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부 박인환 신대철 등 잊혀져 가는 시인들부터
- 박정애 최원준 이영옥 등 지역 시인들의 시 비평
- 백년어서원 초청으로 독자와의 만남에 참석
- "인터넷·디지털 시대에도 문학의 '정신'이 가장 중요"
지난 2010년 초부터 2011년 8월 현재까지 2년이 못 되는 기간에 부산의 문학평론가 또는 문학평론 모임이 펴낸 단행본을 꼽아보니 적어도 10권은 넘는다. 부산 지역 젊은 비평가 모임인 '해석과 판단'이 2010년 벽두에 냈던 '지역이라는 아포리아'를 필두로 치면, 김천혜 김경복 허정 전성욱 정영자 하창수 한수영 신기용 김경연 정훈 등이 문학비평집 또는 문학이론서를 '문학평론가'의 이름으로 냈다.
이 가운데 5권이 지역 출판사인 산지니출판사(해석과판단, 허정, 전성욱, 김경연, 정훈)에서 나왔다는 점도 이채롭다면 이채롭다. 산지니출판사를 통해 가장 최근 자신의 첫 평론집을 펴낸 이가 정훈(40·사진)이다. 책 제목은 '시의 역설과 비평의 진실'.
'시의 역설과 비평의 진실'이라는 이 단독저서를 살펴보면 저자가 무척 '속고집'이 강한 젊은 문학평론가라는 점을 느낄 수 있다. 부산 태생의 천재 시인이자 '일출봉에 해 뜨거든…'으로 시작하는 가곡 '기다리는 마음'의 노랫말을 쓴 김민부 시인을 비롯해, 저 유명한 '목마와 숙녀'의 시인이지만 점차 잊혀져 가고 있는 박인환 시인, 기형도, 신대철, 살매 김태홍, 박태문, 정영태 등을 그는 주요하게 다룬다.
'잘 나가는' '유행하는' '현란한' 최근의 시인들도 많건만 그는 좀 오래됐을 지언정 자신의 관점에서 문학적 중요도가 높고 '우리'가 꼭 간직해야 한다고 판단한 시인들의 시 세계를 되새기고 곱씹는다. 책의 또 다른 축 하나는 지역시인과 시의 현장이다. 그는 박정애 최원준 송진 이영옥 손순미 손병걸 등 지역시인의 시를 열심히 비평했고 제4장에서는 요즘 시단의 경향과 현장을 살폈다.
1971년 경남 마산 출생인 정훈은 부산외국어대 국문학과를 나왔고 부산대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그가 문학평론가로 등단한 것은 200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기형도론'을 응모해 당선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현재 부산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에 속하는 문학인공간 수이재에서 글을 쓰고, 오는 가을 첫 행사를 준비 중인 김민부문학제 추진위원회의 일원이기도 하다.
이렇게 보면, 그는 부산을 중심으로 '지역'에 밀착한 문학 활동을 펼치는 젊은 평론가로 꼽을 수 있다. 지난 25일 산지니출판사는 부산 중구 동광동 인문학카페 백년어서원에서 정훈 평론가를 초청해 독자와의 만남 행사를 열었다. 이 출판사는 책을 새로 낼 때마다 이 장소에서 저자와 독자의 만남 행사를 치러 이를 정착시켰다.
이영수 시인의 사회와 대담으로 진행된 이 자리에서 정훈은 "도구가 성냥이냐 라이터냐 하는 게 중요하지는 않다고 본다. 중요한 건 두 도구가 모두 빛을 내는 데 쓰인다는 점이다. 문학에서 그 '빛'이란 정신에 해당한다. 인터넷과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도구가 나왔다 해서 문학이 쉽사리 흔들릴 거라 보지 않는다. 중요한 건 그 문학이 지닌 '정신'"이라 말했다.
젊은 평론가로서 '유행과 중앙'이라는 현란한 그 무엇에 뛰어들기보다, 자신이 사는 지역과 오래도록 의미를 잃지 않는 대상에 집중하는 '속고집'을 읽을 수 있었다. 그의 첫 저서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부산 문학비평계의 활력을 또 한 번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