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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즐거움] 그 많던 언어들 어디 갔을까 /조해훈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 - 다니엘 네틀·수잔 로메인 지음/김정화 옮김/이지북스/1만8000원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5-04 19:25:14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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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사용하는 언어가 바로 당신이다'.

이 말은 많은 것을 내포한다.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당신의 얼굴이 결정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평소 거친 언어를 내뱉는 사람은 이 말에 가슴이 뜨끔할 것이다. 하지만 이 말에는 무의식적으로 쓰는 언어 속에 수천 년 이어진 그대 종족의 생활양식과 지혜가 숨어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영국의 인류학자와 언어학자가 공동 집필한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은 다양한 언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상황을 소개하고, 그 원인을 여러 측면에서 분석한다. 또 언어가 생태환경과 직접 관련돼 있으며, 인류 삶의 보고이기도 하므로 그 다양성을 보존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특히 서구인의 욕심이 소수 언어 사멸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상에 존재하는 6700개가량의 언어 가운데 21세기가 지나면 최소한 절반이나 그 이상이 사멸할 것이라고 저자는 예견한다. 

   
   
사람이 왜 생태환경만큼 언어는 보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가에 대해서도 안타까워한다. 국제연합과 같은 국제기구도 언어 보존을 위한 지원을 거의 하지 않는데,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후회할 대목이라고 언급한다. 저자는 언어도 자원이며, 언어의 다양성은 결국 문화적 다양성의 척도가 된다고 설명한다. 한 언어가 죽으면 한 생활양식도 사라진다는 점에서 언어의 소멸은 문화 소멸의 징후라는 주장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또 언어의 사멸이 생물 종의 멸종 위기와 함께 진행됐다고 말한다. 언어는 마치 광부의 카나리아와 같아 언어가 위험에 처함은 그 환경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가 된다고 한다. 환경에 적응하면서 수천 년 이상을 살아온 사람들이 사용했던 언어 속에는 자연환경에 대한 상세한 지식이 담겨 있다. 토착민이 가진 지식 중 상당 부분은 그들의 언어 속에서 구전된 것으로, 언어가 사라지면서 이제 그러한 지식도 잊혀가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 발전의 위대한 다음 단계가 오지의 삼림에 있는 어느 이름없는 언어에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은 의미심장하다.

언어는 스스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고 전달할 수 있는 사회가 있어야 한다. 인간 사회는 환경과 생계를 꾸릴 수단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 사회가 번성할 수 없는 곳에서는 언어도 위험에 처한다. 그래서 저자는 언어가 사용자를 잃게 되면, 그 언어는 죽는다고 단정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 아픈 건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자신의 언어를 포기하는 경우이다. 1932년 엘살바도르에서 농민들이 봉기를 일으켰을 때 군인들은 엘살바도르 농민들과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이면 무조건 살해했고, 많은 사람이 살기 위해 자신의 언어를 포기했다.

언어를 보존하는 것이 풍부한 변종을 보유한 생물 종으로서의 우리 자신을 보존하는 길이라는 이 책의 결론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시인·동아대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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