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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동준의 '대저·1971년'. 강에 들어가 빨래하는 아낙네와 그 옆에서 발가벗고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
- 기획 '부산 사진의 재발견' 일환
- 후기 리얼리즘 2세대 대표 조명
지난해 7월부터 약 1년간, 지역의 한 사설 미술관에서 여태껏 보지 못한 기획전이 잇따라 열리고 있다. 부산 사진에 대한 연구와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데 문제점을 느낀 고은사진미술관(부산 해운대구 우·중동)에서 기획한 '부산 사진의 재발견'과 관련한 연속 전시물이다.
고은사진미술관 측은 먼저 부산의 1, 2세대 대표사진가 21명을 조명한 '부산 사진의 재발견:기억과 트라우마'전을 통해 부산 사진을 1차적으로 검토했고,후속 기획물의 첫 주인공으로 부산을 지킨 1세대 사진작가인 정인성('정인성, 부산사진의 여명'전)을 집중 조명했다. 두 전시를 통해 부산 사진의 역사를 전시와 담론의 형태로 이끌어내는 성과도 있었다.
정인성에 이어 두 번째 탐구 대상으로 선정된 이는 부산의 사진작가 배동준(77) 씨. 고은사진미술관 본관(해운대구 중동)에서 '근대적 풍경의 탐구'라는 타이틀로 마련한 그의 사진전을 통해 임응식·정인성(1세대 작가)을 잇는 후기 리얼리즘 사진의 대표 주자를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흑백·컬러 60여 점)들은 20세기 풍경사진의 변화 과정을 모두 담고 있다. 흑백과 컬러로 표현한 그의 사진이 자연풍경과 삶이 담긴 사회풍경 모두를 아우르기 때문이다.
경남 산청 출생의 배동준은 부산 사진의 2세대 작가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중등교사양성소를 졸업(1956년)한 그는 이듬해 서울 경복궁에서 열린 '인간 가족'이라는 사진전을 접한 뒤 사진으로 방향을 틀고, 지금까지 우리의 모습과 삶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그의 사진은 인간의 모습과 삶의 풍경에 최대한 집중한다. 구두를 길게 줄세운 뒤 곤히 잠든 자갈치의 구두닦이(1973년), 강에 들어가 빨래하는 아낙네와 그 옆에서 발가벗고 노는 아이들(1971년·대저), 송도 바다 둑에 앉아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젊은 엄마(1973년), 나즈막한 부산 시청의 야경(1956년) 등. 클로즈업과 심미성을 배제하면서 현실의 삶을 프레임 속에 개입시키고 있다. 집요하리만치 리얼리즘을 추구했다.
작가는 "최민식 선생의 작품은 얼굴을 클로즈업하면서 배경을 흐릿하게 한다. 주제를 살리는 대신 주위 환경, 배경은 한발짝 물러서는 형태다. 저는 환경과 분위기를 중시한다. 생활환경 속에 사람이 들어감으로써 '풍경과 사람'의 관계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항상 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둔 그의 작품에 대해 한 사진평론가는 "19세기 자연주의의 낭만적 느낌이 나는 풍경 속에 인물이 절묘하게 자리잡고 있는 형국"이라고 평했다.
경제성장이 국가적 목표였던 1970년대 한국사진은, 사라져가는 농촌 풍경과 한국적 전통을 기록하거나 사회적 모순에 관심을 갖는 작가들이 새롭게 등장했다. 그러나 부산 사진은 특이하게도 임응식, 정인성 등의 1세대 작가들을 중심으로 펼쳐진 생활주의 리얼리즘 운동의 영향이 지속됐다. 이 시기 부산 사진은 인간의 모습과 삶의 풍경에 천착하면서 저마다 개성이 드러나는 리얼리즘 사진이 주를 이뤘다. 서울대에서 임응식에게, 부산대에서 정인성에게 배웠던 배동준 역시 이런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고은사진미술관 이상일 디렉터는 "배동준의 사진은 생활과 풍경을 결합함으로써 리얼리즘 사진과 풍경사진의 경계를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로 풀어냄으로써 자신만의 풍경을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오는 9월2일까지. (051)744-3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