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상용의 시네 아고라] 매번 같은 시간을 산다면 삶은 …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8-01 20:16:37
  •  |   본지 2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영화 '소스 코드'의 포스터.
돌아오는 항공편 안에서 '소스 코드'라는 영화를 보았다. 한국에서 꽤 인기를 누렸다고 회자된 이 작품은 '소스 코드'라는 타임머신을 이용하여 과거의 8분으로 돌아가 테러사건의 범인을 찾는 과정을 담고 있다. 주인공 콜터 대위는 폭파 전 8분 동안의 시간을 활용할 수밖에 없기에 여러 번 같은 시간으로 돌아간다. 매일 같은 시간이 반복되는 상황은 SF 영화는 아니지만 빌 머레이가 주연한 '사랑의 블랙홀'을 연상시킨다. 매번 같은 시간으로 돌아가 시간의 매듭을 풀려고 노력하는 과정은 '소스 코드'를 SF 액션 버전의 '사랑의 블랙홀'로 생각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들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시간의 반복이 아니라 시간의 반복이 제기하는 문제점이다. 우리가 매번 같은 시간을 산다면 어떻게 될지를 철학적으로 고민한 사람은 19세기의 니체였다. 그는 '영원회귀'라는 사유의 이미지를 통해 우리가 삶을 반복하게 된다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사유했다. 인간의 삶이 선택의 문제에 부딪히는 것은 영원회귀가 아니라 단 한 번의 삶을 살기 때문이다. 프리츠 랑의 영화 제목을 빌리자면 우리의 삶은 '하나뿐인 목숨'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러나 '사랑의 블랙홀'의 필 코너스와 '소스 코드'의 콜터 대위는 매번 다른 선택을 할 수가 있다. 콜터 대위는 8분간 범인을 찾느라 동분서주하기도 하지만 지금 바로 앞에 있는 여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아버지에게 전화를 하려고 노력해 보기도 하는 등 수많은 선택의 삶을 산다. '사랑의 블랙홀'에서는 더욱 과감하다.

그런 점에서 영원회귀는 삶을 기계적인 순환으로 전락시킨다. 왜냐하면, 매일 같은 시간이 반복된다면 선택에 따른 윤리적인 책임도, 인간적인 후회도 소용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 하나 뿐인 목숨을 지니고 있기에 신중한 선택과 윤리적 결단, 그리고 인간적인 고귀함을 추구할 수 있다. 매번 같은 삶을 산다면, 삶은 한없이 가벼워질 것이다. 밀란 쿤데라는 이러한 인간의 삶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고 불렀다. 니체의 영원회귀로 시작되는 이 소설의 서두는 두 여자 사이에서 선택할 수 없기에, 인간은 영원회귀의 존재가 아니기에 단 하나뿐인 목숨을 사는 남자 토마스의 바람둥이 기질을 대변해주고 있다. 결국, 인간의 선택, 이 모험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랑의 블랙홀'에서 기상 통보관 필 코너스는 여주인공 앤디 맥도웰을 향한 사랑을 선택한다. 그는 매번 같은 삶을 살면서 재즈 피아노도 그럴듯하게 치고, 온 마을 사람들을 돕는 선인으로 거듭 태어났다. 그것은 한 여인을 향한 사랑의 열정을 추구한 결과이자 깨달음의 결과이다. '소스 코드'의 콜터 대위는 결국 범인을 찾아낸다. 그리고 다시 한번 8분의 시간으로 돌아가기를 간청한다. 그것은 한 여인을 향한 사랑이자 인간들을 살려내고 싶은 휴머니티 넘치는 깨달음의 결과이다. 이것은 매번 같은 시간을 살게된다면, 그 속에 인간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지점은 인간적 고귀함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것들임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들은 매번 무의미한 삶이 반복되고 있는데 도대체 이렇게 살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질문하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삶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것이며, 타인의 애정어린 시선을 받기 위해서는 나의 희생과 인간적 숭고미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끔찍한 테러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소스 코드 속에 혹은 기상통보관 필 코너스처럼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성촉절의 문 앞에 놓여 있다. 다음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인간적인 노력을 통한 놀라운 시간의 기적 속에서만 비로소 개시된다.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4. 4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5. 5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6. 6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7. 7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8. 8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9. 96일 개막 BIFF도 ‘암살자(들)’ 후폭풍…레드카펫·무대 행사 줄취소
  10. 10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1. 1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2. 2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3. 3국힘, 장외집회로 정부·여당 압박…민주 “張, 북치고 고함만”(종합)
  4. 4[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5. 5'좌아하게'? 다시 논란 부른 이 대통령 SNS 정치
  6. 6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7. 7[속보]민주당, 국힘 집회에 “극우 유튜버들 박수 세례에 중독된 장동혁”
  8. 8與 “조희대, 국감 출석 불응 의사…불출석은 국회법 위반”
  9. 9영화 '암살자(들)' 논란 속 장동혁, 고(故) 육영수 생가 방문
  10. 10'광대극' 조소 이어 미사일로 응답한 北. 좁아진 청와대 입지
  1. 1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2. 251억 예상 임대수입 다시 계산하니 29억? 사업성 검증 논란
  3. 3‘직원용 시스템’ 등 빈틈 공격…現 보안체계론 AI해킹 무방비
  4. 4부산의 혁신 기업들, 지역발전 동맹 결성
  5. 5CU ‘리센느 빵’ 보름만에 60만 개 판매
  6. 6나들이객 마음에 쏘~옥…유통가 의류·와인 행사 가을대전
  7. 7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8. 8해운대 노을 보면서 명상…파라다이스호텔 오션힐링
  9. 9부산銀, 산업 전문성 더해 지역기업 금융 강화
  10. 10“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4. 4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5일
  6. 6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7. 7기장 병산저수지 때 아닌 녹조…악취 진동
  8. 8[한 손 뉴스] 1400년 역사 동래온천지구…전국 네 번째 온천도시 지정
  9. 9“누이센터·대봉산 휴양밸리 등 준비해 온 사업, 완성할 차례”
  10. 10돔 최상층 ‘스카이홀’ 길이 600m 컨벤션 場
  1. 1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2. 2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3. 3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4. 4“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5. 5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6. 6‘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7. 7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8. 8[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9. 9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10. 10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세연-Find Your Brave
박자현-꾸지 않는 꿈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5일 (음 8월 25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