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음악평론가 강헌의 대중음악 산책 <12> 김범수의 앨범 vs 장기하와 얼굴들의 2집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6-21 20:42:58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장기하와 얼굴들 연합뉴스
때 이른 폭염 속에 등장한 두 장의 앨범이 시선을 끈다. 하나는 지금 주말마다 대한민국을 달구고 있는 '나는 가수다'의 주역 김범수의 신작이고 나머지 하나는 2005년 가난한 홍대 인디씬에서 청년실업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여 2008년 '싸구려커피'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던 장기하와 얼굴들의 두 번째 앨범이다.

1999년에 데뷔한 김범수는 2011년에 이르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그가 일요일 저녁 브라운관에서 부른 노래는 바로 다음 날 음원 차트의 Top10에 등극하는 행진이 수주째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작년에 발표했던 일곱 번째 앨범의 'part 2'에 해당하는 이번 앨범의 머리곡 '끝사랑'(윤사라 작사·윤일상 작곡)은 발매되자마자 차트의 정상을 기록했다.

과잉된 감정이입 없이 여유 있게 프레이즈를 장악하는 그의 보컬은 'singing machine'이라는 기존의 견고한 인프라 위에 풍부한 서정성을 분만한다. 하지만 달랑 일곱 트랙이 들어 있는 볼륨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아무리 'part 2'라고 하지만 앨범도 EP도 아닌 어정쩡한 스탠스는 슬며시 근간의 인기에 편승한 '졸속'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김범수는 지난 12년 동안 일곱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하지만 앨범 아티스트로서의 치열한 집중력을 보인 앨범은 두세 장 정도이고 뛰어난 가창력을 증명하는 리메이크 트랙들이 과도하게 많았다. 그런 공력이 '나는 가수다'에서 빼어난 경쟁력을 발휘하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이제 보다 높은 의제를 설정해야 한다. 그것만이 ''보고 싶다'와 '약속'의 히트곡을 보유한 노래 잘하는 가수'에서 벗어나 리듬앤블루스와 훵크, 소울 등 흑인음악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입체적으로 소화하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군림할 수 있게 하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코러스걸 미미시스터스가 빠지고 건반과 기타가 보강되며 본격적인 밴드로서 출사표를 던진 장기하와 얼굴들의 앨범은 날로 치솟는 불쾌지수를 날려버릴 해학의 청량제 같은 앨범이다.

장기하는 신뢰로 충만한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 '싸구려커피'가 한판의 해프닝이 아니었음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휼륭하게 증명했다. 그의 노래는 걸그룹의 후크송과는 또 다른 중독성이 있다. 그의 음악적 기반은 당대 젊은이들의 감수성에 기반한 한국어의 미묘한 울림이다. 그것은 이 앨범의 오프닝곡 '뭘 그렇게 놀래'부터 머리곡인 '그렇고 그런 사이'를 지나 록밴드 특유의 리프에 실린 '날 보고 뭐라 그런 것도 아닌데'까지 양극화로 무너진 '88만 원세대'의 내면의 풍속도를 경쾌하게 그려낸다.

장기하는 이번의 문제작을 통해 그 자신이야말로 또 다른 의미의 우리 시대의 '가수'로 진화하고 있음을 똑똑히 보여준다. 이 앨범의 놀라운 대목은 두 번 반복하는 'TV를 봤네'가 자연스럽게 자아내는 텅 빈 독백의 경탄할 만한 통찰력이다. 그는 결코 장난스러운 익살꾼이 아니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두 번째 앨범은 김민기에서 진지함을 빼고 정태춘에서 분노를 빼고 산울림에서 문학적 시정을 빼고 신중현과 엽전들에서 실험적인 미학을 빼고 황신혜 밴드에서 과장법을 뺀, 그 나머지의 질료로 21세기 대한민국 청년의 통속성이라는 술통에서 발효시킨 도수 낮은 술과 같다. 이 노래들은 너무 쉽게 내 슬픔의 목젖을 타고 내려가지만 어느새 나는 취해 있다. 가난한 젊은이들에게 말한다. 이 앨범은 제발 '다운' 받지 마시게.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박원순 서울시장 북악산 숙정문 인근서 숨진 채 발견...실종 7시간 만
  2. 2부산 입주·분양권 수 억 폭등…투기과열지구 직격탄 맞나
  3. 3부산시도 고위직 부동산 조사…박성훈 경제부시장 서울 43억 아파트 등 2주택
  4. 4교내 여자 화장실 몰카, 선생님들 짓이었다
  5. 5종부세 최고세율 6%로 인상 유력…임대사업자 稅혜택 축소·폐지 검토
  6. 6정작 공무원은 NO 마스크
  7. 7구릿빛 몸체에 50배 줌 장착…갤럭시노트20 몸값 낮아질까
  8. 8국제선 인천은 뜨는데…기약 없는 김해공항
  9. 9통합당 원내투쟁 시험대…김창룡 경찰청장 후보 ‘송곳 검증’ 벼른다
  10. 10광주 대규모 확산에 당국 긴장…국민 3055명 중 항체 보유 1명
  1. 1‘추미애 입장문’ 최강욱에 유출 논란…주호영 “이게 국정농단”
  2. 2여권서도 김현미 경질론
  3. 3통합당 원내투쟁 시험대…김창룡 경찰청장 후보 ‘송곳 검증’ 벼른다
  4. 4서훈 “북미대화 재개 노력해달라”
  5. 5합천댐 물 끌어오나…정부, 부산 식수 대책 이르면 내달 발표
  6. 6서울 아파트 후폭풍…박민식·유재중·이진복 “출마 땐 처분”
  7. 7남보다 못한 우리편…시의회 의장선거 여당 반란표가 11표
  8. 8부산시장 보궐 선거에 '서울 아파트' 쟁점 점화
  9. 9윤석열 “수사지휘 존중…독립수사본부 꾸리겠다”
  10. 10정세균 “한 채 남기고 다 팔아라”…당·정·청 고위직에 부동산 ‘역풍’
  1. 1부산 입주·분양권 수 억 폭등…투기과열지구 직격탄 맞나
  2. 2종부세 최고세율 6%로 인상 유력…임대사업자 稅혜택 축소·폐지 검토
  3. 3국제선 인천은 뜨는데…기약 없는 김해공항
  4. 4국민연금 2분기 ‘배터리·소부장·바이오 주식’ 집중 투자
  5. 5노동계 9430원 인하안 제시, 경영계는 8500원으로 맞서
  6. 6부산항 안전 항만 통합플랫폼 개발 추진
  7. 7선박용 디지털 레이더 국산화, 부산지역 해양업체 힘 보탠다
  8. 8동국제강, 부산공장 컬러강판 생산라인 증설
  9. 9‘소부장’ 강국 키운다지만…수도권-지방 격차 더 키울라
  10. 10연금복권 720 제 10회
  1. 1박원순 시장 실종 신고…딸 “유언 같은 말 남기고 나가”
  2. 2박원순, 모든 일정 취소하고 오전 10시께 배낭 메고 나가
  3. 3경찰 “박원순 시신 발견 보도는 오보”
  4. 4 전국 구름 많고 무더위...‘제주·남부 장맛비 시작’
  5. 5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 50명…지역발생>해외유입
  6. 6경남도교육청, 관내 현직교사가 학교 여자화장실에 몰카, 대책마련 나서
  7. 7인천 50대 여성 코로나19 양성 판정...‘성남 확진자 동료’
  8. 8은수미 시장직 유지 … 대법 “원심판결 위법” 파기환송
  9. 9경찰, 성범죄자 등 신상 공개 사이트 ‘디지털 교도소’ 내사 착수
  10. 10부산경찰, 해운대 미군 폭죽난동 엄정 대응
  1. 1‘상승세’ 부산, 10일 홈 첫 승 사냥 나선다
  2. 2“이젠 나균안”…나종덕, 롯데 개명 성공계보 이을까
  3. 3김세영·김효주 “LPGA 투어 복귀, 아직 계획 없어”
  4. 4부산·경남 2년제 대학, 야구부 창단 바람 솔솔
  5. 5이강인 ‘2호 골’ 드디어 터졌다 … 발렌시아 구한 감아 차기
  6. 6불펜 악몽 ‘롯데시네마’ 또 돌아왔다
  7. 7'야구로 하나되자' 롯데, 2차 응원 전한다
  8. 8286일 만에 터진 이강인 ‘극장골’
  9. 9손흥민 박지성 홍명보 이영표, AFC 팬투표 월드컵 베스트 11
  10. 10류현진, 마스크 쓰고 캐치볼 훈련
우리은행
최원준의 음식 사람
제주 검은 쇠 '흑우'(하)
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이중기 시인의 ‘어처구니는 나무로 만든다’
김석화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청각장애인의 ‘목소리’ 수어 엿보기
목격자 되기
박선미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사람다움에 대해
그 많은 학원 다녀도 못 푸는 문제…참된 삶이란 무엇일까
새 책 [전체보기]
아파트 민주주의(남기업 지음) 外
친구에게(이해인 글·이규태 그림)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AI·드론이 바꾼 전쟁의 모습
일러스트로 본 페미니즘 세계사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이음-공간’ - 두리김 作
‘Unsent letter’ - 손일 作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연밭 /손영자
붉은 저녁 /전연희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영화 '소리꾼'의 이봉근
메가폰 잡은 정진영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영화 ‘#살아있다’ 100만 관객이 주는 의미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당연한 ’시간을 위해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귀향, 또 다른 삶의 지평을 찾아서
시네마 리터러시를 향하여
조준형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북코칭 전문가의 책 잘 읽는 이야기
숱한 차별을 버텨온 당신에게 박수를
최예송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봄의 시작점에서
함께 살아가고 부딪치는 사람, 그리고 공동체를 향해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20년 7월 9일
묘수풀이 - 2020년 7월 8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0년 7월 9일(음력 5월 19일)
오늘의 운세- 2020년 7월 8일(음력 5월 18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27회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1차전
제27회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1차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溫故知新
從吾所好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