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선 한국어로 접하기 힘든, 중국 현대 시인들의 수작을 골라 담은 시집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한국해양대 김태만(동아시아학과) 교수는 '21세기 중국 최고 시인의 절창'이라는 부제를 붙인 시집 '파미르의 밤'(산지니 펴냄)을 최근 편역·출간했다.
편역자 김 교수는 부산대에서 중문학을 전공했고, 중국 베이징대학에서 '20세기 전반기 중국 지식인 소설과 풍자정신'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중국 현대문학 및 중국 지역문화학 전문가다.
김 교수가 이 시집을 통해 골라낸 '21세기 당대의 중국 시인'은 8명이다. 중국 현대소설은 한국어로 곧잘 번역출간되지만, 현대시는 소개가 활발하지 않아 이들 시인은 한국 독자에겐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경제뿐 아니라 문화 영역에서도 한창 팽창하고 있는 중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시인들이란 점이 책의 매력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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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만 교수 |
'현실에 대한 강렬한 관심과 탁월한 상상력을 보여주면서도 당대 시가 얼마만큼 단순 간결해질 수 있는지를 확인시켜준 칭핑(淸平)', 매우 자유스러운 구어적 박자로 노래함으로써 신시의 음악성에 대한 탐구를 위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황찬란(黃燦然)', '희극적 반어를 동원해 현실을 분석적으로 드러내주는 양샤오빈(楊小濱)', '1970년대 출생자 중 가장 탁월한 시인 중 하나로 동시대 시인에게서 볼 수 없는 시에 대한 경건함을 보여주는 장하오(蔣浩)…. 편역자가 이 시집 속 시인들에게 붙인 설명이다.
시집 속 작품들은 밀도가 무척 높고 호흡이 유장하다. 그러면서 각 시인은 자신의 시선과 개성을 유감 없이 시 속에 부려놓는다. 예컨대 황찬란의 '빌딩의 노래'는 현대 중국의 현실을 시사한다.
'저 높은 빌딩숲, 나는 그들을 사랑한다,/그들은 사람처럼 대의를 위해 치욕도 감내해 가면서./또한 대의를 위해 치욕도 감내해 가는 수천수만의 인간들을 가슴 속에 품고 있다/그들은 사람보다 더 사람에 가깝고, 사람보다 더 하늘에 가까우며,/사람보다 더 자연에 가깝다. 그러나 그들은 사람처럼,/그들의 고통과 사랑은 끝이 없다, 나처럼,/…신과 소통하는 그들, 그들은 신이다/그러나 그들은 사람처럼, 사람처럼,/그들이 젊었을 때는 건장했다가, 노쇠해지면/피부가 벗겨져 떨어지고, 몸이 바스라진다,/사람처럼, 사람처럼,/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