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현장과 시각] 중견 춤꾼 이정화·이윤혜 첫 개인공연 후

'춤을 아는' 두 베테랑 초심의 무대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0-03-31 20:06:07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이정화
춤꾼 이정화(46) 씨는 분장을 지우지도 못한 채 뒷풀이 자리로 달려왔다. 지난 30일 국립부산국악원이 마련한 화요공감무대에서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한 공연 '다시 처음으로-이정화의 홀춤'을 마친 직후였다. 이 공연에서 인상 깊었던 대목은 이 씨가 승무와 봉산탈춤 팔목중춤 중 첫목을 모두 췄다는 점이다.

승무는 한국미의 정수를 담고 있다는, 고도로 정제된 무대용 춤이다. 탈춤은 떠들썩한 장터에서 추던, 마당의 춤이다. 두 춤은 미적 원리, 호흡, 동작의 선이 완연히 다르다. "저는 두 가지 춤을 오랫동안 익혀왔어요. 그런데 이 두 가지 춤이 서로 너무나 다르다는 이유로 한 무대에서 이 춤들을 동시에 추는 춤꾼이 없는 거예요. 한 춤꾼이 두 가지 춤을 한 무대에서 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의 말끝이 이 대목에서 흐려졌다. "그런데 오늘 막상 공연을 해보니까 그게 마음대로 표현이 안 되는 거예요. 무대에서 춤추면서도 마음이 너무 힘들고 안타까웠어요…." 이 씨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것을 그때 보았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춤을 배우기 시작해 30여 년 쉬지 않고 춤을 췄고 탈춤과 전통춤을 두루 익힌 드문 중견이다. 후배들보다도 늦게 첫 개인공연을 치른 그에게서 '개인공연이 늦어진 이유'와 '그동안 익힌 춤들에 대한 자랑'이 나올 법도 했건만, 그는 공연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을 신인처럼 자책했다. 하지만 그의 승무와 탈춤은 자신의 색깔을 담아내는 데 성공한, 꽤 괜찮은 춤이었다.

이윤혜. 사진가 이장수 제공
지난 27일 부산 민주공원 소극장에서는 베테랑 춤꾼 또 한 사람이 자신의 '첫 공연'을 열었다. 부산시립무용단에서 24년 동안 춤꾼과 훈련지도자로 일하다 지난해 말 퇴직한 이윤혜(48) 씨였다. 그는 개인공연을 연 적이 있지만, 시립무용단을 나와 홀로 공연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날 이 씨가 보여준 춘앵전과 살풀이, 소고춤은 높은 수준의 공연이었다. 시립무용단의 울타리에서 벗어난 터라 외롭기도 했겠지만, 바로 그 울타리 탓에 가려졌던 그의 진가를 확인한 순간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춤을 췄고, 대학에서도 춤을 전공했고, 직장생활이라고는 시립무용단 24년이 전부인 그의 춤을 보면서 한 관객은 말했다. "오랜만에 보는 좋은 홀춤 공연"이라고.

이 씨는 이런 말을 들려줬다. "궁중춤인 춘앵전을 볼 때는 관객 여러분이 왕이라고 생각하세요. 원래 궁중춤은 왕 앞에서 춘 춤이니까요. 그러면 훨씬 잘 보일 겁니다." 이 말 한 마디에 그동안 품었던 궁중춤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됐다. 그는 자신이 추는 춤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는 춤꾼이었다. 거들먹거려도 될 법한 두 베테랑 춤꾼이 자신의 '첫 공연'에 신인처럼 혼신을 다해, 조금은 수줍게 임하는 모습을 보면서 예술의 힘이란 저렇게 끝없이 자신을 갱신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란 걸 새삼 느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1244회 로또복권 1등 18명…당첨금 16억469만 원
  3. 3‘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4. 4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5. 5[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6. 6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7. 7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8. 8“바다로 안 돌아갈래”…‘부캉이’ 추가 구조 없이 당분간 움직임 주시
  9. 9[속보] 영화 ‘암살자(들)’ 투자 외부 개입 논란에…국책은행 “사실무근”
  10. 10[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1. 1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2. 2李대통령, ‘정청래 그만 괴롭히라’는 글에 “괴롭힌 거 아냐”
  3. 3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4. 4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5. 5靑, 北 탄도미사일 발사에 긴급회의…“안보리 위반, 즉각 중단 촉구”
  6. 6‘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7. 7[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8. 8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9. 9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10. 10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1. 11244회 로또복권 1등 18명…당첨금 16억469만 원
  2. 2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3. 3[속보] 영화 ‘암살자(들)’ 투자 외부 개입 논란에…국책은행 “사실무근”
  4. 4"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5. 5당국, '해킹사고' 확산에 내일 금융업권 긴급소집
  6. 6예가람저축은행 해킹 피해로 고객 4만명 정보 유출
  7. 7현대캐피탈도 해킹 피해…주택대출 모집인 146명 개인정보 유출
  8. 8“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9. 9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10. 10"건보료 재정누수 심각…1000만원 초과 고액체납 2배 급증"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3. 3[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4. 4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5. 5“바다로 안 돌아갈래”…‘부캉이’ 추가 구조 없이 당분간 움직임 주시
  6. 6[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7. 7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8. 8“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9. 9“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10. 10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1. 1[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2. 2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3. 3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4. 4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5. 5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6. 6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7. 7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8. 8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9. 9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10. 10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미리보는 제31회 BIFF
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