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노순택 작가의 '배후설, 메가바이트산성의 비밀' 시리즈 중 하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한 조문객이 인근 풀밭에 앉아 김밥을 먹고 있다. |
당대 대한민국의 정치와 사회를 말하며 다큐멘터리와 예술의 경계를 걷고 있는 사진작가 노순택(39) 씨의 개인전이 지난달부터 부산 해운대구 중1동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부산에서 갖는 첫 개인전이다. 작가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최근까지 '비상국가'라는 순회전을 연데 이어 미국 뉴욕 첼시에 있는 로버트 고프 갤러리에서 '실종(Missing)'이라는 기획전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기획전 작품 중 일부인 '망각기계' 시리즈를 부산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이번 개인전의 주제는 '성실한 실성'이다. "우리는 각자 맡은 바 역할에 따라 성실하게 일을 합니다. 경찰은 성실하게 시위대를 진압하고, 정치인은 성실하게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하노라 말하면서요. 하지만 그 맹목적 성실함이 다른 사람에게는 실성한 모습으로 비치거나 실제로 해를 끼칠 수 있는 거죠." 이런 설명은 전시관을 둘러보고 작가가 남긴 '작가노트'를 읽다보면 차차 이해하게 된다.
전시는 제1전시관(2층), 카페전시관(1층), 지하전시관 등 세 파트로 나눠진다. 주전시관인 제1전시관에는 29점의 작품이 걸려있다. '배후설, 메가바이트산성의 비밀'과 '망각기계' 시리즈이다. "촛불 시위 당시 경찰이 시위대를 막기 위해 쌓았던 콘테이너박스를 기억하십니까. '메가바이트산성'은 그 '명박산성'을 말합니다." 용산참사나 촛불정국의 시위대와 경찰,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공농성, 광주 망월동에 있는 영정사진 등을 통해 작가는 우리가 처한 '정치적 현재'를 보여주려 한다.
지하전시관은 '얄읏한 공' 시리즈이다. 경기도 평택 대추리 황새울 들녘에 있는 미군 군사시설 레이돔을 주제로 한 작품 30여 점이다. 대추리는 미군기지 이전대상지이다. 작가는 지난 2004년 대추리를 처음 방문했을 당시 무심결에 '공'을 발견하고 그 실체를 파헤치는 과정을 사진에 모두 담았다. '얄읏한 공'은 토착민들을 내몰아낸 이 '공'의 존재가 '야릇하면서도 얄밉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1층 카페전시관 작품은 '조류도감' 시리즈. 시위대 체증에 열심인 경찰, 취재에 빠진 사진기자, 데이트 중에도 '디카'에만 정신이 팔린 젊은 남성 등 '찍새'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작가의 사진은 먼 발치에서 보면 도시의 밤풍경, 구름위 산책, 빗속의 댄스 등을 포착한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위 진압 폭력 죽음 망각 선동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은 결코 현실을 객관적으로 반영하지 못합니다. 현실이 오히려 더 극적이죠." 얼핏 담담하고 서정적이지만 그 속에 담긴 것은 한없이 뜨겁고, 때로는 섬뜩하기까지 한 노순택 작가의 작품전은 다음달 28일까지 열린다. (051)746-0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