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부산시립교향악단과 김대진 피아니스트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협연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제공

- '2012 교향악축제' 공연 리뷰
- 리신차오-김대진의 명성에 2500여 좌석 일찌감치 매진
-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단 두 번의 협연 리허설 불구 아름답고 정교한 무대 선사

지난 6일 '2012교향악축제'가 열린 서울 예술의전당.

이날 부산시립교향악단 공연 전 좌석이 일찌감치 매진됐다는 사실은 뿌듯하긴 해도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지난해 교향악축제 때 발군의 실력을 보인 리신차오(지휘)의 부산시향과, 국내 최고라는 수식이 아깝지 않은 피아니스트 김대진이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합창석 포함 2500여 석이 다 팔리리라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튜닝을 마치고 김대진 피아니스트와 리신차오 지휘자가 함께 무대에 오르자 관객들은 함성에 가까운 환호를 보냈다.

라흐마니노프의 걸작,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은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 가운데 하나지만 누구나 훌륭하게 연주해 낼 수 있는 곡은 아니다. 이날 연주를 통해 이 곡의 진수를 깨닫게 된 청중이 적지 않을 듯했다. 특히 하나의 주제가 악기를 바꿔가며 반복되면서 열정과 웅장함이 극에 달하는 3악장에서 김대진의 피아노는 진가를 드러냈다. 그의 연주가 빛을 발한 데는 부산시향의 훌륭한 협연이 있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사실 부산시향과 김 피아니스트는 이날 리허설 때 처음 이 곡을 맞춰 본 터였다. 부산시향의 협연 파트너이기도 하지만 축제에 참가한 수원시향의 상임지휘자이기도 한 김 피아니스트와의 사전 연습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리허설은 평소보다 높은 강도로, 집중력 있게 진행됐다.

처음으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을 맞춰본 시향과 김 피아니스트는 보완이 필요한 부분, 혹은 조금 더 인상적으로 연주했으면 좋겠다 싶은 몇몇 대목을 점검하고 의견을 교환했다. 그리고 두 번째 연주를 시작했을 때는 훨씬 나아진 연주를 했고, 본 무대에서는 또 그보다 더 아름답고 정교한 연주를 해냈다. 협연 연습 기회가 한두 번만 더 있었다면 더없이 '완벽한' 라흐마니노프를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

끝없는 환호와 박수 속에 김 피아니스트가 퇴장한 뒤 부산시향의 두 번째 곡, 프로코피에프의 교향곡 제5번이 이어졌다. 무척 아름답지만 연주하기 까다로운 이 곡을 상당히 잘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격정적이기보다는 손끝으로 감각점을 터치하는 듯한 리신차오의 부드러운 지휘가 빛을 발한 연주였다.

이날 공연이 끝난 뒤에는 부산시향과 출향 인사들이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허남식 부산시장을 비롯한 부산시 관계자들도 이 자리에 참석해 부산시향의 성공적인 공연을 축하했다.

▶교향악축제란봄을 알리는 예술의전당 대표 프로그램. 1989년 예술의전당 음악당 개관 1주년을 기념해 개최된 교향악축제는 국·공립 및 국내 유수 민간 교향악단이 참여해 다양한 레퍼토리를 연주하는 행사로, 국내 클래식 음악계의 현주소를 가늠할 수 있는 자리다. 지난 1일 개막해 오는 24일까지 열리는 올해 교향악축제에는 리신차오가 지휘하는 부산시립교향악단을 비롯해 모두 22개 오케스트라가 참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