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진위·BIFF와 유기적 협력, 시네마테크 독립성 필요…부족한 전문인력도 보강을
- 수익성 '허니문 기간' 만들고 아낌없는 투자로 콘텐츠 정립

영화의전당의 미래상을 그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계 내부에서조차 '바람직한 모델'에 대한 견해가 극명히 엇갈리기 때문이다. 시민의 요구와 이해까지 반영하려다보면 자칫 중구난방 말잔치가 되거나 포퓰리즘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 영화 전문가들은 영화의전당에 대해 어떤 비전을 갖고 있을까. 청사진에 반영할 몇가지 공통점을 추려 봤다.

■운영 주체들의 유기적 협력

현재 영화의전당 연중 프로그램은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영화의전당의 제1 용도는 '부산국제영화제(BIFF) 전용관'이므로 BIFF조직위 역시 콘텐츠에 권한이 있는 엄연한 주체이다.

또 하나 거론되는 잠재적인 주체는 내년까지 부산 이전을 완료할 영화진흥위원회다. 오석근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은 "영화의전당을 끌고 나갈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한국 영화계와 가교 역할을 할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의전당에 대해 주인 의식을 갖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복수의 주체가 영화의전당을 이끌게 될 경우 알력 다툼이 아닌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BIFF집행위원회와 영화의전당은 조율 과정에서 삐걱대는 모습을 보였지만, 현재 BIFF 기간만큼은 영화의전당 운영에 관한 제반 결정을 BIFF조직위원회에 맡긴다는 원칙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영화의, 영화를 위한 모든 활동

영화의전당은 부산국제영화제를 성공적으로 치러내기 위해 1년 동안 달린다.

여기서 영화제 지원이란 단순히 행사 준비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김이석 동의대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1년에 한 번 부산국제영화제가 펄펄 끓여 놓은 '영화의 도시' 분위기를 다음 영화제가 열릴 때까지 유지할 모든 작업"을 뜻한다. 이는 교육, 제작, 출판, 영화인 교류장, 영화 박물관 등을 아우르는 '영화 센터' 역할이다. 김 교수는 "유럽의 유사한 기관에는 엄청난 수의 전문가가 종사하면서 영화계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영화의전당 역시 부족한 영화전문 인력부터 보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중한 자산, 시네마테크 살려야

1999년부터 예술 영화의 주요 통로로 역할한 시네마테크 부산은 지난해 9월 수영만 시대를 접고 영화의전당에 편입됐다. 영화의전당은 부산 시네필의 핵심층인 시네마테크 유료 회원을 넘겨받았고 예전 프로그램도 재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의 소중한 문화 자산인 시네마테크는 영화의전당 내에서 위치가 어정쩡해 진 것이 사실이다. '마니아만을 위한 영화'를 상영한다는 공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 것이 그 예다.

김지석 BIFF 수석프로그래머는 "재단법인 영화의전당 안에서 시네마테크의 장점을 되살려 그 자양분을 흡수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며 "시네마테크라는 조직이 필요로 하는 독립성을 부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수익성의 딜레마 견뎌야

영화계가 영화의전당에 대해 유일하게 한목소리를 내는 주제는 바로 수익성이다.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영화의전당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비판을 견딜 맷집이 있느냐는 것이다.

수익성 문제는 영화의전당이라는 하드웨어에 1700억 원을 쓰기 전에 고민했어야 할 문제이며, 건물이 지어진 바에야 제대로 이름값을 할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하드웨어에 걸맞은 내용물 완성에는 최소한 2, 3년이 걸릴 것이고 그동안 수익성 논란에 휘말리지 않을 수 없다.

영화계 관계자는 "시민 입장에서 저 큰 건물을 놀리면서 혈세 낭비한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겠느냐"며 "그렇다고 돈 벌겠다며 일반 개봉작을 상영하고, 아무 공연이나 대관해 주면 정체성 없이 덩치만 큰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논란을 최소화하려면 공청회나 꾸준한 홍보를 통해 향후 3년, 5년, 10년의 청사진을 밝히고, 콘텐츠 정립을 위한 '허니문 기간'을 만들려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