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룡 '새벽바다'

- 안데라스 라우·김성룡·성유진
- 작품 40여점 31일까지 전시

소위 '센 그림'들이 전시장을 메웠다. 인간의 신체가 훼손·변형되기도 하고, 어디론가 가면서 뒤돌아보는 듯한 여인의 분열된 두 얼굴이 방문자를 혼란케 했다. 한쪽에서는 고양이 인간의 머리 위에서 메두사의 그것처럼 손톱 모양의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최근 문을 연 문&박 갤러리(부산 해운대구 우동)에서 두 번째로 기획한 '현대작가 3인'전이다. 하나같이 강렬한 인상을 뿜어내는 안데라스 라우와 김성룡, 성유진 작가의 작품 40여 점이 소개돼 있다.

안데라스 라우 'Anonymserie'

독일의 2세대 표현주의 작가인 안데라스 라우(Andreas Lau). 2007년, 2008년 키아프(KIAF·한국국제아트페어)와 한국화랑미술제를 통해 국내에 알려졌다. 그는 '인물의 재구성'이라는 특성과 새로운 회화 기법을 수용한 독특한 양식을 창조했다. 전시장에서는 각기 다른 24명의 인물이 선과 점, 일렁거리는 물결 등으로 표현되면서 형태가 삭제·왜곡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가까이 들여다 볼수록 보이지 않게 비튼 이 작품은 몇 발자욱 뒤로 물러나야지 어렴풋한 형태나마 감지할 수 있다.

갤러리 박재형 대표는 "독일 표현주의 예술가들의 정신적 출발점은 제1차 세계대전과 주변 세계에 대한 공포를 들 수 있다"면서 "그들은 인상주의 및 야수파 화가들과 달리 자연을 모방하는 것에서 탈피해 색채와 선의 선택으로 감정 표현을 추구했고, 모든 면에서 훨씬 과격하게 사물과 인간 신체를 변형했다"고 설명했다.

성유진 'blooming'

'볼펜 화가' 김성룡은 일반인들이 쓰는 유성 볼펜으로 그림을 그린다. 작가는 1990년대 초반 유화나 아크릴물감이 그림 그리는 소재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볼펜과 먹, 물감의 혼합된 재료로 독특한 표현방식을 이루어 냈다. 색색의 날카로운 볼펜 선이 만들어내는 치밀하고 빼곡한 밀집으로 이루어진 작품 속에는 인간의 본능과 욕망에 의해 파헤쳐진 처절한 고통이 자리잡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날카로운 볼펜선이 아닌, 붓 터치를 이용한 물감 작품도 소개됐다. 원색적인 색감 위에서 표현된 풍경의 세계가 작가의 독특한 내면과도 닮아 있는 듯하다.

고양이 화가 성유진은 옷감으로 쓰는 광목 천을 캔버스를 대신해 사용한다. 천 위에 콩테로 무수히 선을 반복해 겹치면서 붓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깊이가 느껴진다. 큰 얼굴과 길다란 손톱이 돋보이는 고양이 인간에게서 불안과 욕망, 소외의 감정에 짓눌리는 우리 내면과 맞닥뜨리게 된다. 오는 31일까지. (051)746-7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