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이 책의 즐거움] '자유의지' 결여돼도 의미없는 삶은 아니다 /김문준

신 /베르아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열린책들 /1만4800원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3-16 19:54:38
  •  |  본지 15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칸트는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기 때문에 스스로 도덕법칙을 실천할 수 있는 실천적 의지, 즉 자유의지를 가진다고 말한다. 인간은 또한 자유의지를 가지기 때문에 욕구에 위배되는 행위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질 의무를 지닌다. 여기서 두 가지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우리는 진정으로 자유의지를 갖고 있는 것일까. 또 만약 자유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면, 우리의 삶은 가치가 없어지는 것일까.

이 책의 주인공은 신 후보생인 미카엘 팽송이다. 그는 최고의 신이 되기 위해 다른 신 후보생들과 경쟁하며 하나의 세계를 지배하는 게임에 참여한다. 동시에 모든 것을 만들어낸 진짜 창조자를 찾기 위해 험난한 모험에 뛰어든다. 팽송은 자신이 지배하던 세계로 들어가보기도 하고, 자신들에게 게임을 제안한 신의 궁전에 올라가보기도 한다. 끊임없이 위로 올라가려고 했던 팽송의 머리에 닿은 것은 바로 책의 '페이지'였다. 약간만 힘을 줘도 찢어지는 종이 조각이 팽송에게는 결코 뛰어넘을 수 없는 두꺼운 장벽이었다. 자신의 생각이라고 여겼던 모든 것들이 그저 책에 쓰여진 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그에게 삶은 의미가 있을까. 그가 아무리 글의 줄거리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쓰려해도, 그 행동 역시 글쓴이가 의도한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 과연 그의 삶은 가치 있는 삶일까.

이 책에 따르면 첫 번째 의문에 대한 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세상은 마치 '라자냐'와 같다는 말이 기억난다. 라자냐는 겹겹이 된 층으로 이루어진 이탈리아 음식이다. 내가 사는 세상 아래에 하나의 세상이 있고, 그 아래에 또 세상이 있다. 내가 사는 세상 위에 하나의 세상이 있고, 그 위에 또 세상이 있다. 마치 마주보고 있는 거울처럼 끝을 알 수 없는 세상이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나의 행동도 내 의지가 아니라, 나에게 생명력을 부여하는 어떠한 상위의 '존재'가 나에게 글을 쓰게 하는 것일 수 있다. 그 상위의 '존재'는 전지전능한 '신'일 수도 있지만, 우리 옆에 살아 숨쉬고 있는 '사회 관습'일 수도 있다.
결론을 내기 어려운 첫 번째 질문에 비해 두 번째 질문은 좀 더 가치 있고 답하기도 쉽다. 나 자신이 소설 속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자. 허무주의에 맞닥뜨려 행복하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삶을 살게 된다면 그것이 의미 있는 삶일까. 아니다, 소설 속의 한 인물로 그 삶을 마음껏 누리고 즐기는 것이 훨씬 멋있다. 가끔 내 인생이 원하는대로 풀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내 의지가 아니라 '글쓴이' 당신의 책임이려니 탓할 수 있으니 오히려 좋지 않을까. 가끔 신에게 소원을 빌듯 '글쓴이'에게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을 요청하면 되니 이보다 편할 수 있을까.

사람은 온전히 자유의지대로 무엇인가를 결정하기 어렵다. 주위 환경의 영향을 받고, 또 영향을 준다. 휴대전화를 하루 종일 품고 살면서, 어떻게 모든 것을 내 의지대로 하기를 원할까. 삶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짜증내지 말자. 온몸으로 휩쓸리면서 삶을 즐기는 게 어떨까.

아트뱅크코레아 대표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건강한 부산을 위한 시민행동 프로젝트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해양문화의 명장면
조선 전기에도 통신사가 있었다
정두환의 공연예술…한 뼘 더
‘사람이 먼저’인 문화환경을 생각한다
국제시단 [전체보기]
어둠이 내릴 때 /박홍재
단풍 들어 /정온
글 한 줄 그림 한 장 [전체보기]
코 없는 사람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미래를 위하여
리뷰 [전체보기]
경계인 된 탈북여성의 삶, 식탁·담배·피 묻은 손 통해 들춰
방송가 [전체보기]
MC 이휘재 vs 성시경 ‘미식여행’ 승자는
위기 이겨낸 기업…비법은 직원 기살리기
새 책 [전체보기]
사랑은 죽음보다 더 강하다 外
마거릿 대처 암살 사건(힐러리 맨틀 지음·박산호 옮김)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자살에 이르게 한 심리흔적
현실에서 음악가로 산다는 것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무자연(舞自然)-점화시경, 장정 作
木印千江 꽃피다-장태묵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31가지 들나물 그림과 이야기 外
아이가 ‘다름’을 이해하는 방법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샛별 /정애경
가을산 /이성호
이기섭 8단의 토요바둑이야기 [전체보기]
제35기 KBS바둑왕전 준결승전
2016 이민배 본선 4강전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허세 대신 실속 ‘완벽한 타인’ 배워라
봄여름가을겨울, 음악과 우정의 30년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암수살인과 미쓰백…국민 국가의 정상화를 꿈꾸며
상업영화 후퇴·독립영화 약진…‘뉴시네마의 여명’
책 읽어주는 남자 [전체보기]
가슴에 담아둔 당신의 이야기, 나눌 준비 됐나요 /정광모
가족갈등·가난, 우리 시대 청춘들 삶의 생채기 /박진명
책 읽어주는 여자 [전체보기]
눈물과 우정으로 완성한 아이들 크리스마스 연극 /안덕자
떠나볼까요, 인생이라는 깨달음의 여정 /강이라
현장 톡·톡 [전체보기]
지역출판 살리려는 생산·기획·향유자의 진지한 고민 돋보여
‘영화철학자’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패션·예술 유산 한곳에
BIFF 리뷰 [전체보기]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
퍼스트맨
BIFF 인터뷰 [전체보기]
‘렛미폴’ 조포니아손 감독, 마약중독에 대한 인간적 접근…“그들도 결국 평범한 사람이에요”
감독 박배일 '국도예술관·사드 들어선 성주…부산을, 지역을 담담히 담아내다'
BIFF 피플 [전체보기]
‘국화와 단두대’ 주연 배우 키류 마이·칸 하나에
제이슨 블룸
BIFF 현장 [전체보기]
10분짜리 가상현실…360도 시야가 트이면 영화가 현실이 된다
BIFF 화제작 [전체보기]
‘안녕, 티라노’ 고기 안 먹는 육식공룡과 날지 못하는 익룡의 여행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18년 11월 14일
묘수풀이 - 2018년 11월 13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 10월 9일
오늘의 BIFF - 10월 8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 5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제 5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致虛守靜
陶冶而變化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

무료만화 &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