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까지 부산 중구 중앙동 주꾸미구이 골목 일대에서 또따또가 입주작가들의 전시 및 공연 행사인 '주꾸미골목 프로젝트'가 열리고 있다. 식당 통큰밀면에 설치된 여행사진전.

- 크리스마스 트리 등 골목 장식
- 분식집서 전시·공연·행사 다채

	우창수 밴드 축하공연.

'오뎅 국물, 각종 튀김과 빵이 쌓여 있는 조그마한 가게에서 감미로운 음악공연이 펼쳐진다?'

영화나 TV에서나 볼 듯한 장면이다. 하지만 지난 19일 오후 6시 부산 중구 중앙동 허름한 뒷골목에서는 정말 그런 공연이 열렸다. 플라스틱 탁자와 의자를 밀어내고 만든 두 평 남짓한 '통큰밀면' 안이 무대고, 여성 중창단 미즈챔버콰이어의 신나는 크리스마스캐럴과 팝송 등이 가게 밖으로 흘러 나왔다. 가게 옆쪽 입구는 퇴근길 몰려든 직장인들이 오뎅국물과 튀김 등을 먹으며 한 곡 한 곡 끝날 때마다 열띤 박수를 보냈고, 투명 비닐이 유리문을 대신한 가게 밖에서는 음악 소리에 몰려든 인근 상가 주인들과 지나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식당 뚱보집에 마련된 여행사진전.

이어 우창수 밴드가 등장, 작은 김밥 대신 큰 김밥을 말라는 '김밥 말아 말아'를 흥겹게 불렀다. 가게 뒤쪽 거울에는 사진작가 김효산 씨가 라오스를 여행하며 찍은 '시간이 멈춘 땅, 라오스'전이 열리고 있었다. 이날 공연은 아무런 무대장치나 특수조명도 없는, 그야말로 초라한 무대였지만 노래와 작품이 있고, 구경하는 시민들로 꽉 차면서 어떤 무대보다도 반짝반짝 빛이 났다.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부산 중구 중앙동)의 골목프로젝트가 열리고 있다. 또따또가 입주 미술작가들과 단체들이 참여한 2011 주꾸미골목프로젝트 '골목과 이야기하다'. 지난해 '경민이네 인쇄골목 프로젝트'에 이은 두 번째 마당으로, 19일부터 23일까지 닷새간 다양한 전시, 공연, 행사로 시민들과 함께 특색있는 주꾸미골목만의 향수를 즐길 수 있게 준비했다.

	미즈챔버콰이어 공연. 또따또가 제공

주꾸미구이 골목은 부산역에서 남포동방향으로, 중앙로 오른쪽 국민은행 중앙동지점과 부산데파트 사이 이면골목에 있다. 첫날 축하공연이 열린 통큰밀면을 시작으로 30m 남짓한 거리에 주꾸미구이집과 칼국수 등의 분식집 등이 옹기종기 모여있는데, 행사기간 주변 식당들은 물론 바깥 외벽도 모두 축제의 공간이 됐다. 김선화 김창언 황지희 김경화 등 또따또가 미술작가 10여 명이 참가한 '그 골목 풍경'을 주제로 주꾸미골목 풍경을 그린 벽화와 식당에서 주로 쓰는 목장갑 수십여 켤레에 녹색을 칠해 만든 크리스마스트리가 '그 골목 불빛'이란 주제로 이 일대를 장식 중이다.

	목장갑 수십 켤레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

이뿐이 아니다. 미성식당에서는 여행작가 양소희 씨의 '타이완에 반하다' 사진전이, 서면집에서는 화덕헌 씨의 '부산, 산복도로를 걷다'전도 감상할 수 있다. 허름한 분식집에서 구수한 멸치다시 국물 냄새를 맡으며 감상하는 산복도로의 모습이 더욱 정겨웠다. 주꾸미골목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또따또가갤러리에서는 '그골목'이라는 제목으로 정기전도 열리고 있다. 또따또가 입주작가로 있는 정만영, 정도윤, 박주현, 김범수 등 13명의 작가가 중앙동 일대 골목길에서 모티브를 얻은 조각, 사진, 설치, 회화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인다.

한편 이번 행사기간 내내 작가 작업실을 방문할 수 있고, 21일 낮 12시에는 주꾸미골목 우영빌딩 앞에서 축하공연Ⅱ '퓨전국악 아비오 공연'이 열린다. (051)469-19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