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 책의 즐거움]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나진 않았다 /김문준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창비 /1만 원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4-13 19:15:03
  •  |  본지 15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언제부터 엄마는 자신의 이름이 아닌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렸을까. 이 세상의 모든 엄마는 엄마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언제부턴가 누군가의 엄마가 되어버렸다. 엄마에게도 소녀 시절이 있었을 것이고, 엄마에게도 첫사랑이 있었을 것이고, 엄마에게도 이루고 싶던 꿈이 있었을 것이다.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엄마는 엄마였다. 나에게 밥을 주고 옷을 입혀 주는 사람이었고, 화를 내도 되는 사람이었다.

엄마를 부탁해에 나오는 엄마는 자식과 남편에게 너무나도 헌신적이었다. 그렇게 언제까지나 나의 엄마일 줄 알았던 엄마는 서울역에서 실종된다. 엄마가 사라지고 난 뒤, 내가 알지 못했던 엄마의 모습들과 하나둘씩 마주하게 된다. 까막눈인 엄마는 내가 쓴 책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는 내 책을 다른 여자에게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엄마는 먹고사는 것에 바빠서 다른 데 신경 쓸 여유가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엄마는 생활비 중 일부를 보육원에 보냈다. 엄마에게는 아빠가 전부고, 자식들이 전부인 줄 알았다. 하지만 엄마에게는 힘들 때마다 기댈 수 있는 남자가 있었다. 그렇게 엄마가 떠난 뒤, 진정한 엄마를 볼 수 있었다.

고등학교 때였나, 학교에서 돌아와 저녁 준비를 하는 엄마를 보고 있었다. 생선 내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는 엄마를 보면서 문득 물어봤다.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느냐고, 징그럽지 않으냐고. 엄마는 엄마가 되면 다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아, 엄마도 생선을 만지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엄마가 갑자기 위대해 보였다.

우리 엄마는 어떤 여자였을까. 어린 시절의 엄마는 외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꿈 많은 소녀였다. 그런 소녀가 아버지에게 시집와서 우리 여덟 남매를 낳아 길렀고, 여느 엄마처럼 자신보다는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살았다.

가난 속에서도 자식들에게 자신과 같은 삶을 물려주지 않으려 밭을 일구고, 농사지은 것을 저잣거리에 내다 팔았다. 자식들을 외지로 보내 공부시키느라 꿈을 버리고 자신의 욕망을 파묻고 살아온 내 엄마의 삶이 거기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내 엄마를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난 당시 나이 든 내 엄마가 창피스러웠다. 남들처럼 젊고 예쁜 엄마를 갖고 싶었다. 그런 엄마가 내가 이탈리아로 유학을 가기 얼마 전에 돌아가셨다. 그때 엄마는 용돈을 아껴서 모은 250만 원을 내게 건네주셨다. 나에게만 준 유산이나 마찬가지였으며 당시에는 꽤 큰 돈이었다. 눈물이 솟았다.
지금 난 후회한다.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엄마에게 못한 것을. 지금 내 곁에 있는 가족들에게 무심히 대하지는 않는지 나중에 해 줄 말이라고 아껴두고 있는 것이 없는지 되돌아 보게 된다. 사랑과 관심은 미래형이 아니라 현재형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엄마'에 대한 소중한 깨달음, 그것이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일 것이다. 엄마는 '엄마'로 나에게 영원히 남아 있다.

아트뱅크코레아 대표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건강한 부산을 위한 시민행동 프로젝트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해양문화의 명장면
바다 건넌 조선 매, 쇼군을 매료시키다
이상헌의 부산 춤 이야기
신인춤 제전, 젊고 푸른 춤꾼 한마당
국제시단 [전체보기]
어둠이 내릴 때 /박홍재
단풍 들어 /정온
글 한 줄 그림 한 장 [전체보기]
코 없는 사람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미래를 위하여
리뷰 [전체보기]
경계인 된 탈북여성의 삶, 식탁·담배·피 묻은 손 통해 들춰
방송가 [전체보기]
칠곡 태평마을 할머니합창단의 새로운 도전
자녀와의 스마트폰 전쟁, 끝낼 수 있을까
새 책 [전체보기]
무민은 채식주의자(구병모 등 지음) 外
권태응 전집(권태응 지음·도종환 등 엮음)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작가 김용익 중·단편 묶음집
전쟁·도박·세평 등에 대한 고찰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별헤는 밤-송남규 作
보이지 않는 벽-김인지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관찰일기 썼더니 과학자가 됐어요 外
4차 산업혁명 시대 유망 직업은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내 인생 /손증호
겨울 폭포 /전연희
이기섭 8단의 토요바둑이야기 [전체보기]
2016 국수산맥배 단체전 결승
2016 삼성화재배 본선 32강 2라운드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마약왕’ 연말 흥행왕 될까
2년 뒤 애니로 다시 태어날 전태일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역사라는 이름의 함정
혁명을 꼬집던 거장, 베르톨루치를 추모하며
책 읽어주는 남자 [전체보기]
침묵의 밤 별빛이 건네는 우주의 인사 /정광모
책 향한 광기가 부른 파국…그 열정은 아름다워라 /박진명
책 읽어주는 여자 [전체보기]
요술손 가졌나…뭐든 척척 초능력 할머니 /안덕자
‘미련과 후회’로 연말을 보내려는 당신을 위해 /강이라
현장 톡·톡 [전체보기]
“교육기회 빼앗긴 재일동포…우리가 돕겠습니다”
지역출판 살리려는 생산·기획·향유자의 진지한 고민 돋보여
BIFF 리뷰 [전체보기]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
퍼스트맨
BIFF 인터뷰 [전체보기]
‘렛미폴’ 조포니아손 감독, 마약중독에 대한 인간적 접근…“그들도 결국 평범한 사람이에요”
감독 박배일 '국도예술관·사드 들어선 성주…부산을, 지역을 담담히 담아내다'
BIFF 피플 [전체보기]
‘국화와 단두대’ 주연 배우 키류 마이·칸 하나에
제이슨 블룸
BIFF 현장 [전체보기]
10분짜리 가상현실…360도 시야가 트이면 영화가 현실이 된다
BIFF 화제작 [전체보기]
‘안녕, 티라노’ 고기 안 먹는 육식공룡과 날지 못하는 익룡의 여행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18년 12월 14일
묘수풀이 - 2018년 12월 13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 10월 9일
오늘의 BIFF - 10월 8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5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제5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作于累土
快速疾走
부강한 진주 행복한 시민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