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상용의 시네 아고라] 도시의 비정함을 전달한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8-29 20:06:12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영화 '댄스타운'의 한 장면.
9월 초에 개봉하는 전규환 감독의 '댄스타운'은 세 번째로 만든 작품이다. 그의 첫 영화인 '모짜르트 타운'을 DVD로 보았을 때는 좀 시큰둥했다. 강하게 자극하는 화면을 만들어 낼 뿐 감독의 관심사가 잘 보이지 않았다. 두 번째 영화였던 '애니멀 타운'은 180도 달랐다. 건조한 화면 위에 도시의 비정함을 따라가는 그의 화술은 유럽 작가영화와 닮아 있으면서도 은근히 격정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자신의 좌표가 뚜렷하게 서 있는 것인지 확신이 서 있지를 않았다. 어떤 감독들은 첫 작품으로 자신의 서명을 뚜렷하게 선 보이지만 어떤 감독들은 영화를 만들면서 자신의 스타일을 완성한다. 전 감독은 후자의 경우에 가까운 것처럼 보였다.

물론, '타운'이라는 제목을 내세우는 그의 고집은 확연했다. 산 세바스티앙 영화제를 비롯하여 여러 유럽 영화제에 그의 영화가 소개되었고, 확신에 가득 찬 어조를 지니고 있기는 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신인이었다. 그를 제대로 만난 것은 지난해 부천영화제의 한 술자리에서였다. '애니멀 타운'이 부천을 비롯하여 여러 국내 영화제에서도 소개가 되기 시작했고, 여러 영화제를 다니면서도 부지런히 새 영화를 작업하는 그의 모습에는 어딘가 미쳐 있는 예술가의 초상이 뚜렷하게 엿보였다. 감정적으로 흥분을 잘 하는 그는 전형적인 예술가 타입의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세 번째 '댄스타운'이 지난해 부산에 소개되는 과정에서도 몇 번의 실랑이도 있었고, 오해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과거 유명한 매니저였던 그의 이력을 들어 선입견을 갖기도 할 것이고, 어떤 이는 호들갑스러워 보이는 그의 태도에 실망스러워 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그의 영화에서 관심을 갖는 것은 그의 외향적 태도가 아니라 영화 속에 드리워진 침묵의 순간들이다. '댄스타운'은 북에서 내려온 여주인공이 겪는 일상사의 모습이 담겨 있다. 하나원을 나온 후 현실의 삶에 적응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들은 '소외' 그 자체이다. 여성이라는 위치는 더욱 그녀를 소외되게 만든다. 실제로 '댄스타운'에는 라미란 씨가 연기하는 탈북여성 이외에도 마지막을 장식하는 여고생이 등장한다. 우리는 그녀의 삶을 뚜렷하게 알 수 없다. 세탁소에서 일하는 엄마에게 돈을 받아가는 장면에서, 그녀의 가정환경이 유복하지 않을 뿐 아니라 돌봄을 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따름이다.

'돌봄'은 '댄스타운'의 핵심이다. 돌봄을 받아 마땅한 존재들이 시선 밖에 머물게 될 때, 폭력의 현실과 마주하게 될 때 우리는 잔혹함을 경험한다. 대다수의 매체는 이 잔혹함을 메마르게 전달한다. 도시 속에 쓰러지는 여고생의 모습은 신문기사의 가십란을 통해 매번 접하게 되는 것이다.그러나, 온갖 미디어는 이 모든 드라마를 평평하게 만들어 버린다. 아무런 생각도, 아무런 감정도 없이 경험되지 못하도록 만들어 버린다. 소위 '경험의 파괴'라고 불리는 현대 매체의 특성은 발터 벤야민과 같은 이들이 한 세기 전에 예고한 현상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쟁터에서 사람들이 돌아왔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몇 년 뒤에 매체를 통해 소개될 때 경험은 가공되고 변형되기 시작했고, 온전한 경험은 침묵 속에 사라졌다. 그것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하는 것이 우리시대 예술가들이 고집스럽게 다뤄내는 한 지점이다. 전규환의 영화에는 한 인물이 있고, 그 인물의 무덤덤한 뒤를 따르면서 전해져 오는 가공할 만한 순간들이 있다. 그것은 파괴적인 상황 그대로, '댄스타운'의 여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 벌거벗은 생명 그대로 내던져지는 경험이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2. 2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3. 3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4. 4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5. 5[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6. 6[속보]돌아온 ‘부캉이’, 식지 않는 인기…누적 방문객 80만 넘어
  7. 7부산 동래·금정구 하늘에 뜬 ‘쌍무지개’…희망과 행운의 메시지
  8. 8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9. 9“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10. 10[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1. 1[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2. 2'좌아하게'? 다시 논란 부른 이 대통령 SNS 정치
  3. 3[속보]민주당, 국힘 집회에 “극우 유튜버들 박수 세례에 중독된 장동혁”
  4. 4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5. 5與 “조희대, 국감 출석 불응 의사…불출석은 국회법 위반”
  6. 6李대통령, 금융기관 개인정보 유출에 “철저 조사 지시”
  7. 7'광대극' 조소 이어 미사일로 응답한 北. 좁아진 청와대 입지
  8. 8영화 '암살자(들)' 논란 속 장동혁, 고(故) 육영수 생가 방문
  9. 9국힘, 싱가포르영화제 ‘암살자(들)’ 상영 철회 서한…與 “영틀막”
  10. 10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1. 1“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2. 2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3. 3[속보]돌아온 ‘부캉이’, 식지 않는 인기…누적 방문객 80만 넘어
  4. 4"산업용 차등요금제, 기업의 지역이전 효과 극히 불투명"
  5. 5"차명계좌 적발, 작년 이후 총 3471건…NH농협 가장 많아"
  6. 6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둘러싼 한·미 불협화음 언제까지 이어지나
  7. 7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 급증… 재정 부담 가중될 듯
  8. 8카카오 월4900원 멤버십 출시…네이버 쿠팡과 3파전
  9. 9이억원 “AI 해킹 가능성…금융권 최고수준 경각심 가져야”
  10. 10미래대응기금, 국감 쟁점 부상…국회 "재원 지속가능 의문"
  1. 1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2. 2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3. 3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4. 4부산 동래·금정구 하늘에 뜬 ‘쌍무지개’…희망과 행운의 메시지
  5. 5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6. 6[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7. 7"친구가 총기 들고 탈영"…허위 신고한 20대 벌금 500만 원
  8. 8“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9. 9AI 성착취물 텔레그램방 ‘그놈’…잡고 보니 경찰관
  10. 10울산바위 배경으로 사진 찍다 추락한 70대 등산객 숨져
  1. 1“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2. 2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3. 3‘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4. 4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5. 5[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6. 6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7. 7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8. 8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9. 9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10. 10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미리보는 제31회 BIFF
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