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대 학생들이 법인화를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 학문 연구와 가르치는 일 보다 제 잇속 차리기만 바쁜 교수들…혼탁한 총장선거 부추긴 주범
- 올바름과 어짊이 부족한 스승, 따르는 제자들 없는 건 당연
- 논란되고 있는 대학 구조조정, 무능력·무책임한 교수 정리부터

맹자가 말하였다.

"힘을 어짊이라 거짓되게 꾸미는 자는 패자(覇者)이니, 패자는 반드시 큰 나라가 있어야 한다. 덕으로써 어짊을 행하는 자는 왕자(王者)이니, 왕자는 큰 나라에 기대지 않는다. 탕 임금은 70 리로써, 문왕은 100 리로써 왕 노릇하였다. 힘으로써 남을 눌러 따르게 하는 것은 마음으로 좇게 하는 것이 아니다. 힘이 모자라서다. 덕으로써 남을 따르게 하면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진실로 따른다. 이는 마치 70명의 제자들이 공자를 따른 것과 같다. 시에서 이르기를, '서쪽에서 동쪽에서, 남쪽에서 북쪽에서, 따르지 않는 이가 없다'고 했으니, 이를 두고 한 말이다."('맹자-공손추'·상)

지난달, 부산대에서는 총장선거가 있었다. 새로 총장으로 선출된 교수는 선거가 지나치게 혼탁하고 과열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지난 직선에 비해서는 비교적 조용하게 치러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한 당사자와 다른 두 명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에 들어갔다고 한다. 선거 때 동료 교수와 직원들에게 음식과 선물을 제공했다는 혐의 때문이다.

대학의 총장선거에 나섰던 이들이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이 일을 어떻게 해명해야 할까? 죄의 유무가 밝혀지기 전에 함부로 단정해서는 안 되지만, 이 일만큼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교수가 아닌가. 교수는 곧 선비인데, 선비라면 "오이 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않고, 자두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치지 않는 법"이다. 그러니 그런 혐의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이미 큰 허물이다. 게다가 단순한 혐의가 아니라는 것은 "지난 직선에 비해서는 비교적 조용하게 치러진 것 같다"고 한 말에도 이미 드러나 있다. 이제까지 대체로 총장선거가 혼탁했고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미가 숨겨져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그런 혼탁을 부추기고 조장한 이들이 모두 교수들이었다는 데에 있다.

■대학을 소인국으로 만드는 존재들

	교수 월급으로 13만 여원을 지급해 빈축을 산 전남 강진 성화대에 대한 감사 모습.

'교수'의 사전적 의미는 "학문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사람"이다. 연구와 교육, 이 두 가지가 교수가 할 일이다. 중세에는 태학이나 국자감의 박사(博士)들이 그 일을 했다. 박사는 "두루 배운 선비"라는 뜻이다. 지금도 박사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그 연원이 거기에 있다. 실제로 지금의 교수들은 대개 박사 학위를 받은 이들이 아닌가. 그런데 선비란 어떤 존재인가?

맹자가 제나라에 있을 때, 왕자 점(墊)이 물었다. "선비는 무엇을 일삼습니까?" 그러자 맹자는 "뜻을 높게 지니오"라고 대답했다. 왕자가 다시 "뜻을 높게 지닌다는 게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맹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짊과 올바름일 뿐이오. 한 사람이라도 죄 없는 이를 죽이는 것은 어짊이 아니오. 제 것이 아닌데도 가지는 것은 올바름이 아니오. 어디에 머물어야 하냐면, 바로 어짊이오. 어디로 가야 하냐면, 바로 올바름이오. 어짊에 머물고 올바름을 따라 가는 것, 여기에서 대인(大人)의 일은 갖추어지오."('진심'·상33)

어짊과 올바름에 뜻을 두고 거기에 머물며 사는 선비가 대인 곧 군자라는 말이다. 소인 또한 선비지만, 대인과는 일삼는 게 다르고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 대인은 어짊과 올바름을 따르지만, 소인은 애초부터 사사로운 이익에 뜻을 둔다. 그래서 공자도 "군자는 올바름에 밝고, 소인은 잇속에 밝다"('논어-리인'편)고 말했다.

선비에 군자가 있고 소인이 있다면, 교수에도 군자가 있고 소인이 있다. 그런데 직선제로 이루어지는 총장선거를 보면, 교수들 가운데도 군자보다 소인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총장선거에서 각 후보자가 쓰는 돈이 억대가 넘는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렇게까지 해서 총장이 되려는 게 과연 대학을 살리기 위해서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은 그들 교수들이 가장 잘 안다. 그럼에도 그런 후보자들이 총장선거에 나서고 또 총장이 되는 것은 대학에 소인 교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대학이 소인국이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생은 있어도 제자가 없는 교수들

	남명 조식 선생을 그린 초상. 그는 가르치고 공부하는 일에 힘을 기울였던 선비였다.

"군자는 그가 지나는 곳은 교화시키고 그가 머무는 곳에서는 신묘한 일을 한다. 위로 하늘, 아래로 땅과 함께 흐르니, 그가 세상에 보탬이 되는 게 어찌 작다고 할 수 있겠는가?"('진심'·상)라고 맹자는 말했다. 하늘과 땅과 함께 흐른다는 것은 곧 천지의 이치에 따라 산다는 뜻이다. 그렇게 살면서 체득한 것으로 후세에 길이 남을 저서를 쓰거나 미래의 거목들을 키우니, 이보다 더 신묘하고 세상에 보탬이 되는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오늘날 대학에 교수들을 두는 이유도 그런 신묘한 일을 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소인 교수들이 대학을 장악하고 있으니, 그런 신묘한 일이 좀체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소인 교수들에게 물으면, 그들도 연구하고 저서를 쓰며 제자들을 기르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한다. 아니, 그렇게 하지 않는다. 잇속을 챙기느라 바빠서 학문을 할 겨를이 없고, 무엇보다 잇속에 마음을 두었는지라 학문에는 뜻이 없기 때문이다. 잡무가 많고 시간이 부족해서 연구와 강의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불평을 늘어놓지만, 그것은 한낱 핑계다. 1주일에 하는 강의라고 해봐야 열 시간 안팎이다. 게다가 주말은 고스란히 남고 또 한 해에 방학이 넉 달은 족히 된다.

제자들을 기르고 싶다 하지만, 제자들을 기를 능력과 인격이 애초에 부족하다. 맹자는 군자에게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고 하면서 그 가운데 하나로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가르치고 기르는 일"('진심'·상)이라고 했다. 교수라면 당연히 영재를 얻고 싶어 하겠지만, 아무나 영재를 얻지는 못한다. 군자 교수라야 얻을 수 있다. 소인 교수도 요행으로 영재를 얻을 수 있지만, 그 영재는 곧 떠나버린다. 명색이 영재인데, 어찌 소인을 스승으로 섬기겠는가? 어리석은 학생이 군자 교수에게 가서 제자가 되고 싶어 안달하는 일은 있어도, 영특한 학생이 소인 교수에게 가서 제자가 되려고 하지는 않는다. 이게 이치고 실상이다!

맹자는 덕으로써 어짊을 행하는 자는 왕자(王者)라고 했는데, 덕으로써 제자를 얻고 어진 마음으로 가르치고 이끄는 군자 교수는 곧 왕도를 실행하는 자다. 그러니 어떤 제자가 심복(心服)하지 않겠는가? 아무리 가르침이 혹독하더라도 그 제자는 원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편안하게 해 주는 방도로써 백성을 부리면, 백성은 비록 힘들더라도 원망하지 않는다. 사는 길로써 백성을 죽이면, 비록 죽더라도 죽이는 자를 원망하지 않는다"('진심'·상)는 말처럼, 스승의 가르침이 결국 자신에게 편안하고 사람다운 삶을 보장해주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반면에 소인 교수들은 능력과 인격이 모자라니, 교수라는 직책으로 억지로 학생들을 제 밑에 둘 수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학생들을 위하고 아낄 줄을 모른다. 학부생에 대해서도 그러하지만, 대학원생쯤 되면 아예 종으로 부리기까지 한다. 여기에 무슨 어진 마음이 있겠는가. 모진 마음이 있을 뿐이다. 학문적 능력도 모자라는 데 모질기까지 하니, 어찌 제자를 둘 수 있겠는가? 그러나 불행하게도 정년퇴임할 때까지 자신에게는 제자가 없다는 사실을 잘 깨닫지 못한다. 참된 제자가 없었는데, 교수라는 계급장을 뗀 그에게 누가 찾아오겠는가? 그때 그는 깊은 외로움을 느낄 것이니, 그 외로움은 '노년의 외로움'이 아닌 '소인배의 외로움'이다. 그러나 그는 그 외로움이 어디서 비롯되는지조차 모르리라.

■대학의 구조조정은 소인들을 내쫓는 일인데

근래 전남 강진의 성화대 교직원들이 월급으로 13만6000원을 받은 일로 말미암아 그 대학 재단의 횡포가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그 대학의 교직원들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재단의 부정이 지속되어 심각해졌음에도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다가 자신들의 밥그릇을 건드리니 비로소 문제를 삼은 것이다. 이야말로 제 잇속만 차리는 소인배들의 처신이 아닌가.

서두에서 총장에 선출된 교수의 말을 인용했는데, 한 가지 더 들겠다. "성과급 제도와 법인화 문제는 구성원 대부분이 반대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실정에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성과급 제도와 법인화가 문제 되는 것은 모두 현재 교수들의 이익과 관련이 있다. 그것을 대부분 반대하고 또 우리나라 실정에도 맞지 않다고 하는 것은 소인 교수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반증해준다.

'반값 등록금' 문제로 불거진 것이 대학의 구조조정인데, 대학의 구조조정은 교수들을 정리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무능력과 무책임을 겸임한 교수들을 정리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조정도 허사다. 정말로 소인 교수들을 내쫓으면 어느 대학이든 경천동지할 정도의 혁신을 이룩하고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나는 장담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소인 교수들이 다수이기 때문에.

부산대 한문학과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