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따또가 입주화가 박경효, '현대노동운동사'현지 호평

	지난 8일 일본 후쿠오카 JR하카타역 쇼핑센터에서 부산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의 입주작가 김경화와 후쿠오카의 우지시마 코우타로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조봉권 기자

오전 8시에 부산 중구 중앙동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 쾌속선 코비호를 타자 3시간이 채 못 돼 일본 후쿠오카의 하카타항국제터미널에 닿았다. 부산~서울이 시속 300㎞ 속도의 KTX로 2시간 반 정도인데, 시속 80㎞로 운항하는 코비호는 그 시간에 부산~후쿠오카를 주파한다. 참 가깝다.

먼저 향한 곳은 후쿠오카 중심가 리버레인 건물. 이곳에 후쿠오카가 자랑하는 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http://faam.city.fukuoka.lg.jp)이 있다. 아시아의 미술만 집중해서 다루는 미술관은 세계에서 이곳 말고 찾기 힘들다고.

지난 8~9일 부산과 후쿠오카(규슈)의 예술인들로 이뤄진 부산-후쿠오카 아트네트워크가 지난해말부터 준비한 제1회 '왔다갔다 아츠 페스티벌(WATAGATA Arts Festival)'이 마침내 열린 후쿠오카를 방문했다. 이 행사는 지난 1일 시작해 13일 주요행사를 마쳤다. 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은 주요 행사장 가운데 하나였다. 기획갤러리에 들어서자 부산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www.tttg.kr) 입주 화가 박경효가 그린 큰 작품 '현대노동운동사'가 걸려있다. 현장에 와있던 심우현 큐레이터와 오성혜 전시디렉터가 귀가 솔깃한 소식을 들려준다. "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 주요 관계자가 이 작품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현지에 있던 박 작가를 만나 물어봤다. 그는 "미술관 쪽 주요 관계자의 요청을 받고 방금 면담을 가졌다. '현대노동운동사'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며 이 작품을 소장하고 싶다는 취지를 내게 밝혀왔다. 이 작품이 현재 부산 민주공원에 기증된 상태라 관련 절차를 더 알아봐야 한다고 답했는데, 그 쪽 태도가 진지하고 적극적이었음을 느꼈다"고 답했다.

한국의 노동운동사를 다룬 큰 그림이 아시아 미술 전문미술관에 소장될 수 있다면, 이는 두 도시 문화교류에서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았다. 또 향후 '왔다갔다 페스티벌'의 구실과 가치를 짐작할 수도 있었다.

이곳에서는 부산의 천아름 장숭인 정도균 박주현, 후쿠오카의 스즈키 아츠시, 테라에 게이치로, 다나카 치사토, 야마구치 테루에, 야마모토 코우스케의 작품이 전시됐다. 두 도시 젊은 화가들의 정신과 관심이 반영된 전시는 열기와 활력이 넘쳤다.

이와 함께 지난 1일 부산의 성백 김경호 유재명, 후쿠오카의 오가와 테츠야, 모리시타 신야, 아라세 테츠야 등의 작품을 전시한 '부산 go-between 후쿠오카'가 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 8층 교류갤러리에서 시작됐다. 후쿠오카 시내 작은 전시장인 아트스페이스 테트라, 레센소, ME갤러리에서도 부산 작가들의 작품이 후쿠오카 시민을 만났다.

JR하카타역의 한큐백화점 근처 지하 1층 전시장에서 열린 또따또가 작가들의 공예품 전시와 김경화-우지시마 코우타로가 JR하카타역 쇼핑센터에서 연 아트스테이지 전시도 관심을 끌었다.

두 도시 예술가들은 "작품만 덩그러니 전시해놓은 채 실질적인 소통과 교류는 이뤄지지 않는 교류행사는 별로 남는 게 없는 것 같다"고 자주 말했다. 미야모토 하츠네 전시디렉터와 심우현 큐레이터 등은 이 점을 간파하고 기획 단계부터 예술가들이 협의하고 소통할 수 있게 주제를 제시하고 대화를 유도했다.

8일에는 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에서 심포지엄과 공연이 열렸다. 부산 퓨전국악팀 아비오, 허경미무용단 레드스텝, 풍물패 풍류 등이 공연했다. 후쿠오카 시민 오야와다 히로코(27) 씨는 "정말 오기를 잘했다. 공연도 멋있었고 심포지엄도 유익했다"고 했다.

어려움도 많았다. 비용과 인력이 모자라 관계자들은 밤을 새기 일쑤였다. 특히 스태프가 적어 가톨릭센터 정면 기획팀장 등 극소수 인력이 모든 현장을 '커버'하면서 초인적으로 일해야 했다.

하지만 "아직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데 의미를 둘 수 있었다"는 참여 작가 스즈키 아츠시의 말에서 두 도시 예술교류 가능성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