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안 리는 그녀의 책 '내일은 오늘과 달라야 한다'에서 '그녀의 이름은 바람의 딸'이라는 제목으로 회사를 박차고 나간 한비야를 소개한다. 조안 리는 세계 여행을 떠나야 하기 때문에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는 이 젊은 여성을 이야기하며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라고 당부한다. 베토벤의 연주를 듣고 탄성을 지르며 그를 기억하라고 소리쳤던 모차르트처럼!
몇년 후 방송에서 반짝반짝 눈빛을 빛내며 특유의 속사포같이 빠른 말을 쏟아내는 한 NGO 단체의 여성을 소개한다. 자막을 보니 아! 한비야다. 그녀를 아끼던 상사의 예견처럼 오랜 여행을 끝내고 돌아와 짜잔, 세상에 나타난 것이다. 그 후로 그녀는 긴급구호팀장이라는 이름을 달고 꾸준히 책으로 독자들을 만나왔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그녀의 여행기,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이다.
한비야는 어린시절 늘 세계 지도를 펼쳐놓고 각국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으셨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세계 여행을 소중한 꿈으로 품어왔다. 세계 여행에 필요한 경비를 마련한 나이는 서른 다섯. 사회에서 자기 자리를 찾기 바쁠 이 나이에 그녀는 세계 오지를 두루 돌아다녔다.
네 권으로 구성된 여행기는 여행에서 돌아와 친한 친구를 만나 얘기를 들려 주듯이 소소하게 사적인 필체로 쓰여졌다. 이 책은 ▷아프리카·중동·중앙아시아 ▷인도차이나반도·남부아시아 ▷중남아메리카·알래스카 ▷몽골·중국·티베트 여행기로 나뉘어져 있다. 여행 정보를 얻기 위해서 이 책을 읽는다면 조금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어떤 지역 소개가 아니라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들 속에서 새롭게 만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행기이기 때문이다.
이 여행을 시작하기 전 한비야는 성공적인 비즈니스 우먼의 길을 계획했지만 여행 후에는 진심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다른 언어와 다른 문화 속에서 많은 친구를 만났지만 그 가운데 한비야에게 있어 최고의 친구는 목숨 걸고 할 일을 찾은 자기 자신이었다.
6년이 걸린 한비야의 여행은 4권의 책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각각의 여행기가 기승전결을 갖춘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전권을 다 읽지 않아도 되고 읽는 순서가 뒤바뀌어도 큰 문제는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넉넉한 사랑을 품고 사는 지구촌 친구들과 에너지 로 가득찬 바람의 딸,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상에서 나와 가장 친한 친구인 나를 만나는 여행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피아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