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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4~26일 부산 벡스코에서 유네스코 과기부 부산시 주최로 제1회 세계 인문학포럼이 열린다. 사진은 지난 7월 부산 사하구 감천동 태극촌마을에서 열린 유네스코 국제워크캠프에 참가한 지구촌 곳곳에서 온 청소년들의 모습. 국제신문DB |
- 유네스코 처음 신설, 노벨문학상 수상자 등 국내외 석학 150명 참석
- 다양성·보편성 조화 고민
- 세계인문학포럼(WHF) 부산 벡스코 11월24~26일 개최
제1회 세계인문학포럼(World Humanities Forum·WHF)이 오는 24~26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다.
이 세계적인 행사는 유네스코(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와 한국의 교육과학기술부, 부산시가 주최한다. 실무를 맡아 전체 일정을 주관하는 기관은 한국연구재단과 유네스코한국위원회다.
여기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르 클레지오, 정치철학가 프레드 달마이어(노트르담대학) 교수, 인문학자 김우창(이화여대) 석좌교수 등 석학들이 참석하고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의 방문도 예정돼 있다. 발표와 토론에 참가하는 국내외 학자를 합치면 150여 명에 이른다.
이 시점에서 개최도시인 부산의 시민들에게 떠오르는 선명한 질문은 일단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세계의 인문학자들은 한 자리에 모여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 둘째, 왜 부산인가.
■'다문화 세계에서의 보편주의'라는 주제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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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회 세계인문학포럼 포스터. |
제1회 세계인문학포럼의 전체 주제는 '다문화 세계에서의 보편주의'다. 197개 회원국과 7개 준회원 국가를 거느리고 세계의 문화·교육·과학을 총괄 지원하는 기구인 유네스코가 이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던 '세계인문학포럼'이라는 새 장을 만들면서 하필 이 주제를 선택한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이 점이 제1회 세계인문학포럼의 의미를 이해하는 핵심조건일 수 있다.
이 행사의 추진위원인 경상대 이영석 인문대 학장은 최근 '교수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번 의제 선정을 위한 논의에서 이미 다문화를 오랜 '사회문제'로 경험하면서 나름의 논쟁을 경험한 서구사회의 시각과 이제 막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면서 다문화 간의 건강한 공생의 틀을 모색하고 있는 세계화 초반의 비서구 사회의 상황, 특히 우리의 다문화 인식 사이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게 무슨 말일까?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구사회가 느끼는 다문화 세계(사회)의 의미와 비서구 사회, 특히 한국이 느끼는 다문화 사이에 이미 현격한 온도 차이가 생겨버렸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이번 행사에 발표자로 참가하는 철학자 이지훈 필로아트랩 대표의 의견은 실감이 났다. 그는 프랑스 파리1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미학 박사과정을 수료해 유럽 인문학에 조예가 깊은 학자로 볼 수 있다.
"유럽(서구)은 50년 이상 '다문화'의 경험과 전통이 있다. 이런 전통과 경험은 민족·사회 간 갈등을 줄이고 다양한 공존과 발전의 길을 여는 등 공헌이 있었다. 하지만 그간 서구사회 안에서 이에 관한 우려와 비판도 꾸준히 제기됐다. 한계에 봉착한 느낌 같은 것이다. 그러던 중 유럽이 목격한 것이 지난 7월 노르웨이에서 청소년 76명이 살해당한 브레이빅의 (인종주의적·근본주의적) 테러였다."
한국에서는 다문화의 가치를 건강한 사회의 중요한 요건으로 끌어안고 있는데, 서구에서는 그것으로 인해 새로운 혼란에 직면한 상황. 이는 전체를 대변할 수 없는 '상징적' 상황이겠지만, 유네스코가 이 같은 세계적 흐름을 중시하면서 깊은 관심을 기울여 온 것은 분명하다. 당장 유네스코의 이리나 보코바 사무총장이 2009년 행한 '사무총장의 임무' 연설문만 봐도 이는 확인된다. 이 연설의 주제는 '21세기를 향한 뉴 휴머니즘'이었다. 뉴 휴머니즘은 이번 행사의 주요 토론주제이기도 하다.
그 핵심은 폭넓고 빠른 세계화 과정 속에서 세계인을 위한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인류가 함께 추구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도출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바로 제1회 세계인문학포럼의 주제인 '다문화 세계에서의 보편주의'와 직결되는 것이다. 이번 행사의 주제를 자세히 살펴보면,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모든 세션의 고민이 '다양성과 보편성의 조화'에 쏠려있음을 알 수 있다. 유네스코는 '다양성과 보편성'의 조화가 깨진 현재 상황을 세계적 판도의 위기로 진단하고 있으며, 대안을 내놓는 것을 세계인문학의 시급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이번 행사는 '선진국' 또는 '서구' 석학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듣는 자리가 아니라, 말 그대로 서로서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인문적 대화의 장인 셈이다. 그리고 그 장소가 바로 부산이다.
■유네스코가 부산을 택한 이유
사상 처음 열리는 이 행사를 부산에 유치한 데는 부산시의 적극적인 의지가 중요하게 반영됐다. 부산시는 행사를 유치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와 세계적 규모의 행사를 치를 수 있는 기반시설 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몇년 사이 부산에서는 전국 어느 도시 못지 않게 인문학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늘어났고, 이를 토대로 세계인문학대회를 가져온 셈이다.
유네스코는 세계인문학대회를 유럽이나 미국 등이 아닌 동아시아의 한국, 그것도 수도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개최함으로써 새로운 기운을 충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행사를 잘 치르면 부산에는 또 다른 좋은 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 부산시는 현재 유네스코에 "부산을 영화영상 분야의 창의도시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해놓은 상태다. 또 이 행사를 앞으로 상설화해서 해마다 부산에서 열 의지도 갖고 있다.
올해 제1회 세계인문학포럼을 시민의 관심과 인문학계의 참여 열기 속에서 잘 마무리하면, 부산은 인문적 열기와 향기가 있는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발판을 갖게 될 수 있다. www.worldhumanitiesforum.org
# 부산선언 무얼 담나
- 다양성 인정·존중, 보편가치 찾자는 실천적 토대 마련될 듯
제1회 세계인문학포럼의 마지막 날인 오는 26일 오전 11시30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폐막식에서는 이번 행사의 의미와 앞으로 실천계획을 압축한 '부산선언'을 채택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비롯해 제1회 세계인문학포럼 박영식 국내추진위원장,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 허남식 부산시장 등이 참석해 무게를 싣는다.
부산시 이갑준 문화체육관광국장은 "'부산선언'에는 세계 여러 지역 사람들이 간직한 차이와 다양성을 포괄하면서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인류가 공유해야 할 보편가치를 모색하자는 메시지를 담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다문화 세계에서의 보편주의'라는 대주제 아래 ▷문화상대주의와 보편주의 ▷글로벌 시대의 다중 정체성 ▷문명 갈등의 양상과 전망 ▷지구윤리와 문화소통의 가능성 ▷유네스코-뉴 휴머니즘을 위하여 ▷부산 지역성의 인문학적 성찰 등의 세부 주제를 다룬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도 인류가 공유해야 할 보편가치를 찾아보자는 제안은 현재 유네스코의 시급한 인문학적 과제다. '부산선언'은 이 같은 시대적 요청에 대한 실천의 토대를 마련해 세계로 타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