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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모 작가의 '길을 따라서-맨해셋의 추억' |
"길은 인간 문명의 궤적과 함께 편리함과 시간 절약을 위해 만들어 놓은 문명의 산물이다. 그러나 자연의 측면에선 분명 자연 파괴다. 양면성을 지닌 길, 그 길을 통해 우리가 보지 못했던 다양하고 풍부한 시각적 경험을 한다. 인간의 뇌리에 여러 경험이 녹아 있듯 캔버스를 인생으로 본다면, 여러 이미지를 함께 넣는 것도 가능할 듯 싶었다."
미국 뉴욕 거주 조성모(53) 작가가 한 화면을 여러 개로 나눠 '길'을 그리는 이유다. K갤러리(부산 해운대구 중동)에서 오는 13일까지 초대전을 열고 있는 그는, 2001년 부산 전시 후 11년 만에 고국을 찾았다. 전시 제목은 '길을 따라서(Along the Road)'다.
화면에는 밤하늘 초승달과 숲길의 전경과 어스름 해가 떠오르는 새벽녘 고속도로가 함께 공존한다. 때론 꼬불꼬불 숲길과 둥치만 남은 나무, 그 사이로 맨해튼의 높은 건물들이 화려한 네온사인을 밝힌다. 3~4개로 분할된 화면은 'LOVE'가 연결고리 마냥 서로 이어주고 있다. 화면에 종종 등장하는 'LOVE'는 아픔을 감내하면서 깨달아야 할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자는 뜻이다.
작가는 "제 작품의 주제는 문명과 자연, 그 사이에 있는 인간이다. 결국, 인간이 자연과 문명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작가로서 이 시대를 살면서 둘 사이의 평화로운 공존을 어떻게 제시할까를 늘 화두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길'을 통한 자연과 문명의 관계를 화폭에 풀어낸 것은 벌써 20년이 넘었다. "1980년대 말, 대학(강릉) 강의를 위해 새벽 도로를 달리다 자욱한 안개가 내려앉은 길 위에서 나 자신이 영화의 한 장면에 빠져드는 황홀감을 느꼈다. 그 잔상이 작품으로 나타났다." 여기다 1992년 미국으로 가 학비와 생활비 등을 벌기 위해 약 8년 동안 택시 운전을 하며 밤길을 달렸던 경험들도 독특한 영상으로 표출됐다.
그는 "왕복 4시간씩 운전하면서 상념에 빠졌다. 고국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자연과 문명이 좀 더 균형을 맞췄으면 하는 생각 등 길을 달리면서 희로애락을 경험하곤 했다. 결국 '길은 인생'이다"라고 말했다. 작가는 오는 15일부터 서울 선화랑에서 릴레이 전시를 가진다. (051)744-66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