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상용의 시네 아고라] 캐나다를 닮은 영화 '그을린 사랑'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7-25 20:37:54
  •  |   본지 2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영화 '그을린 사랑'의 한 장면.
캐나다의 새로운 영화를 찾기 위해 몬트리올에 왔다. 아마 최장시간 동안 비행기를 탄 듯 하다. 꼬박 하루를 채운다. 캐나다의 새로운 영화를 보여주는 곳은 텔레필름 캐나다이다. 한국처럼 제작펀드, 배급 지원 등을 포함하는 백화점식 업무는 서구 사회에서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독일의 '저먼 필름'도 그랬지만 이곳의 주된 업무는 자국영화의 '프로모션' 그 자체에 있다. 다른 국가의 영화 지원 제도를 접하게 되면서 종종 느끼는 것은 한국은 확실히 종합만물상 같은 시스템을 즐겨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여하튼, 몬트리올에 도착하자 한 편의 캐나다 영화가 생각난다. 한국에서도 이미 개봉된 '그을린 사랑'은 지난해 부산에서 소개된 화제작 중 한 편이었다. 영화제 상영 당시 제목은 '그을린'이었다. 영화를 처음볼 때는 제목이 선뜻 다가오지를 않지만 엔딩 크레딧과 함께 전쟁의 기억이 '그을린'것처럼 다가오는 순간 원제로 표기된 한 단어가 묵직하게 느껴지는 수작이었다. 처음에는 아주 사소한 상황에서 시작하는 것 같지만 어느새 거대한 인간의 역사와 상실의 기억을 마주하게 되는 경험을 전하고 있다.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남매가 중동지역으로 오면서 시작되는 복잡한 서사는 과거와 현재, 사랑과 죽음, 운명과 성장의 이야기들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다. 이러한 형식은 어쩌면 캐나다라는 장소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몬트리올 현지에 도착한 것은 밤 10시 무렵이었다. 공항에서 도심까지 20분 정도를 들어오면서 도시의 얼굴을 관찰해 본다. 캐나다의 두 번째 도시답게 높은 빌딩도 눈에 띄고, 공항에서 오는 길에 잠깐 보았던 구시가지는 유럽의 한 모퉁이를 옮겨 놓은 것 같다. 캐나다의 동북부에 위치한 퀘백 지역은 '프랑스'어를 많이 사용한다. 그러다보니, 간판과 안내방송에는 영어와 불어가 함께 쓰인다. 길거리를 표기하는 방식은 프랑스식이다.

이러한 배경을 두고 정치와 역사를 들먹일 수도 있겠지만 이곳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복잡한 현실을 받아들이며 산다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전형적인 아메리칸 스타일의 대형 건물과 혼재되어 있는 유럽의 문화들은 캐나다가 이민자의 도시이며, 자신의 뿌리를 고집하기 보다는 다양한 장점들을 수용하는 곳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 때문에 '그을린 사랑'처럼 복잡한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지닌 영화들이 나올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눈에 띈 것은 아시아계 사람들이었다. 다른 유럽의 지역이나 미국과는 달리 이곳의 아시아계 사람들은 훨씬 더 밀착되어 살아가는 느낌이다. 그만큼 많은 이방인들이 거주하는 탓일지도 모르겠다.

'그을린 사랑'의 극 중 대사를 보면 "1+1=1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데, 그것은 영화의 이야기일뿐만 아니라 많은 이방인들이 함께해야 하는 이곳의 필요한 조건일지도 모르겠다. 이제부터 겪어야 하는 일이겠지만 그동안 캐나다 영화가 독특할 수 있었던 것은 문화, 역사의 복잡성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몬트리올과 토론토 중간에는 거대한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나이애가라 폭포가 있다. 도심으로 들어오는 길에 운전수가 나이애가라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 놓는데, 이곳은 미국, 영국, 프랑스식이 뒤엉킨 것도 모자라서 거대한 호수와 자연이 함께 놓인 참으로 독특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무진에서 내리는데, 50편이 조금 안 되는 리스트 페이퍼 묶음을 선물로 준다. 종종 사람들이 출장을 부러워하지만, 3일 동안 이 많은 영화를 어둠의 극장에서 보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두통이 시작된다. 가끔은 내가 기억하는 현실은 현실의 공간이 아니라 어둠 속 빛이 재현하는 수많은 기억의 편린들이다.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2. 2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3. 3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4. 4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5. 5[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6. 6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7. 7[속보]돌아온 ‘부캉이’, 식지 않는 인기…누적 방문객 80만 넘어
  8. 8“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9. 9[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10. 10부산 동래·금정구 하늘에 뜬 ‘쌍무지개’…희망과 행운의 메시지
  1. 1[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2. 2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3. 3[속보]민주당, 국힘 집회에 “극우 유튜버들 박수 세례에 중독된 장동혁”
  4. 4'좌아하게'? 다시 논란 부른 이 대통령 SNS 정치
  5. 5李대통령, 금융기관 개인정보 유출에 “철저 조사 지시”
  6. 6'광대극' 조소 이어 미사일로 응답한 北. 좁아진 청와대 입지
  7. 7與 “조희대, 국감 출석 불응 의사…불출석은 국회법 위반”
  8. 8영화 '암살자(들)' 논란 속 장동혁, 고(故) 육영수 생가 방문
  9. 9국힘, 싱가포르영화제 ‘암살자(들)’ 상영 철회 서한…與 “영틀막”
  10. 10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1. 1“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2. 2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3. 3[속보]돌아온 ‘부캉이’, 식지 않는 인기…누적 방문객 80만 넘어
  4. 4"산업용 차등요금제, 기업의 지역이전 효과 극히 불투명"
  5. 5"차명계좌 적발, 작년 이후 총 3471건…NH농협 가장 많아"
  6. 6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둘러싼 한·미 불협화음 언제까지 이어지나
  7. 7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 급증… 재정 부담 가중될 듯
  8. 8카카오 월4900원 멤버십 출시…네이버 쿠팡과 3파전
  9. 9이억원 “AI 해킹 가능성…금융권 최고수준 경각심 가져야”
  10. 10미래대응기금, 국감 쟁점 부상…국회 "재원 지속가능 의문"
  1. 1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2. 2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3. 3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4. 4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5. 5[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6. 6부산 동래·금정구 하늘에 뜬 ‘쌍무지개’…희망과 행운의 메시지
  7. 7“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8. 8"친구가 총기 들고 탈영"…허위 신고한 20대 벌금 500만 원
  9. 9AI 성착취물 텔레그램방 ‘그놈’…잡고 보니 경찰관
  10. 10울산바위 배경으로 사진 찍다 추락한 70대 등산객 숨져
  1. 1“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2. 2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3. 3‘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4. 4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5. 5[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6. 6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7. 7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8. 8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9. 9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10. 10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미리보는 제31회 BIFF
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