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정·패기 상실… 스펙쌓기 버둥질, 비싼 등록금 내고도 '취업 동냥'
- 군주 선택한 선현의 호기 배워야…좋아하는 일 하면 '행복한 삶' 영위

	맹자는 "호연지기란 갑작스레 올바름을 한 번 행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호연지기란 의식적으로 노력하면서 길러야 한다. 사진은 방학을 맞아 국토대장정에 나선 부산·울산·경남 대학생들. 국제신문 DB

공손추가 여쭈었다. "감히 묻겠습니다. 무엇을 호연한 기운(浩然之氣)이라 합니까?"

맹자가 대답하였다. "말하기가 어렵구나. 그 기운은 지극히 크고 지극히 굳세니, 곧게 길러 해로울 게 없으면 하늘과 땅 사이를 꽉 채운다네. 그 기운은 올바름과 도리를 짝으로 하니, 이것이 없으면 굶주리게 되지. 이는 올바름이 차근차근 모여서 생겨나는 것이지, 갑작스레 올바름을 한 번 행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네. 행동할 때에 마음에 찐덥지 않은 게 있으면 역시 (이 기운이 없어) 굶주리게 되지."('맹자-공손추'·상)


천하를 떠돌던 공자가 어느 날 고국 젊은이들을 떠올리며 제자들에게, "돌아가자, 돌아가자!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뜻은 높으나 너무 거칠구나. 아름답게 멋거리는 이루었으나, 마름질할 줄 모르는구나"('논어-공야장')라 말하였다. 젊은이들은 열정과 패기가 넘치는 대신, 그것을 잡도리할 힘과 지혜가 부족하다. 그래서 돌아가서 그들을 가르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 대학생들에게서는 열정과 패기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회 글에서 나는 대학을 떠난다고 말했는데, 그 이유는 여럿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열정과 패기를 잃은 대학생들을 차마 더 볼 수가 없어서였다. 그래서 나는 공자와 달리, "떠나자, 떠나자! 우리 젊은이들은 뜻이 낮고 너무 몸을 사리는구나. 겉멋은 들었으나, 알맹이를 채우려 하지 않는구나"라고 탄식하며 대학을 떠난 것이다. 열정과 패기가 없으니, 대학(大學) 곧 큰 배움에도 뜻이 없다. 그러니 무엇을 가르치랴.

■종살이를 위해 버둥질하는 대학생들

대학생들이 얼마나 공부를 하지 않느냐 하면, 대학을 다니면서 읽는 책의 양과 질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작년에 국내 상위 20위권 대학의 재학생 한 명당 연평균 대출 도서 숫자가 17권으로 조사됐다. 대학생들이 한 달 평균 두 권도 안 되는 1.4권의 책을 읽고 있는 것이다. 요즘 대학생들이 거의 책을 사서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실제 독서량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해야겠다. 참으로 개탄할 노릇이다. 그나마 읽는 책들도 전공서적 아니면 흥미 위주의 얄팍한 책이 대부분이다. 역사나 철학 따위 인문학 서적들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취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나?

대학은 큰 배움의 길을 가는 곳인데, 대학생들의 관심사는 딴 데 있다. '스펙'을 쌓는 일이다. 높은 연봉이 보장된 안정된 직장을 얻기 위해서는 스펙을 쌓아야 한단다. 그런데 연봉이 높든 낮든, 정규직이든 아니든 간에 자기가 진정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아니라면, 그 일은 종살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조선시대에 머슴이 주인에게서 한 해 동안 일한 대가로 받는 것을 '새경'이라 했다. 그 새경이 오늘날의 연봉이다. 더구나 지금의 직장인들은 저 머슴보다 못해서 늘 내쫓길 일에 걱정이니, 참으로 이런 종살이가 없다. 그럼에도 그런 종살이를 하겠다고 기를 쓰고 스펙을 쌓고 있는 대학생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종살이를 하려고 버둥질하는 대학생들 대부분은 결국 자신이 바라는 곳으로 가지 못한다. 졸업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마음속에는 "어디서든 나를 받아주기를!" 하는 바람만 강해진다. 점점 비루해지는 것이다.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대학을 다닌 뒤에 한다는 게 고작 직업을 동냥질하는 꼴이라니. "천하를 화평하게 다스리고자 한다면, 바로 이때에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는가"('공손추'·하13)라 말했던 맹자와 같은 호기는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가 없다. 저 맹자도 지금의 대학생들을 본다면, 나처럼 대학을 떠나지 않고는 못 배기리라.

맹자는 또 "크게 되고자 하는 군주에게는 반드시 함부로 부를 수 없는 신하가 있었다. (어떤 군주든) 무언가를 크게 꾀하고자 한다면 곧바로 그런 신하를 찾아갔으니, 그 덕을 높이고 도리를 즐거워함이 이러하지 않다면 (그런 군주와는) 큰일을 함께 할 수 없다"('공손추'·하2)고 말했다. 공자나 맹자가 천하를 주유한 까닭도 스스로 군주를 고르느라고 그랬다. 아무나 만나서 그를 섬길 양이면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고단하게 돌아다니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그러했다면, 왜 오늘날 대학생들은 그렇게 하지 못하겠는가. 그들도 사람이고 지금 대학생들도 사람이 아닌가.

■호연지기를 길러 천하를 굽어보라

공자와 맹자에게는 있으나 지금의 대학생들에게는 없는 것, 그것은 호연지기다. 지극히 곧고 굳센 기운, 그리하여 천지 사이를 가득 채울 기운이다. 이런 기운은 자잘한 지식을 습득하는 걸로는 결코 기르지 못한다. 올바름을 행하고 도리를 따라 한결같이 나아갈 때에 기를 수 있다. 멀리 보고 크게 생각하며 큰 배움의 길을 갈 때에만 기를 수 있다. 올바른 일을 한 번 했다고 해서 별안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렵기만 한 것도 아니다. 적어도 내가 애쓴 만큼, 공부한 만큼 길러지는 것이 또한 호연지기다.

맹자는 "어짊과 올바름, 예의와 지혜는 밖에서부터 나에게로 녹여들어 오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 본래부터 갖추어져 있던 것인데, 생각하지 않았을 따름이다. 그러므로 '구하면 얻게 되고, 버리면 잃게 된다' 하였다. 얻고 잃음의 차이가 혹은 두 배 혹은 다섯 배가 되어서 나중에 계산이 되지 않을 정도가 되는 것은 그 재능을 제대로 다하지 않아서다"('고자'·상)라고 말했다. 그렇다, 사람이 제가 지닌 재능을 다하지 않은 채 얄팍한 속셈으로 작은 이익을 얻는 데에 집착하기 때문에 제 속에 있는 호연지기를 제대로 기르지 못하는 것이다.

공자가 "나는 열하고도 다섯에 배움에 뜻을 두었고, 서른에 홀로 섰다"('논어-위정'편)고 말했을 때, 그것은 큰 배움을 통해 호연지기를 길러 서른 즈음에 오롯하게 갖추었다는 뜻이다. 서른 전후에 이미 천하를 주유하면서 제후들을 만나 당당하게 자신의 뜻을 밝히고 뜻을 함께하면 벼슬하고 뜻이 다르면 떠난 것도 이 호연지기가 갈무리되어 있어서였다. 대학생들이 대학을 다니는 것은 바로 그런 호연지기를 기르기 위해서다.

맹자는 호연지기가 없으면 굶주린다고 했다. 행동할 때 마음에 찐덥지 않은 게 있어도 굶주린다고 했다. 이는 육신의 굶주림이 아니라 영혼의 굶주림을 뜻한다. 사람은 빵만으로는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재물이 많아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재물로는 달랠 수 없는 허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허기는 크고 굳센 기운, 올바르고 떳떳한 기운을 지닐 때에만 달랠 수 있다. 천지 사이를 채우는 것이 호연지기인데, 하물며 한 사람의 삶을 채워주지 못하겠는가.

왜 호연지기를 기르면 굶주리지 않게 되는가? 올바름과 도리를 짝하면서 스스로 터득하는 공부를 했기 때문이다. 맹자가 "군자가 도리로써 깊이 나아가는 것은 스스로 터득하고자 해서다. 스스로 터득하면 어디에 머물든 편안하고, 어디에 머물든 편안하면 그 바탕이 깊어지며, 바탕이 깊어지면 주위에서 무엇을 끌어다 써도 사물의 근원과 만난다. 그러므로 군자는 스스로 터득하려고 한다"('이루'·하14)고 한 말에서 드러나듯, 도리에 벗어나지 않고서 나아가면 이치를 터득하게 되고, 이치를 터득하면 호연지기는 저절로 길러진다. 그리하여 천하 어디에서도 떳떳할 수 있고, 어디서나 편안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사물을 꿰뚫어보아 온갖 것과 어우러질 수 있다. 이러고서 즐겁지 않은 삶이 어디에 있으랴.

■먼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하라

	정천구 프리랜서

공자는 "가멸지려 해서 가멸질 수 있다면, 비록 채찍 잡는 일일지라도 내 기꺼이 하겠다. 그러나 가멸질 수 없다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논어-술이' 편)고 말했다. 제 한 몸 건사하는 일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 그러나 부자가 되는 일은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다. 그래서 공자도 이왕이면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요샛말로 하자면, 일과 놀이가 하나가 되는 삶을 살겠다는 것이다. 자잘한 공부나 하면서 얄팍한 속셈을 가진 자는 미처 깨닫지 못한 이치가 여기에 숨어 있다.

대학생들이여, 행복한 삶을 바라는가? 그렇다면 좋아하는 일을 먼저 찾아라. 이를 위해서는 가까운 데서 시작하라. 전공이 무엇이든 그 전공을 당장에 버릴 생각이 아니라면, 일단 지극한 마음으로 그 전공에 대해 깊이 공부해라. 이 전공을 계속해나갈 것인지, 아니면 그만두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할 것인지 결정을 내릴 순간이 저절로 찾아올 때까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아가라. 그 끝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간에 그 과정에서 이미 그대는 자신의 참된 모습을 발견하게 되리라.

끝으로 덧붙이겠다. "바둑의 수는 작은 수다. 그러나 마음을 오롯하게 하거나 뜻을 다하지 않으면 그 수를 터득하지 못한다."('고자'·상) 마음과 뜻을 다하는 순간, 호연지기가 꿈틀대는 것을 느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