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0년 만에 부산을 다시 찾았다. 당시에도 '아시아에서 제일 큰 영화제구나'라는 느낌을 가졌는데 다시 와 보니 크고 성대한 영화의전당이 자리잡고 있어 깜짝 놀랐다. 폐막작으로 한국 관객에게 제일 먼저 보일 생각을 하니 흥분되고 설렌다."

13일 오후 부산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폐막작 '내 어머니의 연대기' 기자회견장에서 밝힌 하라다 마사토 감독의 소감이다. 그는 "이렇게 큰 영화제에서 제 영화를 폐막작으로 선정해 감사드린다"고 거듭 인사를 했다.

이 영화는 일본의 저명한 작가 야스시 이노우에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건헤드' '가미가제 택시' 등을 연출한 하라다 감독이 야큐쇼 코지, 키키 키린, 미야자키 아오이 등 실력파 배우들과 힘을 합쳐 만든 작품이다. 부와 명예를 거머쥔 주인공은 어린 시절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는 어머니에 대한 원망이 남아 있다. 아버지의 죽음 후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보살피면서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하라다 감독은 "어머니의 사랑이 깊어서 영화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 뛰어든 사람이 많다. 오즈 야스지로, 잉그마르 베르히만, 스티븐 스필버그 등이 그렇다. 특히 한국은 어머니의 문화가 상당히 강한 나라가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의 어머니를 이길 힘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하면서, "그런 어머니의 힘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 자신도 어머니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 병원으로 급히 이송돼 태어났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소설을 영화화한 이유에 대해 하라다 감독은 "작가는 고향(일본 누마즈)이 같은 고등학교 선배"라면서 "학창 시절에는 그의 책을 읽지 않았다. 모두 치켜세우니 '이런 누마즈 시골 구석에서 훌륭한 작가가 나올리 없어'라는 반발심이었던 것 같다. 이후 도쿄와 미국 등지를 다니며 공부와 촬영을 하다 나이 쉰이 넘어서야 '고향'이라는 단어에 끌리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무엇보다 기억을 점점 잃어가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와 애증관계의 아들, 그리고 다시  어머니의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고 한다. 그는 "영화에서는 잃어버린 어머니상을 많이 담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는 단풍이 든 일본 시골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이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숲 속에 자리잡은 집(실제 원작자의 집)도 영화의 중요 역할을 해낸다.

이용관 BIFF 집행위원장은 폐막작 선정 배경에 관해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가 적극 추전한데다, 저도 이미 하라다 감독에 대한 존경심이 있었다"면서 "영화 초반에 제가 예상했던 것들이 나와 흠뻑 빠졌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개막작이 젊고 패기있고 열정적인 작품이었다면, 폐막작은 조용히 마무리하면서 사람을 깊게 끌어들일 수 있는 잔잔한 작품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영화는 14일 오후 8시 영화의전당에서 폐막식이 끝난 뒤 상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