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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2 개그콘서트의 '용감한 녀석들'의
한 장면. KBS 제공 |
개그맨들의 가수 겸업 열풍이 뜨겁다. '개그콘서트'의 가장 인기 있는 코너이기도 한 '용감한 녀석들'의 힙합은 기존 CF 스타들의 아성까지 위협하고 있고, 정형돈이 힙합 뮤지션 데프콘과 듀오를 이룬 형돈이와 대준이의 '안좋을 때 들으면 더 안좋아지는 노래'는 차트의 정상을 차지하며 한류 아이돌 그룹을 긴장시키고 있는 중이다.
음악시장에서 이들 개그맨들의 약진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미 저 1960년대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코미디언 서영춘은 "시골 영감 처음 타는 기차 놀이다…"로 시작하는 만담 풍의 '서울 구경'을 히트시켰다. 거의 랩에 가까운 이 노래는 만요의 붐이 일던 1936년 강홍식이 불렀던 '유쾌한 시골 영감'을 새롭게 리메이크한 곡이다. 이 노래의 원곡은 19세기말 미국의 조지 존슨이 처음으로 발표했는데 1920년대 영국의 희극배우 찰스 펜로즈가 'Laughing Policeman'라는 제목으로 음반을 취입하여 성공을 거두었고 일본어와 중국어로도 번안되었던 노래이다. 경성 모더니즘 시대인 1930년대 중반부터 한국의 대중음악은 이미 글로벌한 소통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코미디언, 혹은 개그맨은 팔방미인이다. 감독과 시나리오, 영화음악까지 직접 소화했던 찰리 채플린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개그맨들은 인접 장르인 연기와 노래를 개성적으로 수행한다. 따라서 이들이 노래와 춤을 자신의 개그의 소재로 고용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1980년대를 강타했던 장두석과 이봉원 콤비의 '시커먼스'의 패러디 음악이나 이수근의 '고음불가' 같은 코너가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또한 개그맨들이 아예 자신의 재능과 대중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앨범을 발표하는 일도 빈번했다. 70년대 숱한 스타들을 낳았던 해변가요제 출신의 톱 개그맨 주병진은 말할 것도 없고 최양락과 이성미, 그리고 이휘재 같은 인물들은 본격적인 대중음악 앨범을 발표했고, 1990년대의 기린아였던 이휘재는 5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이들이 가장 장기로 삼았던 분야는 코믹 크리스마스 캐롤일 것이다. 심형래의 영구 캐롤이나 최양락의 네로 크리스마스, 김미화 김한국의 쓰리랑 부부 캐롤은 연말에 유쾌한 웃음을 지속적으로 선사했다.
'개그맨'과 '가수'의 합성어인 '개가수'는 날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정형돈과 유세윤의 경우에서 보듯이 이들은 아예 프로뮤지션과 듀오를 이루거나 팀을 만들어 본격적인 음악을 선보인다. 여성 개그 스타인 안영미와 강유미는 아예 밴드를 만들어 이번 여름 시즌에 신보를 발매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은 개그 프로그램이나 여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일상적으로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자신들의 강점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다른 직업 가수들이 힘겹게 신곡을 홍보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게 자신의 노래를 순식간에 히트곡으로 만들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천부적으로 지니고 있는 풍자와 해학의 정신을 노래에 탑재하여 천편일률적인 기존의 노래에 식상한 음악 수용자들에게 한줄기 청량한 음악적 자극을 선사한다.
프로페셔널들이 가세한 이들의 음악은 그 완성도에 있어서도 결코 졸속적이지 않다. 이래저래 기존의 음악인들은 살아남기 위해 더욱 치열한 경쟁을 펼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이들 개가수의 노래에 대중이 왜 열광하는지 음악인들은 곰곰이 분석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