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치는 저 바다에 뱃고동 소리 울리고/ 광안대교 반겨주는 낭만의 부산항이여~'.

24일 처음 판매되는 가수 박경훈(사진)의 새 앨범 수록곡 'I Love Busan' 일부다. 박경훈이라는 이름이 낯설다. 그는 1980년대 활동한 부산 출신 가수로, 밴드 '위대한 탄생'의 주축이 된 그룹 '갈채'에서 리드보컬로 활동했다.

그가 이번에 내는 앨범에 관심이 가는 이유는 수록곡 가운데 5곡을 올 초 타계한 고 이호준 작곡가가 만들었기 때문이다. 작곡가 이호준을 한 번에 설명할 수 있는 노래는 조용필의 '친구여'다. 이와 함께 조용필의 '그대 숨결이 머무는 곳에', 김완선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 김종찬의 '토요일은 밤이 좋아', 나미의 '인디안 인형처럼' 등 히트곡들을 만들고 드라마 '겨울연가' OST 등을 프로듀싱하며 우리 대중가요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이 작곡가가 '위대한 탄생'의 멤버일 때 그와 인연을 맺은 박경훈은 지난해 초 앨범에 담을 곡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흔쾌히 수락한 이 작곡가는 'I Love Busan' '남자니까' '우리사이' '미움꽃' 등 4곡을 새로 만들었고, 예전에 발표한 '해운대의 밤'도 그를 위해 재편곡했다.

그러나 1년간 함께 앨범 작업을 해오던 중 이 작곡가는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고 올 초 폐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지난달 별세하기까지 극히 짧은 기간에도 그는 스튜디오에서 이 앨범 작업에 힘을 쏟았다.

그는 생전에 고향도 아니고 연고도 없는 부산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푸른물결 춤을 추고 물새 날아드는 해운대의 밤은 또 그렇게 지나가는데'로 시작하는 '해운대 연가'를 디스코로 재편곡한 이유도, 자신이 사랑한 해운대 노래를 더 쉽고 재미있게 다시 만들어 전 국민이 불러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박경훈 씨는 "병마에 아내를 잃고, 오토바이 사고로 한쪽 다리가 완전히 망가져 절망 속에 살고 있을 때 호준 형이 내게 살아갈 희망을 주었다"며 "그의 마지막 작품이 반드시 세상의 빛을 보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앨범을 만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