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린 김철호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수석지휘자의 취임연주회는 절제를 잃지 않으면서도 국악의 신명을 펼쳐보여준 무대였다. 과장되거나 옹졸하지 않고 엄정하면서도 느린 듯 여유가 있어 듣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공연이었다. 하지만 수석지휘자의 취임연주회임에도 1400여 석에 달하는 객석이 절반도 차지 않아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연주 프로그램은 국악 특유의 죄고 푸는 맛이 나는 배치였다. 연주는 전체적으로 간결하면서 정제된 소리가 깔끔하게 나와 원음에 충실하겠다는 지휘자의 각오가 묻어나왔다. 테이프를 끊은 '만선'(작곡 황의종)은 어부들의 고된 삶이 만선의 기쁨으로 승화돼 표출됐다. '성주굿을 위한 국악관현악'(작곡 이준호)은 수석지휘자의 취임을 축하라도 하듯 덕담과 소망을 비나리로 읊었다. 조갑용 경기도립국악단 악장을 상쇠로 한 부산시립관현악단 사물놀이팀이 협연자로 나서 연주자와 관객의 장벽을 허무는 우리 전통 음악의 멋진 흥을 만들어냈다.
협주의 가치는 뭐니뭐니해도 독주 악기와 오케스트라가 빚어내는 조화에 있다. '절영의 전설'(작곡 강봉천)은 25현 가야금이 빚어내는 선율이 국악관현악단의 힘찬 소리와 호응을 이뤄냈고, 협연자로 나선 김남순(부산대) 교수는 잽싼 말발굽 소리를 가야금의 재빠른 손놀림에 녹여냈다.
마지막 곡으로 연주한 '바람의 유희'(작곡 이경섭)는 피리와 태평소가 내는 바람의 소리가 관객들의 귀를 쫑긋하게 만들었다. 자그마한 피리는 애잔한 슬픔이 스며있는 바람의 울림을, 생긴 것에 비해 엄청나게 큰 소리가 나는 태평소는 우렁찬 바람 소리를 전달했다. 객석의 소곤거림 속에서 "야 멋있다. 이게 바로 예술이야!"라는 감탄사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정도.
하지만 옥에 티는 관객 동원에 실패한 시립예술단의 마케팅과 홍보 능력 부족이다. 난초 중에 가장 그리기 어려운 것이 풍란(風蘭)이다. 아마도 바람을 그려넣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청중을 불러모으는 것도 풍란을 치면서 바람을 그려넣는 것과 같이 힘든 일이다. 관객들은 바람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비유를 하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그런 만큼 시립예술단은 다양한 마케팅과 홍보기법을 동원, 관객들을 모으려는 적극적인 자세와 노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바람의 유희'를 연주하며 바람과 놀려면 바람 같은 관객들이 가득차야 하지 않겠는가. 더구나 새 지휘자의 첫 연주회를 이렇게 썰렁한 무대로 만드는 건 취임연주회 의미를 스스로 반감시켜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