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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평론가 강헌의 대중음악 산책 <14> 여름의 노래, 젊음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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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1-07-05 20:20:52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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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꿍따리 샤바라'가 담긴 클론 1집.
1969년 우드스탁 페스티발 이후 여름은 폭발하는 젊음의 미학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시간이다. 여름이면 우리는 바다로 계곡으로 몰려 간다. 그 곳엔 물이 있기 때문이다. 물은 인간에게 태초의 근원이자 향수이며, 가장 가라앉은 상태의 휴식이고, 무엇보다도 생존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음악은 물의 속성을 닮았다. 흘러가는 선율, 넘실대는 리듬, 모든 것을 받아들여서 하나로 만드는 화성,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는 음색, 눈 앞에 실재하는 것이면서도 정작 손에 쥐면 빠져 나가는 것까지 음악은 물을 쫓아 간다.

물에는 변화무쌍한 표정이 있다. 평화와 유희가 있는가 하면 분노와 위기가 있고 슬픔과 회한이 아련하게 스며든다. 캘리포니아 해변의 젊음을 신나게 표현했던 'Surfin U.S.A.'를 담은 비치 보이스의 두 장짜리 'Endless Summer' 같은 앨범을 듣고 있노라면 젊음의 이상향이 영원히 지속할 것 같은 환상을 불러 일으킨다.

완벽한 즐거움, 그리고 욕망의 완전연소는 1950년대 중반 이후의 세계 대중음악의 가장 주요한 주제가 되어 왔고 서구를 모델로 한 근대화가 급격하게 진행된 우리 나라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가장 강렬한 파괴력을 행사한 여름 노래는 아마도 지난 사십 년간 여전히 여름 시즌의 라디오를 장식하고 있는 키보이스의 '해변으로 가요'일 것이다. 이 노래가 폭발하면서 1970년대 초반부터 수많은 록밴드와 포크 아티스트들의 여름 축제가 산과 바다에서 펼쳐졌다.

"조개껍질 묶어…"로 시작하는 윤형주의 '라라라'나 1985년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여행을 떠나요'는 한국 록과 포크의 여름 노래의 영원한 히트곡이다.

하지만 1996년 여름 시즌을 달군 클론의 '꿍따리 샤바라'가 한국과 대만까지 강타하고 1997년 'Summer Story' 음반을 발표하며 아예 여름 댄스 그룹으로 자리를 굳힌 쿨이 등장하면서 한국의 여름 노래 판도는 댄스그룹으로 순식간에 넘어간다. 소비보다는 저축, 드러냄보다는 숨김, 과감한 문제제기보다는 끈질긴 인내를 미덕으로 삼아온 우리 사회의 풍조에서 '내놓고 한바탕 놀자'의 슬로건은 1990년대가 도래하기 전까진 어딘지 어색한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꿍따리사뱌라'는 이 모든 과거의 억압의 유산을 그야말로 한방에 날려 버렸다.
한류의 붐이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2011년 여름, 이미 에프엑스와 2PM, 2NE1(투애니원), 티아라 같은 막강 보이·걸그룹이 여름 시즌을 겨냥한 레이스를 시작한 가운데 유이와 현아도 뛰어 들었으며 JYP군단의 미쓰에이도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2PM과 2NE1의 뮤직비디오는 이미 백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한국의 여름이 아닌 세계의 여름을 달구기 시작한다.

틴에이저 여름 음악의 원조랄 수 있는 록음악 역시 지산 록페스티발을 기점으로 인천펜타포트 록페스티발, 부산 국제록페스티발로 이어지며 본격적인 휴기철인 7월 말에서 8월 초순 시즌을 겨냥한다. 그 어디를 가든 당신은 당신 속의 여름을 날 것으로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엔 지산으로 갔지만 이번 여름 나는 부산으로 꼭 갈 것이다. 김창완과 YB와 부활, 크라잉넛과 노브레인, 그리고 국카스텐이 기다리므로.

오히려 우리는 그 전해에 나온 산울림의 읊조리는 듯한 이상한 노래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거야'를 기억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단조롭지만 비상한 리듬을 타고 반복되는 이 텍스트는 청춘의 극점과 그것의 상실을 환각적으로 펼쳐 낸다. 우리는 산울림을 통해 하나의 이미지만을 갖고 있었던 여름의 뒤안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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