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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광삼作 '남포동' 1968 |
- 발품팔아 모은 사진 작품들…1930~1980년대 부산 변화상 고스란히 담아내 추억 자극
부산의 사진과 한국전쟁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1950년 이전까지 한국사진의 중심축이 서울과 대구였던 것에 반해 부산의 사진은 상대적으로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6·25로 부산이 임시수도가 되면서 부산사진이 중심에 놓이게 됐다. 지금은 부산과 대구가 서로 '사진의 수도'라며 우열을 겨루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 '과연, 부산 사진의 역사가 존재하는가?' 다소 도발적인 질문에서부터 이번 전시는 기획됐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고은사진미술관 신관과 프랑스문화원 아트스페이스(별관)에서 열리는 '부산사진의 재발견-기억과 트라우마 전'이 그것이다. 이 전시는 사진활동이 본격화된 1930~1980년대의 부산사진을 보여준다. 부산의 대표사진가라 할 수 있는 임응식과 정인성을 포함해 모두 21명이 참가했다. 이 전시는 특히 부산사진의 역사를 처음으로 재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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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정회作 '충무동' 1970 |
이상일 디렉터는 "부산에 토대를 둔 사진미술관으로서 담당해야 할 몫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부산사진에 대한 연구와 검토를 하게 됐다"면서 "1년 전부터 시작했고, 생생한 역사적 자료들을 통해 부산사진이 역사 속에서 전개되어온 맥락을 찾아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출발부터 만만치가 않았다. 부산사진의 연구자료나 토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일일이 작가를 만나서 작품을 검토하는 일부터 삐걱댔다. 이 디렉터는 "지난해 3월 각종 공모전에서 10번 이상 상을 받은 작가 100명을 추려 전시 취지를 말하고 작품을 보내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회신이 전혀 없었다. 일일이 작가와 유가족을 찾아다니며 작품을 보고 자기 색깔을 가진 원로 21명을 겨우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랐거나, 인연을 가진 사람이라면 역사 속 부산의 모습은 봐도봐도 질리지 않을 것이다. 정영모의 '해운대'(1967)는 그 당시 해수욕장을 가득 채운 파라솔에 놀라고 높은 건물 하나 없이 뻥 뚫린 시야에 시원함을 느낀다. 1971년의 '남포동' 사진은 과일 리어카 옆에 등받이가 없는 의자 두 개를 붙여 놓고 머리는 리어카 손잡이에 올린 채 잠을 자는 곡예 부리는 듯한 장사꾼의 모습에 감탄을 자아내게 된다. 1956년의 '부산대'(배동준 작)는 건물 대신 널따란 들판만 펼쳐져 있어 한적한 시골마을 같다.
전시장에서 만난 40대 후반의 주부들은 케이블카가 해수욕장 하늘을 가로지르는 '송도'(1962·김정석 작)를 보며 "이 케이블카 기억난다. 그때는 해수욕장하면 송도였지"라며 추억을 불러내기도 했다. 6·25 당시의 영도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판잣집과 전쟁고아들, 윗옷에 '求職(구직)'이라는 팻말을 붙인 채 서울 한복판에 서 있는 임응식의 1953년 작, 1945년 부산역 앞을 달리는 자동차와 건물을 촬영한 김정석의 작품 등 하나같이 귀한 자료들이었다.
전시장을 돌고 나면, 1970년대까지의 리얼리즘 경향 작품과 이와는 차별화된 조형주의 사진을 시도한 작품들, 그리고 부산사진의 확장과 변화를 가져온 1980년대의 저널리즘과 영상주의 작품들을 두루 만날 수 있다.
이 디렉터는 "전시를 통해 사라져가는 과거에 대한 기록으로서 부산사진을 찾고, 한국 사진사의 맥락에서 비중 없이 다뤄졌던 부산 사진가들을 발굴하는 등 부산 사진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오는 10월 2일까지 전시. (051)746-0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