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버네이스(1891~1995)는 1953년 과테말라가 공산주의자 손에 전복될 위험에 처했다는 신화를 퍼뜨려 과테말라를 '준파시스트 과두정치'라는 끔찍한 현대사로 몰아넣는다. 이는 과테말라 정부에 의해 탄압받던 다국적 기업을 위해서였다.
1920~1930년대 버네이스의 선전전략은 기발하다. 머리망(hairnet) 판촉 의뢰를 받고 '길게 풀어헤친 머리카락이 위험하다'고 선전해 공장 노동자들이 반드시 머리망을 착용해야 하는 법을 만든다. 의사들이 공개석상에서 "베이컨 섭취가 건강에 좋다"고 말하도록 해 미국의 아침식사를 커피와 토스트에서 베이컨과 달걀로 바꿔버린다. 그는 결혼까지도 선전수단으로 사용했다.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숙박부에 아내의 이름을 처녀시절 성으로 썼고, 다음날 250여 개 신문은 '사상 처음으로 부인이 남편과 다른 성으로 숙박 등록한 사례'로 대서특필했다. 당연히 이 호텔은 그의 의뢰인이었다. 버네이스는 이밖에도 캘빈 쿨리지 대통령의 이미지를 조작해 재선에 성공하도록 돕고, 담배 홍보를 위해 흡연을 여권 신장의 상징으로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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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런 G. 하딩(1865~1923)과 러닝메이트 캘빈 쿨리지(1872~1933)가 대통령 선거 때 플래카드 깃발 단추 등에 사용한 이미지. 에이브러햄 링컨이 두 사람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국민의 정부는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
대중을 선동하는 데 능숙했던 버네이스는 'PR의 아버지' 'PR산업의 선구자'로 불린다. 독재자 히틀러와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 교육자, 언론인, 예술가, 기업가 등 셀 수 없는 사람들이 그를 자기편에 두고 싶어했다. 하지만 '정보 조작의 아버지' '과대선전의 왕자' '민주주의의 암살자'라는 비난도 그를 따라다닌다. 프로파간다는 이런 양극단의 평가를 받는 버네이스가 1928년 출간한 '프로파간다를 위한 변명'이다.
선전으로 번역되는 프로파간다는 PR(홍보)과 유사 개념이지만,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인다. 선전은 '음험한 목적' '악의적 정보 유포' '사실 왜곡' 등의 나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이런 부정적 의미는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고착됐다. 그러나 버네이스는 PR 대신 선전이라는 단어를 고집한다. 때로 선전을 성스럽게 여기기도 한다.
'대중의 관행과 의견을 의식과 지성을 발휘해 조작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요소다. 이 메커니즘을 조작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국가의 권력을 진정으로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정부를 이룬다'. 버네이스는 선량하고 합리적인 엘리트 집단이 대중의 의견을 조작할 때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한다고 믿었다. 투표를 할 때, 공공의 사안과 개별 행동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수십 개가 넘는 물건을 고를 때 우리는 추려지고 부각된 정보에 순응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상에서 우리가 자유의지에 따라 행동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는 공인들의 말과 행동에 지배당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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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 광고 포스터. 1930년대 섹스 심볼 영화배우 진 할로(1911~1937)가 요염한 포즈로 "최고야"라고 말하고 있다. 버네이스는 연예인을 내세워 담배가 살을 빼는 데 도움이 되고 신경 안정에도 효과가 있다고 선전해 여성 흡연율을 크게 높였다. |
그는 이런 맥락에서 '민심은 천심이다'는 말도 부정한다. '진지한 사회학자라면 민심이 신성하다거나 현명하고 고결한 사상을 대변한다고 믿지 않는다. 민심은 국민의 생각을 표현하며, 국민의 생각은 국민이 신뢰하는 지도자와 여론 조작에 능한 사람들에 의해 형성된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여론을 만들어가지 못하고 국민의 눈치를 보는 정치인들을 비판한다.
책은 출간된 지 8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PR의 매뉴얼 또는 고전으로 읽힌다. 버네이스의 믿음에 100% 동의할 독자가 얼마나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가치 판단이 책의 본질은 아닌 듯하다. 책은 이미 80년 전 선전 또는 PR을 심리학에 접목해 사회적 기능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또 조종하고 조종당하는 선전의 원리를 적나라하게 파헤쳤다는 점에서 지금도 읽을 만하다.
놀랍게도 버네이스는 이 책 역시 선전의 도구로 활용해 독자들을 조종하려 한다. 책에 인용된 성공한 선전 사례들은 모두 자신의 업적이다. '이루어졌다' '보여졌다' '입증됐다' 등의 수동태 표현이 이를 교묘히 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