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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용의 시네 아고라] 테크놀로지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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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1-09-26 19:22:54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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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하는 이들을 카페, 지하철, 거리 등등에서 마주하게 된다. 바야흐로 테크놀로지로 충만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는 논의를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 사회에 '화성인 남자, 금성인 여자'를 쓴 존 그레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저자는 유럽의 철학자 존 그레이이다. 그의 저작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에는 인간의 진보가 환상이라는 논거와 더불어 인간 문화를 이루는 실체에 대한 냉소적 성찰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오늘날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테크놀로지'다.

"금세기에 대해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인류'에게 부여한 위력이 인류 자신을 공격하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데 사용되리라는 점이다. (…) 신기술의 파괴적인 잠재력을 무시하는 사람들은 역사적 사실을 간과해서 그런 것이다. 학살은 기독교만큼이나 오래된 만행이지만 철도, 통신, 독가스 등이 없었다면 홀로코스트도 없었을 것이다."(30쪽)

인류에게 부여된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전쟁을 비롯하여 수용소의 역사를 이루었다는 통찰은 오늘날 우리에게 테크놀로지가 무엇으로 전환될지, 그 잠재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여기서 유의해야할 점은 존 그레이가 통상적인 논의처럼 테크놀로지의 올바른 사용을 권장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류는 우리의 도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있다"고 말하는 것은 한 가지 면에서만 맞는 말이다. "기술 진보는 딱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남겨 두었는데, 그건 바로 인간 본성의 취약함이라는 문제다."

기술의 진보,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결코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면, 인간은 결국 종말을 고해야하는 동물에 지나지 않는다. 존 그레이의 책은 이러한 독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좀 더 면밀하게 살펴 본 것은 테크놀로지와 인간의 관계이다. 인간본성의 취약함은 그 동안 종교, 정치, 법과 같은 오래된 장치(테크놀로지)들이 결코 해결할 수 없었던 것이다.
테크놀로지의 힘은 충분히 통찰되지 못하고 있다. 존 그레이가 인용하는 이반 D. 일리치에 따르면 "평균적인 미국인은 7500마일(약 1만 2000㎞)을 가기 위해 1600시간을 쓴다. 한 시간에 5마일(약 8㎞) 꼴도 안 되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환산하면 걷는 것보다 그다지 나을 것도 없는 이용수단을 대도시의 사람들은 왜 열광적으로 사용하는 것일까. 존 그레이는 질문한다. "개인의 자유, 성적 해방, 아니면 갑작스러운 죽음이 가져다 줄 궁극적인 해방에 대한 무의식적 갈망의 표현?" 결국, 새로운 테크놀로지는 자유와 해방의 신화를 기초로 한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무거운 컴퓨터를 들고 다닐 필요도 없으며, 어디서나 업무를 볼 수 있으며,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비롯한 부단한 자기관기를 가능케 한다는 환상을 가져온다. 그러나, 이것의 궁극적인 지점은 자동차 사고와 같은 갑작스러운 죽음이다. 다시 말해, 관계의 저변을 확대한다는 환상을 가져오고 있는 스마트폰은 아주 엉뚱하게 관계의 종말을 이끌어 내는 '장치'가 된다.

크리스토프 코흐가 쓴 '아날로그로 살아보기'는 독일의 프리랜서 기자인 저자가 한 달 동안 인터넷과 스마트폰 없이 살아보기로 결정을 내린 후 생긴 일을 화두로 다루고 있다. 피자를 기다리며 앉아 있는 동안 네트워크 접속 중독증의 뚜렷한 증상 중 하나를 확인한다. 심지어 답장을 안 해 준다는 여자 친구의 오해로 결별까지 일어난다. 결국, 우리의 지적, 인적 네트워크는 3.5인치 화면 크기의 공간을 무한으로 여기며 살고 있는 셈이다.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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