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쟁부문 최우수작품상
- '원숭이 놀라게 하려고…'

제29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가 14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폐막식을 끝으로 닷새간의 일정을 마쳤다.

60편이 출품된 경쟁 부문(심사위원 도미니크 카브레라 전계수 변영주) 최우수작품상인 동백대상은 얀스 아수르 감독의 '원숭이 놀라게 하려고 닭 죽이기(Killing the chickens to scare the monkeys·스웨덴·사진)'에 돌아갔다.

이와 함께 ▷우수작품상 '반달곰(No Cave·한국)'의 이정홍 ▷작품상 '애드벌룬(See you Tomorrow·한국)'의 이우정 ▷심사위원특별상 '태양의 인큐베이터(The sun's Incubator·시리아)'의 아마 알백 ▷픽션상 '추운 1월(Cold January·이집트)'의 로마니 사아드 ▷다큐멘터리상 '모래(My Father's House·한국)'의 강유가람 ▷애니메이션상 '플라밍고 프라이드(Flamingo Pride·독일)'의 토머 에셰드 ▷실험영화상 '할머니들(Grandmothers·영국)'의 아파린 에발 ▷연기상 '애드벌룬'의 이민지·장의영·박경혜이다.

올해 '영화의전당 시대'를 연 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형식과 내용 면에서 의미 있는 발전을 이뤘다. 여느 해보다 많은 관객이 영화제를 찾은 데는 '영화의전당' 효과도 있지만 흥미로운 프로그램 구성이 큰 역할을 했다. 가장 호평받은 부분은 올해 도입한 '주빈국' 제도다. 그 첫 번째 국가인 프랑스를 주제로 4개 섹션에 걸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특히 프랑스 도미니크 카브레라 감독의 중·단편 11편을 상영한 '시네아스트 2012'와, 1910년대부터 최근까지 프랑스 걸작 중·단편을 상영한 섹션은 세계 영화의 미학 경향을 주도해 온 프랑스 영화의 '근원'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평가받았다.

마스터클래스와 대담, 관객과의 대화 등 부대행사도 다양하고 내실 있게 진행됐다. 특히 일반 관객의 참여도가 높았던 것은 변영주 감독과 카브레라 감독이 함께한 '오픈 토크'다. 두 사람은 독립 영화 및 다큐멘터리로 명성을 얻었지만, 상업 영화·극영화 작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대담에서 독립 영화와 다큐멘터리 정신에 관한 깊이 있는 토론으로 참석자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지역 영화학도들이 '영화도시 부산'을 공통 주제로 해 작품을 촬영하고 출품한 '오퍼레이션 키노'도 영화제의 특색있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엿보였다.


# 심사위원 한마디

◇ "젊은 영화학도가 봐야할 영화 많아"

▶변영주('낮은 목소리'(1995)로 파란 일으킨 다큐 감독·최근 '화차' 연출)

-심사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큰일 났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네.'(웃음) 무서울 만큼 훌륭한 작품들이 있었다. 더 많은 젊은이가 객석을 채웠으면 좋겠다. 젊은이가, 특히 젊은 영화학도가 이 영화들을 봐야 하는 이유는 작품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그들과 비슷한 나이로 동시대에 살면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 "거대 상업영화에 대항할 힘 실감"

▶도미니크 카브레라 (프랑스 대표 독립영화감독·대표작 '따뜻한 인정')

-나의 초기작들이 한국어 자막과 함께 대형 스크린에서 상영되다니!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영화의 원형적 실험인 단편 영화를 심사하면서 '미국 중심 거대 상업 영화에 대항할 힘'이 자라고 있음을 실감했다. 영화를 찍으려는, 혹은 영화를 사랑하는 여러분은 절대 그 싸움에서 져선 안 된다. 정치에 무관심해서도 무감해서도 안 된다.


◇ "프로그래밍 훌륭… 영화제 내내 즐거워"

▶전계수(독특한 사랑영화 '러브픽션'의 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

-굉장한 작품이 여럿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인 '원숭이…'가 보여 준 수준은 놀라웠다. '이것이 미장센(한 장면 속 모든 이미지 요소가 주제를 드러내도록 하는 감독의 지시)이다'라는 표현이 전혀 아깝지 않은 작품이다. 올해 심사를 맡은 것은 무척 소중한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영화제의 프로그래밍이 훌륭해서 영화제 내내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