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는 '우산(牛山)의 나무들'을 예로 들며 교육의 엄중함을 강조했다. 이는 오늘의 대학 교육 현실을 점검할 수 있는 날카로운 기준이 된다. 부산 동래향교에서 청소년들이 조선시대 과거시험 체험을 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 태학·국학·성균관의 시작도 국가 번영·인재 양성서 비롯
- 맹자의 '牛山의 나무들'에 본성 망각한 사립대 견주면…
- 소 뛰노는 牛山인 대학, 적립금 잇속 챙기기 급급
- 무능·무책임한 교수들은 소·양 처럼 싹 먹어 치우는 격

"우산(牛山)에는 아름다운 나무들이 있었는데, 큰 나라의 교외에 있었다. 사람들이 도끼로 날마다 베어 갔으니, 어찌 산이 아름답게 될 수 있겠는가. 밤낮으로 자라고 비와 이슬에 젖어 싹이 나지 않는 일이 없건마는, 소나 양을 풀어 놓아 싹을 먹게 만들었다. 그래서 저토록 민둥해졌는데, 사람들은 그 민둥민둥함을 보고는 본래부터 좋은 재목이 없었다고 여긴다. 이게 어찌 산의 본성이겠는가?…그러므로 진실로 제대로 기를 수 있다면 자라지 않는 일이 없을 것이고, 진실로 제대로 기르지 못한다면 사라지지 않는 일이 없을 것이다." ('맹자-고자'·상)

	1817년 왕세자 효명세자(뒤에 익종으로 추존)의 성균관 입학 의식을 그린 '익종대왕입학도'.

근래 '반값등록금' 논쟁이 거세다. 대학생들과 그 부모들, 정치권과 정부 모두 변죽만 울리고 있고, 대학들은 근원적인 문제를 숨기고 있다. 먼저 주요 사립대들의 적립금 액수를 보라. 수백 억 원에서 수천 억 원, 전체적으로는 10조 원에 이른다. 정부에서 지원했을 리는 없을 터이고, 또 어디서 줄곧 거액을 기부받은 것도 아닐 터인데, 그렇다면 이는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빼돌렸다는 말이다. 횡령이고 사기다!

맹자는 "닭이 울면 일어나서 부지런히 힘쓰며 착한 일을 하는 자는 순 임금의 무리요, 닭이 울면 일어나서 부지런히 힘쓰며 잇속을 차리는 자는 도척(盜跖)의 무리다"('진심'·상)라 했는데, 적립금을 쌓은 사립대들만 모질고 악독한 도적인 도척과 한 무리가 아니다. 여타 국립대들은 그럴 기회가 적었을 뿐, 하는 행태는 별로 다르지 않다. 등록금을 받은 만큼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가? 그게 아니라면, 똑같이 도적이다.

■동아시아에서 대학의 탄생

	북한 개성에 있는 성균관.

가혹한 법으로 백성을 억압했던 진 제국이 무너진 뒤에 들어선 한(漢) 왕조는 문제(文帝)와 경제(景帝)의 치세를 거치면서 경제적으로 크게 흥성하였으나, 역시 무력으로 천하를 평정한 데다 황제의 친인척들이 일으킨 연이은 반란으로 혼란을 거듭 겪었다. 동시에 음양오행 등 미신적인 신앙이 유행하고 풍속도 문란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이나 형벌은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였고, 오히려 교묘하게 법망을 피하는 술수만 늘어갔다. "정령(政令)으로써 이끌고 형벌로써 잡도리하려 하면, 백성들은 벗어나려고만 하고 부끄러워할 줄은 모른다"('논어-위정(爲政)')고 한 공자의 말이 실제로 연출되고 있었던 것이다.

"송사를 듣고 처리하는 것은 나도 남들과 같다. 그러나 반드시 하기로 한다면, 송사가 없도록 할 것이다!"('논어-안연')라 공자가 말했듯, 형벌이나 법령을 쓰지 않고 다스리는 것이 최상이다. 그게 왕도정치다. 그러나 왕도정치를 천하에 펴려면, 왕도를 체득한 관리들이 양성돼야 한다. 한나라 무제가 유학자 공손홍(公孫弘)과 동중서(董仲舒) 등의 건의에 따라 '왕립학교이자 관료양성기관'인 태학(太學)을 설립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맹자도 50세 된 이가 비단옷을 입고, 70세 된 자가 고기를 먹으며, 몇 식구의 집안이 굶주리지 않을 수 있게 된 뒤에는 "상(庠)과 서(序)의 가르침을 삼가며 효도와 깍듯함을 거듭 가르친다면, 머리가 반쯤 흰 어른들이 길에서 짐을 지거나 이지 않게 될 것이다"('양혜왕'·상)라 말한 적이 있다. 이를테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준 뒤에는 반드시 교화로써 이끌고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한나라는 태학의 설립으로 실현하였던 것이다.

중국에서만 그러했던 게 아니다. 고구려는 소수림왕이 372년에 태학을 설립하면서 국가의 체제를 정비하였는데, 이를 바탕으로 광개토대왕이 전성기를 누릴 수 있었다. 신라도 통일을 이룬 뒤인 신문왕 2년(682)에 국학(國學)을 세웠다. 이어 고려는 성종 때에 국자감(國子監)을 두었으니, 이것이 그대로 조선의 성균관(成均館)으로 이어졌다. 일본도 8세기 초 교육과 관리 양성을 위해서 다이가쿠료오(大學寮)를 두었다. 이 모두 인재 양성이 곧 국가의 번영이라는 자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나 이제나 인재는 국가의 기둥이요 들보였다. 그래서 동량지재(棟梁之材)니 동량지신(棟樑之臣)이니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교육기관이 존재한다고 해서 인재가 절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에 걸맞은 운용을 해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기본을 잊어서는 안 되고, 본성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기본이나 본성은 또 얼마나 쉽게 잊히는 것이던가!

■본성과 본분을 망각한 대학들

비록 현재의 대학들이 그 모델을 서구에서 가져왔다 하더라도, 인재 양성을 표방한 데서는 저 태학이나 성균관 등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제 대학들을 보면, 과연 학문과 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려는지 의심이 든다. 사립대들은 적립금을 쌓겠다고 학생들과 그 부모들을 속이고, 국립대들은 끊임없이 더 많은 지원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대학은 인재(人才)를 기르는 곳이 아니라 인재(人災)를 일으키는 곳이 되었다. 책 읽는 소리보다 신음소리가 더 익숙한 곳이 되었다. 이렇게 변질된 대학은 맹자가 비유로 든 '우산(牛山)'과 꼭 같다.

맹자가 '우산의 나무들'을 든 것은 당시 사람들이 스스로 제 본성을 되찾으려 하지 않는 풍조를 일깨우기 위해서였는데, 지금의 대학에도 견주어보자. 소가 뛰논다는 우산은 지금의 대학이고, 나무들은 바로 대학생들이다. 대학생들은 밤낮으로 자라고 비와 이슬만 맞아도 싹을 틔우는 존재들이다. 그런데 대학은 비싼 등록금으로 그들을 짓누르고 있다. 이는 날마다 도끼질을 하는 격이다. 될 성 부른 나무들을 이런 도끼질로 거침없이 베어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자들을 교수나 강사랍시고 강의실에 들여 놓았으니, 이는 싹을 먹어치우는 소나 양을 풀어 놓은 격이다. 이러한데 어느 겨를에 대학생들이 싹을 틔워서 아름답고 우람한 나무들이 될 수 있겠는가?

이렇게 대학생들의 싹을 말리고 그나마 있는 재목감조차 베어내는 게 과연 대학의 본성일까? 아니다. 대학은 좋은 재목들을 키우는 것을 본성으로 한다. 그러면 왜 인재를 키우지 않는가?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왜 의지가 없는가? 잇속을 챙기는 데에만 온 마음이 쏠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익에도 작은 것과 큰 것이 있으며, 남을 해치면서 얻는 것도 있고 함께 넉넉해지도록 하는 것도 있다. 명색이 대학인데, 작은 이익이나 남을 해치는 이익에 몰두하느라 본성을 망각하고 있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화식열전(貨殖列傳)'이 있다. '화식'이란 재물을 불린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 열전은 재물을 불리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던 인물들의 전기들을 싣고 있다. 그런데 이 열전에서 사마천은 "일 년을 살려거든 곡식을 심고, 십 년을 살려거든 나무를 심으며, 백 년을 살려거든 덕을 베풀어야 한다. 덕이란 인물을 두고 하는 말이다"라고 적고 있다. 그렇다, 덕을 갖춘 인재를 기르는 일이 가장 남는 장사다. 덕을 지닌 인물은 백년의 이익, 백년의 흥성을 가져오게 하는데, 이보다 더 큰 재물 불리기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런 백년의 이익을 꾀하는 일이 바로 대학의 본분이요 본성이다.

■봉황을 닭으로 만드는 대학들

	정천구 부산대 한문학과 강사

주말에 산을 가면 참 많은 이들이 산행을 즐기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런데 지금 우리들이 즐기는 산들은 한때 벌거숭이였다. 물론 본래부터 벌거숭이는 아니었다. 오래 전 가난했던 시절에 시도 때도 없이 베어가는 바람에 헐벗게 되었던 것이다. 그 헐벗은 산에 해마다 나무를 심고 돌보면서 함부로 베어내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우거졌다. "진실로 제대로 기를 수 있다면 자라지 않는 것이 없을 것이고, 진실로 제대로 기르지 못한다면 사라지지 않는 것이 없을 것이다"라고 맹자가 말한 그대로가 아닌가.

십년의 이익을 꾀한 것이 이러할진대, 백년의 이익은 얼마나 더 클까? 더구나 모든 대학생들은 자질이 뛰어나다.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갖고 가르쳐야 한다는 당위성을 떠나서, 실제로 가르쳐 본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질이 뛰어나다. 그들은 또 열정과 패기를 가득 품은 휴화산이다. 언제든지 폭발하면 엄청난 기세로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그런데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학의 마법에 홀려있어서다. 비싼 등록금과 있으나마나한 장학금, 수준조차 운운할 수 없는 강의들이 대학의 마법이다. 이 마법이 빚어내는 작품은 이름하여 입봉출계(入鳳出鷄)!

봉황을 받아들여서는 닭으로 만들어 내보낸다! 참으로 신묘불측하기 이를 데 없는 마법이다. 아마도 이래서 비싼 등록금을 받아 챙기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닭이 된 젊은이들은 날지 못할 뿐더러, 황량한 벌판에서 살아남기도 버거워한다. 맹자는 "백성을 가르치지 않고 전쟁에 쓰는 것을 '백성에게 재앙을 내린다' 하니, 백성에게 재앙을 내리는 자는 요나 순 임금의 시대에도 용납되지 못했다"('고자'·하)고 했는데, 이런 대학들을 어찌 해야 할까? 계륵이 되어버린 괴물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