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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사진미술관의 '하얀 미래, 핵을 생각하다'전에 소개된 위르겐 네프쯔거의 '뭉게구름 시리즈'. |
핵이 화두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는 원자력이 얼마나 강력한 힘으로 우리의 삶을 파괴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 게다가 원전의 안전 문제는 바로 고리 원전을 끼고 있는 우리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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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인근 지역의 출입금지를 나타내는 코다마 후사코의 '후쿠시마 시리즈'. |
원자력이 어떻게 우리의 일상과 연관되는지를 예술적 차원에서 살펴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고은사진미술관 신관(부산 해운대구 우동)에서 선보이는 '하얀 미래(White Future), 핵을 생각하다'전이다.
이번 전시는 원전과의 불안한 동거를 보여주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전시를 기획했다는 이상일 디렉터는 "망각하고 있거나 혹은 무지로 인해 지각되지 않은 정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기에 가장 직접적이고 적절한 매체가 사진"이라면서 "원자력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가까이 위치하고 있으며, 또 그것을 우리는 얼마나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저마다의 시선으로 원자력을 담아낸 독일 한국 일본 3국의 작가가 꾸몄다. 전 세계를 돌며 원전 작업을 하는 위르겐 네프쯔거(독일)는 원전을 일상이나 여가 속에서 보이지 않는, 혹은 주변의 사람들이 전혀 인식하는 못하는 존재로 등장시킨다. 아름다운 풍경 사진의 일부처럼 보여, 제목마저도 '솜털구름'이다. 형형색색으로 칠해진 유럽풍의 삼각형 지붕에 확 트인 도로, 그 위에 펼쳐진 푸른 하늘이 동화 속 마을을 보는 듯하다. 마을 인근에 자리잡은 흰색 돔의 건물(원자력발전소)마저 하나의 풍경으로 다가온다. 주변 환경과 너무나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기에 어떤 불안이나 위험은 감지되지 않는다. 골프장 옆에 위치한 원전, 울창한 숲에서 휴식을 취하는 남성의 눈앞에 펼쳐진 원전, 원전 옆에서 한가로이 해수욕을 즐기는 인파 등 이미 그것은 의식하지 못한 채 우리의 일부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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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리 원전 앞바다에서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담은 정주하 작가의 '불안, 불-안 시리즈'.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
독일 작가가 중립적 입장으로 원전을 바라본다면, 정주하 작가는 '그 속의 불안한 징후'를 읽어내고 있다. 작가는 고리, 울진, 영광, 월성에 있는 원전 주변 마을의 일상적 풍경을 보여준다. '불안, 불-안 시리즈'로 출품한 작품들은 평온한 화면 곳곳에 산재하는 원전의 모습을 통해 물질적 풍요와 편리함 이면에 가려진 위험과 불안을 드러내고자 했다. 고리 원전 앞에 펼쳐진 부산 기장군 일광면 문동리 바다 한가운데서 다이빙을 하는 아이들의 동작과 무성한 풀숲 가운데에서 차렷 자세로 어정쩡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의 얼굴(경북 울진) 등에서 무의식적인 불안의 요소를 엿볼 수 있다.
코다마 후사코의 작품은 비교적 원전의 폐해를 생생히 포착했다. 그는 1980년대 후반 후쿠시마 제2원전의 내외부를 보여준 뒤, 지난해 원전 사고 직후 제1원전에서 불과 20~30㎞ 거리의 미나미소마시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전해준다. 마을 주민들이 대피하고 통제된 구역으로 사건 직후의 긴장감과 불안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 디렉터는 "평화롭게 보이는 핵의 이면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오랜 시간 곱씹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장 입구에 서서 대각선으로 볼 수 있게 배치된 후쿠시마 원전 피해 지역 내 '출입금지', 사고 전의 후쿠시마 원전 외부, 원전의 냉각수로 인해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바다 모습 등의 사진 3장은 '핵'의 본모습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오는 6월 24일까지. (051)746-0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