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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쥐꼬리 공연료 비보잉댄스 … "생존해야 예술도 가능"

청년문화 - 밥과 예술

  • 박창희 기자 chpark@kookje.co.kr
  •  |   입력 : 2011-08-31 19:26:28
  •  |   본지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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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인 부산 메트로폴리탄 팝스 오케스트라가 부산 대연동 부경대 교정에서 현장 공연을 펼치고 있다. 부산메트로폴리탄 팝스오케스트라 제공
- 4, 5명 구성 비보이팀 공연에 구청, 행사건당 20만 원 책정…식비·차비 빼면 남는 게 없어
- 4대보험·인건비 98만 원 지원, 사회적 기업 제도 '단비'지만 자생력·경쟁력 배양 미지수
- "프로젝트별 지원이 효율적"

밥과 예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예술인들에게 무례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밥'이 필요한 현실을 인정하자. 밥이 나쁜 게 아니라, 예술을 해서 밥을 얻는 방법이 나쁘다면 나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를 보면, 문화예술인의 66%가 예술활동으로 벌어들인 월 평균 소득액이 100만 원이 되지 않는다(2009년 설문조사). 이들 중 37.4%는 예술활동으로 인한 수입이 '없다'고 답했다. 예술활동을 해서 밥 먹기가 이처럼 힘들다.

■착취당하는 현장 예술가들

예술가들에 대한 사회적 처우 개선은 역대 정권의 숙제였다. 당위성이 있음에도 예술의 범위, 자격, 형평성 등이 계속 논란이 됐다. 지난 1월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의 충격적인 아사(餓死)사건을 계기로 급물살을 탔던 '예술인 복지법안'은 다시 제동이 걸렸다. 지난 6월 국회 문광위를 가까스로 통과했으나 고용노동부가 형평성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예술가들 중에서도 지방에 있는 젊은 예술가들은 수입 구조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형편이 열악하다. 최저생계비(53만 원)조차 못 버는 경우가 많지만, '하고 싶고' '좋아질 것이란 믿음' 때문에 하루하루를 버틴다.

부산의 문화기획자 A 씨가 전한 젊은 예술가들의 생존 실상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비보이 춤꾼 B(27) 씨는 부산에선 꽤 잘 나가는 활동가다. 하지만 처우는 대학 아르바이트생 수준이다. 구청 행사 같은 곳에 초청되어 춤을 출 경우, 수중에 떨어지는 돈은 고작 1만~2만원이다.

"현장 예술가를 대접하지 않는 관행이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어요. 공연을 하려면 준비, 리허설, 본 공연까지 보통 5~6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도 구청에선 행사 건당 20만 원 정도를 책정합니다. 적다고 하면 '작년에도 그렇게 했다'거나 '아는 안면'을 들먹이죠. 그 돈으로 4, 5명의 팀원이 점심, 저녁 사 먹고 차비 빼고 나면 남는 게 1만~2만원씩이라는 거죠."

문화기획자 A 씨가 밝힌 현장의 예술인 착취 구조는 심각한 양상이지만 개선될 기미가 없다. A 씨는 "행정기관들부터 현장 예술가들의 일당 기준을 마련해 공정한 처우를 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쩍 늘어난 사회적 기업

남산놀이마당이 지난 6월 부산 애광노인요양원을 찾아 풍물공연을 갖고 있다. 강덕철 기자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가느다란 희망의 끈이 드리워졌다. '사회적 기업'이라는 일자리 창출사업이다. 사회적 기업이 되면 기본적으로 4대 보험을 포함, 업체 직원 한 사람당 인건비 월 98만 원을 지원받는다. 목마른 활동가들에겐 단비가 아닐 수 없다. 부산시 관계자는 "업체당 10명까지 2년간 지원이 가능하고, '예비'라는 꼬리를 떼면 다시 3년간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 취약계층 50%를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단서가 현실적 제약 조건이다.

부산지역의 경우, 그동안의 열악한 현장조건을 반영하듯, 문화예술 분야의 사회적 기업 인증 및 신규 진출이 꽤 활발하다. 지난해 부산형 사회적 기업 42개 중 문화예술 분야가 6곳이었고, 올해는 전체 26개 가운데 9개로 늘었다. 사회적 관심 속에 몇몇 단체(기업)는 차곡차곡 성과도 쌓고 있다.

사단법인 문화도시부산네트워크가 주체가 되어 2009년 7월 창단한 부산 메트로폴리탄 팝스 오케스트라는 사회적 기업 제도를 활용해 40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클래식과 팝, 재즈 연주자 등으로 꾸려진 이 오케스트라는 '찾아가는 음악회' 등 연간 130여 회를 공연하며 지역사회에서 입지를 확보했다. 단원 1명당 93만 원씩 인건비를 지원받기 때문에 대부분이 상근 형태로 연습과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김병수 상임지휘자는 "솔직히 공연비만으로는 지탱이 어려워 지원금이 끊긴 이후가 걱정"이라면서 "서울의 프라임 오케스트라처럼 부산에서도 기업이나 지자체의 지원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원금,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

사물놀이 팀인 남산놀이마당은 지난해 9월 부산형 사회적 기업이 된 케이스. 전업으로 활동하는 단원 11명은 인건비 지원을 받으면서 연 2회 창작 발표를 비롯해 연간 200~300회의 공연을 펼치는 등 활동이 왕성하다. 류재철 공연기획실장은 "연간 2억5000만~3억 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지만, 재투자 및 적립금이 많아 단원들은 월 100만 원씩도 못 가져간다"면서 "지원으로 다소 숨통이 트인 만큼 이제는 진짜 살아남는 작품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문화예술 분야 사회적 기업 1호였던 나다문화사업단은 사정상 지난해부터 홀로서기를 선택했다. 자체 소극장을 갖고 활발한 공연을 펼치면서 10여 개 학교와 단체로 계약을 맺는 등 자생력이 생겨 자립의 길을 찾아나선 것.

정윤식 사무국장은 "작업의 효율성과 창의성은 직원 수와 크게 관계가 없는 것 같았다. 지원금을 받아 20명을 고용할 때와 지원 없이 4명이 일할 때의 매출이 1억 원 안팎으로 거의 비슷했다"면서 "문화예술의 특성을 감안하면 일률적 인건비 지원보다 프로젝트별 지원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또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면 다른 기금 지원을 못 받도록 돼 있는 규정도 개선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사례로 볼때, 문화예술 분야의 인건비 지원은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드리우고 있다. 먹고 살기 어려운 단체들에게 당장의 단비는 되겠지만, 그것이 궁극적으로 문화예술의 창의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배양하는 방편이 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 자립 이끄는 지원 관건… '또따또가' 모델 주목

- 인건비 지원 사회적기업 자립 못 하면 혈세만 낭비
- 창작 공간은 마련해 주되 자원 활동 등으로 운영…'또따또가' 자생력 보여줘

사회적 기업 지원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2~5년 인건비 지원을 한 뒤에도 자립구조가 확보되지 않으면 세금만 쏟아부은 꼴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와 부산시는 요건을 갖춘 단체에 2~5년 인건비 지원을 하면서 성과를 체크하면 향후 자립을 위한 마중물이 될 것이란 입장이다.

반면 문화계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한 획일적 지원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부산문화재단 차재근 문화예술진흥실장은 "외국 어디에서도 우리처럼 인건비를 직접 지원하는 나라는 찾기 어렵다"면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평가 잣대와 지원 방법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점에서 부산 원도심의 창작공간 지원사업인 '또따또가'가 대안 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다. 또따또가에는 입주 작가 40여 명, 예술단체 22곳 등 약 370여 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2012년까지 3년간 건물 임대료가 지원되고 있다. 부산시는 이곳에 지난해 3억5000만 원, 올해 4억 원을 투입했다.

차재근 실장은 "타 도시의 유사한 창작지원 사업과 비교해 볼 때 또따또가는 초저예산으로 예술인들의 자생력을 키우는 모델이 되고 있는 셈"이라면서 "국내의 몇몇 지자체들이 벤치마킹을 하고 있고, 국책연구기관들과 일본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연구 중이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부터 또따또가에 영화전문공간 '보기드문'을 운영 중인 김희진 감독은 "현재 임대료(월 60만~70만 원)가 지원되고 있고, 카페 회원 350여 명의 자원 활동이 뒷받침되고 있어 그럭저럭 운영이 되는 상황"이라면서 "공간 운영의 자율성이 더 중요하므로 사회적 기업 전환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예술계는 지금 사회적 기업 등 공공의 지원 속에 사상 초유의 살아남기 실험에 돌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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