다.
본래 오페라에서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소프라노 프리 마돈나를 일컫는 말이었지만 폭넓은 음역과 장르를 넘나드는 자유자재의 표현력, 거기에다 글자 그대로 여신의 풍모를 갖춘 대중음악계의 여가수를 두고 언제부터인가 디바(diva)라는 애칭을 붙여 왔다. 소향은 이와 같은 디바의 요건에 딱 들어맞는 그런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일반적인 대중음악인과는 조금 다르다. 새벽마다 주님만을 위해 헌신할 테니 머라이어 캐리와 같은 재능을 부여해 달라고 기도했던 여고생 소녀는 Pos라는 이름의 CCM 그룹을 통해 그 꿈을 이루었다. 그의 가창력에 놀란 많은 기획사가 러브콜을 던졌지만 그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의 길을 오랫동안 고수했다.
하지만 2011년 소향은 대중음악계에서 놀라운 가창력을 지닌 두 여가수 박정현, 이영현과 더불어 디바 프로젝트라는 미니 앨범에 참여하면서 외연을 조금 넓힌다. 이 미니 앨범은 동화이자 애니메이션으로 널리 사랑받은 '인어공주'를 테마로 만든 'Mermaid'라는 난곡을 세 가수가 각각 부른 것을 담은 일종의 배틀 음반이다. 이 노래에서 소향은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수문장 오승환이 던지는 '돌직구'와 같은 직진하는 에너지로 단숨에 클라이맥스에 도달하는 놀라운 보컬 테크닉을 선보였다. 그리고 SG워너비 출신의 이석훈과 '감사'라는 노래를 듀오로 발표하며 경탄을 불러일으켰다.
소향이 교회를 벗어나 '나가수' 무대에서 휘트니 휴스턴과 정훈희의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그가 앞으로 본격적인 대중음악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이는 아마도 더 넓은 대중적 지평에서 그의 본령인 복음을 널리 전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사실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이라는 음악 자체가 전통적인 기독교 음악인 미사나 찬송가, 그리고 흑인 교회에서 탄생한 가스펠과는 달리 팝과 록, R&B 등의 다양한 음악 문법 위에 종교적인 영감의 노랫말을 담은 대중음악의 한 장르이다. 이 음악은 1970, 80년대 미국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교회의 젊은 회중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고, 이 문화는 그대로 한국에 상륙했다. 대중음악인 중에서도 기독교에 귀의한 인물들이 많고 대중음악 중에도 윤복희의 '여러분'이나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처럼 종교적인 은유를 담은 노래들이 허다하다.
하지만 소향의 경우처럼 CCM의 영역에 한정되었던 음악인이 이토록 엄청난 기세로 대중음악 시장의 한가운데로 진입한 예는 일찍이 없었다. 그가 앞으로 어떤 새로운 노래를 우리에게 보여 줄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나처럼 기독교나 CCM에 관심 없었던 사람조차도 그가 이전에 발표했던 노래들, 가령 '반석 위에'나 '너무 멀리 왔나요' 같은 CCM을 찾아 듣게 되는 걸 보니 소향의 권능은 사뭇 대단하다. 어쩌면 이것이 음악의 힘, 노래의 힘이 아닐까? 물론 소향은 그것이 주님이 인도하시는 길이라고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