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미학이론가이자 수집가인 야나기 무네요시(1889년 ~1961년)가 한국예술의 특질을 '비애의 미'라고 묘사한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그가 한국예술을 세계예술 중 으뜸이라고 예찬한 사실은 대부분 잘 모른다. 그는 1920년 서울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예술로부터 조선을 볼 때 세계예술의 최고의 영관을 쓰기에 충분하다고 주저 없이 단언한다"까지 했다. 그가 1916년 경주 석굴암(석불사) 불상의 아름다움에 감격한 나머지 장문('석불사 조각에 대해')을 쓴 것은 웬만한 이들은 안다. 그러나 이 글에서 석굴암을 '천하제일'이라고 칭송하면서, 석굴암을 창건한 김대성을 '특이한 당대의 거인이며, 서양 최고의 철인 플라톤과 맞먹는 재상이자 예술인'이라고 극찬한 것은 잘 알지 못한다.
이 책은 일제 강점기 일본인 수집가이자 민예운동가인 야나기 무네요시를 비롯한 그의 동호인들이 도예를 통해 미의 나라 조선을 발견한 이야기이다. 야나기 동호인들이란 조선 땅을 밟고 조선도자기의 아름다움에 눈을 뜬 아사카와 형제(노리타카와 다쿠미), 민중도예가 하마다 소지, 영국인 도예가 버나드 리치, 해방 뒤 서울에 주재한 미국 외교관이자 수집가인 그레고리 헨더슨, 그리고 헨더슨에게 동양예술을 가르친 랭던 워너 등이다.
이들은 조선도자를 감상하고 동경하는 차원을 넘어 그 아름다움을 찬미하고 수집하는가 하면 직접 도예에 뛰어들기도 했다. 더 나아가 미술관 설립으로 이어졌는데, 1924년 4월 9일 경복궁 집경당에 세워진 이 땅 최초의 민간 박물관인 '조선민족미술관'도 이들에 의해 이뤄졌다.
특히 야나기, 아사카와 형제, 그리고 헨더슨은 모두 부유한 수집가가 아니었다. 수집한 컬렉션은 대부분 생활 잡기에 속하는 공예품들로, 일상 생활 속 밥그릇이나 당시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던 고토기(古土器) 등 싼값에 살 수 있는 것들이었다. 일각에서는 한국 도자기 수집에 몰두한 야나기와 헨더슨을 비판하지만 부유한 사람들처럼 진귀하고 귀족스런 보물이나 골동품을 수집한 게 아니라 서민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해 미의 세계로 승화시켰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책은 전체 5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한일 간의 미를 둘러싼 전쟁과 평화라는 주제를 다루고, 2부에서는 야나기와 아사카와 형제의 미의식과 이들이 조선민족미술관을 위해 모은 컬렉션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 이 외국인들이 미의 나라 조선을 발견한 이야기를 엮은 3부가 핵심에 속하는데, 여기서 야나기와 그 동호인들이 발견한 조선미의 정수를 풀어내고 있다. 4, 5부에서는 야나기와 헨더슨에 대한 저자의 시각을 이야기한다.
야나기와 그 동호인들의 미의식과 수집한 컬렉션을 보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사상을 접하게 되면서도, 식민사관의 미학인 '비애의 미'론을 뿌리내린 야나기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