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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화 |
춤꾼 이정화(46) 씨는 분장을 지우지도 못한 채 뒷풀이 자리로 달려왔다. 지난 30일 국립부산국악원이 마련한 화요공감무대에서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한 공연 '다시 처음으로-이정화의 홀춤'을 마친 직후였다. 이 공연에서 인상 깊었던 대목은 이 씨가 승무와 봉산탈춤 팔목중춤 중 첫목을 모두 췄다는 점이다.
승무는 한국미의 정수를 담고 있다는, 고도로 정제된 무대용 춤이다. 탈춤은 떠들썩한 장터에서 추던, 마당의 춤이다. 두 춤은 미적 원리, 호흡, 동작의 선이 완연히 다르다. "저는 두 가지 춤을 오랫동안 익혀왔어요. 그런데 이 두 가지 춤이 서로 너무나 다르다는 이유로 한 무대에서 이 춤들을 동시에 추는 춤꾼이 없는 거예요. 한 춤꾼이 두 가지 춤을 한 무대에서 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의 말끝이 이 대목에서 흐려졌다. "그런데 오늘 막상 공연을 해보니까 그게 마음대로 표현이 안 되는 거예요. 무대에서 춤추면서도 마음이 너무 힘들고 안타까웠어요…." 이 씨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것을 그때 보았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춤을 배우기 시작해 30여 년 쉬지 않고 춤을 췄고 탈춤과 전통춤을 두루 익힌 드문 중견이다. 후배들보다도 늦게 첫 개인공연을 치른 그에게서 '개인공연이 늦어진 이유'와 '그동안 익힌 춤들에 대한 자랑'이 나올 법도 했건만, 그는 공연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을 신인처럼 자책했다. 하지만 그의 승무와 탈춤은 자신의 색깔을 담아내는 데 성공한, 꽤 괜찮은 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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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혜. 사진가 이장수 제공 |
지난 27일 부산 민주공원 소극장에서는 베테랑 춤꾼 또 한 사람이 자신의 '첫 공연'을 열었다. 부산시립무용단에서 24년 동안 춤꾼과 훈련지도자로 일하다 지난해 말 퇴직한 이윤혜(48) 씨였다. 그는 개인공연을 연 적이 있지만, 시립무용단을 나와 홀로 공연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날 이 씨가 보여준 춘앵전과 살풀이, 소고춤은 높은 수준의 공연이었다. 시립무용단의 울타리에서 벗어난 터라 외롭기도 했겠지만, 바로 그 울타리 탓에 가려졌던 그의 진가를 확인한 순간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춤을 췄고, 대학에서도 춤을 전공했고, 직장생활이라고는 시립무용단 24년이 전부인 그의 춤을 보면서 한 관객은 말했다. "오랜만에 보는 좋은 홀춤 공연"이라고.
이 씨는 이런 말을 들려줬다. "궁중춤인 춘앵전을 볼 때는 관객 여러분이 왕이라고 생각하세요. 원래 궁중춤은 왕 앞에서 춘 춤이니까요. 그러면 훨씬 잘 보일 겁니다." 이 말 한 마디에 그동안 품었던 궁중춤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됐다. 그는 자신이 추는 춤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는 춤꾼이었다. 거들먹거려도 될 법한 두 베테랑 춤꾼이 자신의 '첫 공연'에 신인처럼 혼신을 다해, 조금은 수줍게 임하는 모습을 보면서 예술의 힘이란 저렇게 끝없이 자신을 갱신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란 걸 새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