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중국 베이징의 워터큐브 수영경기장. 2008 베이징 장애인 올림픽의 남자 수영 200m 혼계영 예선이 한창 벌어지고 있었다. 중국의 첫 번째 영자는 허쥔취안. 물 속에서 잔뜩 긴장한 채 출발 총성을 기다리는 그의 자세가 남달랐다. 코치가 쥐고 있는 기다란 수건 끝을 이빨로 꽉 물어 배면 도약을 하기 위해 웅크린 몸을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었다. 허쥔취안은 두 팔이 어깨죽지 부분부터 절단된 장애인이었기 때문.

그 다음날인 16일 육상 남자 400m 계주 결승이 열린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냐오차오(鳥巢) 트랙에서는 한 쌍의 건장한 남자가 역주했다. 베네수엘라의 네 번째 마지막 주자로 나온 시각장애인 페르난도 페를러와 그의 비장애인 가이드. 결승라인을 넘어서는 두 남자는 온몸으로 살아있는 환희를 표출해 관중에게 가슴 저릿한 감동을 안겨줬다. 보다 빠르지 않아도, 보다 높지 않아도, 보다 힘차지 않아도 장애인 올림픽 선수들은 보여줬다. 육체와 물리적 장애를 정신력으로 이겨내려는 노력 인간만이 가진 숭고한 특징을 말이다. 인간의 육신은 쉬 바스라질지언정 정신은 강철처럼 강하다는 신념을 가진 그들이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평생 지녀야 할 좌우명 같은 거다.

무절제한 식생활과 욕망은 육신에 고혈압 당뇨 에이즈 같은 성인병을 안겨준다. 옛날에는 못 먹어서 탈이 났지만 지금은 그와 반대다. 지나치게 먹는 바람에 병을 얻는 이가 급증하고 있는 세상이다. 육신에 생기는 이 같은 질환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위해 요소여서 적당한 절제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정신 역시 적당하게 담금질하지 않으면 허약해진다.

탤런트 최진실 씨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자 그를 알고 있는 많은 사람이 가슴 아파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톱 탤런트로서 누려온 화려한 영광 이면에 자리 잡고 있었던 개인사적 불행에 대해 연민의 정을 느낀다고 말하는 이들이 무척 많다. 최 씨는 극 중이나 실제 생활에서나 '또순이'로 억척스럽게 살아왔기에 그의 자살이 주는 충격은 더욱 컸다. 최 씨는 어쩌면 자신의 정신이 스스로 내버릴 만큼 허약해져 있다는 걸 몰랐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몇 년 동안 이은주 정다빈 유니 안재환 씨 등 유명 연예인의 자살이 잇따라 경종을 울렸지만 우리 사회는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 자살 문제는 연예계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자살률은 2000년 이후 매년 13%씩 증가해 올해는 두 배로 늘어난다고 한다. 같은 기간 여성의 자살 증가율은 2.3배로 남성(1.7배)을 넘어섰고, 60대 이상 노인의 자살률이 3배나 급증했다. 연령대로는 40대가 전체의 20%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미국 영국 프랑스 같은 선진국은 오래 전에 비만을 국가를 위협하는 '공공의 적'으로 선포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비만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지 않아 다행이라고 안도할지 몰라도 국민 정신건강 측면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걸 최 씨 죽음이 보여준다. 최근 본지에도 소개된 바 있는 '자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죽음'(오진탁 지음·세종서적)에서 지은이는 웰 다잉(Well-dying)에 대한 이해와 교육이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마음을 담금질해 주는 종교서적이나 명상서 에세이 같은 책을 손 닿는 곳에 둬 보는 건 어떨까. 요즘 같은 혼탁하고 어려운 시기에는 나름대로 자구책이 필요하다.