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응식, 종전 후 서울 진출…행정·교육·평론가로 명성
- 부산시립미술관서 개인전
- 정인성, 부산서 창작·강의…전문가도 그의 존재 잘몰라
- 고은사진미술관서 전시회
'임응식(1912~2001)과 정인성(1911~1996)'. 부산 사진의 1세대로 '생활주의 리얼리즘' 사진 운동을 주도한 두 사람은 대학에서 후학들을 양성하는 영향력 있는 교육자이자 평론가였다.
한국 사진의 여명기를 부산에서 함께 열었지만 종전 후 임응식은 서울에서 활동했고 정인성은 부산을 지켰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두 선구자가 세상에 온지 100년이 된 시점에서 그들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가 지역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동시대 쌍벽을 이뤘지만 서울과 지방이라는 활동 무대 만큼 한국 사진사에서의 평가도 차이가 크다.
■살아있는 한국의 사진사(寫眞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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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응식 |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는 임응식은 생전에 '한국 사단(寫團)의 개척자', '한국 1세대 사진가', '사진예술의 선각자', '한국 리얼리즘 사진의 선구자', '한국 사진예술의 태두', '한국 사진의 대부' 등 많은 헌사를 받았다.
사진아카이브연구소 이경민 대표는 "임응식은 일제 강점기부터 사진가로서 뿐 아니라 수많은 사진 단체를 결성해 사단 형성에 힘쓴 행정가이자 교육자, 평론가로 활동하면서 우리나라 사진제도의 기틀을 형성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임응식을 추모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를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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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응식 작가의 '구직' |
1946년 4월, 그의 주도로 부산광화회가 조직돼 그해 8월 부산에서 '해방 1주년 기념 제1회 회원전'을 개최했고, 1947년 부산예술사진연구회를 조직해 수많은 촬영대회를 여는 등 부산 사진계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1950년 '예술사진과 양화 합동전'을 부산에서 개최해 사진의 예술제도 편입을 위해 노력했다. 한국사진작가협회의 문화예술인총연합회 가입도 그를 주축으로 성사됐다.
사진예술 발전을 위한 그의 헌신과 노력은 1982년 사진가로서는 처음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초대전을 여는 결실로 이어졌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지난해 말,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를 다시 한 번 열게 됐다. 부산시립미술관도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임응식과 한국현대미술'전을 다음 달 15일까지 선보이고 있다. 시립미술관에서 사진가의 개인전을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 사진의 묻혀진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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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성 |
정인성은 부산을 거점으로 활동하던 많은 사진가들이 종전 후 서울로 근거지를 옮기는 과정에서 부산을 지키며 꾸준히 사진 창작과 후진 양성에 힘을 쏟았다. 현재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장년층 사진가로 그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경남 양산에서 태어난 그는 1935년 동경사진학교를 졸업하고 귀국, 1938년 '부산여광구락부(1932년 창립) 회원전'을 시작으로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다. 특히 임응식과는 부산예술사진연구회 시절부터 오랜 동지로 서울은 임응식이 맡고 부산은 정인성이 맡아 사진작가협회의 전국 조직화 등에 애썼다. 1957년 서울대 다음으로 부산대에 사진예술론 강좌를 개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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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성 작가의 '초량동 1953' |
하지만 한국 사진사에서 그는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정인성, 부산사진의 여명'전(오는 18일까지)을 열고 있는 고은사진미술관(부산 해운대구 우동) 이상일 디렉터는 "지난해 부산 사진의 맥락을 짚어내기 위한 전시('부산사진의 재발견')를 준비하면서 처음 그의 존재를 알았다. 임응식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운동가였다면 정인성은 부산·경남에서 활동했기에 그에 대한 평가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부산시립미술관의 임응식 전시에 참석한 원로 사진작가는 "두 분 모두에게 사진을 배운 저로서는 지금의 현실이 가슴 아프다. 한 분은 서울과 부산의 대표미술관에서 초대전을 여는데, 다른 분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대해 이 디렉터는 "부산사진전을 기획하면서 초기 부산 사진에 대한 아카이브(문서나 기록물, 사진 등을 체계적으로 수집 보관 정리하는 시스템)의 중요성과 한계를 실감했다"면서 "일제 강점기 및 해방 공간 부산의 사진 단체의 조직과 활동상 등 한국 사진의 역사와 연구 단초가 될 초기 사진들에 대한 아카이브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지난 10일 '부산 초기 사진사 연구'에 대한 강연회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