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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고지전'과 '파수꾼'에서 열연한 이제훈. |
반복해서 하는 말이지만 영화제라는 이름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부산국제영화제처럼 전세계의 영화를 소개하는 국제영화제(시상식을 겸하기는 하지만 상영이 주목적이다)가 있다. 다른 하나는 연말이 되면 시상식을 펼치는 국내작품 중심의 영화제이다. 두 방향은 상영이 중심이 되는가, 시상이 중심이 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전자의 경우는 주로 국제영화제이고, 후자의 경우는 자국영화를 대상으로 펼쳐진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전세계적으로 유명하기는 하지만 후자의 경우에 속한다고 할 수 있고, 칸 영화제의 경쟁부문 결과에 관심이 쏠리기는 하지만 상영이 주목적이라는 점에서 전자에 해당된다.
지난달까지 필자는 부산에 있었지만 지금은 한해를 결산하고 각종 레포트 제출을 요구받고 있다. 올해부터는 MBC영화대상이 폐지된 관계로 인해 청룡영화상만이 남아있는데 언젠가부터 자국의 영화를 헤아려보는 한해를 마무리하는 결산 비슷한 것이 돼 버렸다. 올해 한국영화는 크게 다음과 같이 일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최종병기 활'이 보여준 대중영화로서의 능력, '도가니'로 대변되는 사회적 관심을 일으킨 한국영화, 각종 영화제의 상을 휩쓸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고지전'의 가능성 그리고 '써니'로 대변되는 한국영화의 새로운 대중영화의 흐름이 가장 많이 논의되는 지점으로 보인다. 그러나 냉정히 말하자면 어느 작품도 흥행에 있어서나 작품성에 있어서나 새로운 경향에 있어서 도드라져 보이지는 않는 한해였다. 이들 영화 감독들을 통해 확연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모두 세 편 이하의 작품을 만든 새 세대 감독들의 신작이었다는 점 정도다.
2011년은 어느새 새로운 감독들의 판도로 전환되었다. 장훈, 김한민, 강형철 등의 이름이 기존에 잘 알려진 감독들의 이름을 슬며시 대체해 버렸다. 새 변화는 시상식장에서 호명되는 이름을 보면 잘 알 수가 있다. 물론, '고지전'의 미술감독을 맡은 류성희처럼 이전 세대부터 출중한 능력을 선보이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촬영과 음악을 포함한 기술 스태프들 역시 과거와는 달라진 후보 명단을 보여준다. 새로운 기운을 보여주는 것은 신인감독과 신인배우의 명단에서도 마찬가지다. 올해 비평적인 관심을 끈 한국영화는 지난해 부산영화제에 소개되고, 올해 개봉한 윤성현의 '파수꾼'과 박정범의 '무산일기'였다. 두 감독은 나란히 신인감독상 후보에 올라 경합을 벌였다.
이것은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두 작품 모두 뉴커런츠상을 수상하면서 시작된 경합이었다. 두 사람은 각종 국제영화제는 물론이고, 국내의 시상식에서도 성격과 상황에 따라 윤성현이거나 박정범이 호명되었다. 단상에서 평생 한 번만 받는다고 감격스러운 소감을 전하는 신인배우상의 경우에는 '파수꾼'의 이제훈이 단연 돋보였다.
후보의 목록을 하나 둘씩 완성해 가면서 떠오르는 하나의 문장은 "묵직한 것은 없지만 새로운 가능성은 두루 선보인 한해였다"라는 단상이다. 국내 시상식에서는 아주 많이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12월에 개봉된 '황해'는 최근 영국에 개봉을 하면서 국제적 관심을 모았고, 국내 버전과 달리 칸에서 새롭게 선보인 버전으로 편집된 영국개봉 버전은 좀 더 나은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나홍진 감독 역시 두 번째 장편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최근 등장한 새로운 세대의 대표선수로 꼽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황해'의 거대한 스케일과 이야기 줄기에 비해 섬세함에 있어서 자꾸 아쉬움을 느끼게 하는 것처럼, 2011년의 한국영화는 큰 이야기의 틀은 있지만 조금 더 가까이 느끼고 싶다는 아쉬움을 반복적으로 남겼다. 대탐소실이라고 해야할까. 하지만, 한 편의 영화는 작은 것들로 인해 오랫동안 기억되기 마련이다.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